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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9000만원 조합장이 사준 보리밥 정식

기록하는 사람 2010. 4. 3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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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농협조합장이 된 친구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점심이나 한 그릇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약속한 날 구자환 기자와 함께 창원시 동읍농협 앞으로 갔습니다. 밥을 먹기 전에 그의 사무실을 보고 싶었습니다. 농협조합장 방은 어떤 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조합장실은 널찍했습니다. 이사 또는 직원들과 회의를 하거나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그는 지난 2월 조합장 당선 직후 저와 만나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운동권 출신이 대중을 잘 살게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저 새끼 저거, 데모나 하던 놈…, 되고 보니 별 수 없네' 이렇게 되면 안 되거든요." 그는 또한 "농민들은 죽을 판인데, 조합장만 말타고 가죽 군화 신고 다니면 안 된다"는 말도 했습니다.


조합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그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조합장실을 나와 밥 먹으러 가는데, 원래 자기 차를 탔습니다. 농협에서 제공되는 조합장 승용차가 아니었습니다.

"수천 만 원짜리 뉴소나타가 조합장 차로 있긴 있지요."

"그건 그러면 행사장이나 공식 업무 때만 타는 건가?"

"아니, 조합장 되고나서 한 번도 안 타봤어. 곧 팔아 버릴 거요."

필요없다는 거였습니다. 자기 차가 있는데, 왜 따로 농협 차를 타고 다니느냐는 겁니다. 그 업무용 차량은 한 달 유지비만 120만 원이 책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조합장은 연봉만 8800만 원에 복지비라는 걸 합처 연간 9천 몇 백만 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지도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연간 2~3억 원이라는 돈도 책정되어 있답니다. 관공서로 치면 업무추진비나 판공비와 비슷한 성격의 돈이라고 합니다.

"지도사업비에서 지금까지 공금으로 17만 원인가 썼지. 차량유지비 안 쓰고, 밥도 특별한 경우 아니면 내돈으로 먹고, 그러면 그것만으로도 농협이 돈 버는 거지."

"나는 선거 때 내 월급을 깎겠다거나 농협을 '개혁'하겠다는 말은 한 번도 안 했거든? 그런데 조합장 월급이 많긴 많아. 일단 집에는 3300만 원만 넣어주기로 했어." 

더 이상의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튀고싶어하지 않는 그의 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의 차에 실려 간 식당은 '촌보리밥 정식'을 개시했다는 펼침막이 붙어 있는 장수마을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된장과 각종 나물을 넣고 비벼먹는 보리밥 정식은 아주 달았습니다. 모처럼 공기밥을 추가로 시켜 먹었습니다.

촌보리밥 정식은 1인분에 6000원이었습니다. 그는 당연히 자기 개인카드로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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