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농협조합장이 된 친구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점심이나 한 그릇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촌보리밥 정식은 1인분에 6000원이었습니다. 그는 당연히 자기 개인카드로 계산했습니다.
약속한 날 구자환 기자와 함께 창원시 동읍농협 앞으로 갔습니다. 밥을 먹기 전에 그의 사무실을 보고 싶었습니다. 농협조합장 방은 어떤 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조합장실은 널찍했습니다. 이사 또는 직원들과 회의를 하거나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그는 지난 2월 조합장 당선 직후 저와 만나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운동권 출신이 대중을 잘 살게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저 새끼 저거, 데모나 하던 놈…, 되고 보니 별 수 없네' 이렇게 되면 안 되거든요." 그는 또한 "농민들은 죽을 판인데, 조합장만 말타고 가죽 군화 신고 다니면 안 된다"는 말도 했습니다.
조합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그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조합장실을 나와 밥 먹으러 가는데, 원래 자기 차를 탔습니다. 농협에서 제공되는 조합장 승용차가 아니었습니다.
"수천 만 원짜리 뉴소나타가 조합장 차로 있긴 있지요."
"그건 그러면 행사장이나 공식 업무 때만 타는 건가?"
"아니, 조합장 되고나서 한 번도 안 타봤어. 곧 팔아 버릴 거요."
필요없다는 거였습니다. 자기 차가 있는데, 왜 따로 농협 차를 타고 다니느냐는 겁니다. 그 업무용 차량은 한 달 유지비만 120만 원이 책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조합장은 연봉만 8800만 원에 복지비라는 걸 합처 연간 9천 몇 백만 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지도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연간 2~3억 원이라는 돈도 책정되어 있답니다. 관공서로 치면 업무추진비나 판공비와 비슷한 성격의 돈이라고 합니다.
"지도사업비에서 지금까지 공금으로 17만 원인가 썼지. 차량유지비 안 쓰고, 밥도 특별한 경우 아니면 내돈으로 먹고, 그러면 그것만으로도 농협이 돈 버는 거지."
"나는 선거 때 내 월급을 깎겠다거나 농협을 '개혁'하겠다는 말은 한 번도 안 했거든? 그런데 조합장 월급이 많긴 많아. 일단 집에는 3300만 원만 넣어주기로 했어."
더 이상의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튀고싶어하지 않는 그의 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의 차에 실려 간 식당은 '촌보리밥 정식'을 개시했다는 펼침막이 붙어 있는 장수마을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된장과 각종 나물을 넣고 비벼먹는 보리밥 정식은 아주 달았습니다. 모처럼 공기밥을 추가로 시켜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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