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왼손잡이라서 오랫동안 서러운 세월을 지내야 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어릴 적부터 받지 않아도 되는 구박을 받았고 어떤 때는 얻어터지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또 망치질이라든지 이런저런 일을 할 때 왼손으로 하면 오른손잡이 눈에는 낯설고 어슬퍼 보이기 십상이니까, 저를 두고 불안해 하는 그런 눈길을 늘 느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저는 제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고맙게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왼손잡이라서 겪거나 받았던 구박과 폭행, 그리고 불편 따위는 별로 억울하지 않아졌습니다.

☞관련 글 : 커피 잔이 일깨운 왼손잡이의 추억

왼손잡이는 이처럼 바지 지퍼 하나를 내리는 데도 손을 비틀어야 합니다. ^.^;


이런 소중한 말을 해 준 사람이 계십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이나 괴로움을 겪게 마련이고, 그 어려움이나 괴로움에 꺾이지 않고 잘 견디어 내면 그것이 사람 살아가는 데 커다란 힘이 된다는 얘기 말입니다.

왼손잡이에게 주어지는 구박과 폭행을 저는 잘 견디어 낸 것 같습니다. 

제게는 그래도 왼손잡이라서 빛나는 한 시절이 있을 수 있었다는 말씀부터 합니다. 
이어서 왼손잡이로 구박을 받은 덕분에 양손을 모두 쓸 수 있게 됐다는 말.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소중한 마음 속 자산인데요. 세상살이 여러 국면에서 같아야 하는데 다르다든지 달라야 하는데 같다든지 하는 차이, 나아가 차별에 감응을 꽤 할 수 있게 됐습니다.

1. 왼손잡이여서 빛나는 한 때가 있었다

창녕국민학교 다니던 70년대 초·중반에 저는 학교에서 탁수 선수 노릇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뭐 제가 특별하게 탁구를 잘해서가 아니라 키가 크고 날렵해 보이니까 뽑혔습니다.

제가 들어 있는 창녕국민학교 탁구부가 창녕군 대표가 되고 나아가 김해·밀양·창녕 3군 대표가 되고 마지막에는 경남 대표가 됐습니다. 74년에 일어난 일입니다.

저는 여섯으로 구성된 우리 탁구부에서 세 번째나 네 번째 정도 실력이 됐습니다. 그 때 5단식 2복식으로 단체전 승패를 겨뤘는데 단식과 복식 경기에 다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간 전국 규모 대회에 문교부장관기와 국무총리기가 있었는데 여기서 우리 탁구부가 모두 3등을 하게 됐습니다. 조그만 시골 동네 학교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창녕읍내 시가지를 한 바퀴 도는 카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무총리기 대회를 마치고 나서이지 싶은데, 꽃다발을 목에 걸고 용달차보다는 조금 큰 화물차 짐칸에 탔었지요.

왼손잡이가 아니었으면 누리기 어려웠을 호사였습니다. 스포츠에서 왼손잡이가 누리는 이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 그대로고, 그러므로 같은 실력이라면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가 유리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저는, 제가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탁구를 계속할 수 있었고, 또 당시로서는 드물게 우리 탁구부에 왼손잡이가 저를 비롯해 두 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3등이나마 손쉽게 하지 않았나 여깁니다.

2. 구박 덕분에 양손 다 쓸 수 있게 됐다

다음입니다. 저는 수저질과 글쓰기를 오른손으로 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왼손 쓰는 데 대한 구박이 없었다면 그리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힘쓰는 일은 아무래도 왼손이 낫지만 어지간한 일은 오른손으로도 어느 정도까지는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마찬가지 구박이 없었으면 익히지 못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날 때부터 오른손잡이여서 아예 줄곧 구박이나 폭행 따위 없이 살았다면 왼손 쓰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을 것 또한 틀림없습니다.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한 쪽 손만 쓰는 사람보다는 두 손을 모두 쓰는 사람이 신체 균형 감각도 뛰어나기 십상이고 이른바 좌뇌-우뇌 균형 발달도 낫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보람을 저는 제가 왼손잡이이기에, 또 왼손잡이에게 주어지는 집안과 세상의 구박이 있었기에 제가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라 여깁니다.

3. 구박 받다 보니 차별에 민감해지게 됐다

마지막 차이 그리고 차별에 민감해진 까닭 또한 저는 제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에 작지 않게 기대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나이에도 저는 왼손잡이라서 구박받고 얻어터지는 일이 이치에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제가 모자라고 덜 떨어진 인간이 아닌데도, 수업 시간에 왼손으로 연필을 잡고 오른손을 치켜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이기 우째 됐는지 손도 하나 제대로 못 드노!" 하면서 선생님이 꾸중과 매질을 퍼부을 때 저는 억울했던 것입니다.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나 똑 같은 인간인데, 다만 주로 쓰는 손이 오른손이 아닌 왼손이라는 조그만 다름만으로 차별과 불이익을 받으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조금씩 차이와 차별에 대해 생각해 왔지 싶습니다.

이런 덕분으로 저는 세상의 불평등과 불공정에 나름대로 민감해졌습니다. 어릴 적에도 별스럽지 않은 일로 구박을 받아야 하는 친구들이 안타까웠습니다. 더럽다거나 못 생겼다거나 집안이 가난하다거나 하는 까닭으로 차별 받는 아이들이 불쌍했습니다.

이를테면 동병상련이지요. 제가 차별을 받아 봤기에 그런 차별이 당하는 이에게 얼마나 서럽고 상처가 되는지를 뼈저리게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동병상련 또는 차이 그리고 차별에 대한 민감함이 저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외람되지만 자기 자랑이라는 오해를 무릅쓰고 좀 거창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동안 저는 편안함과 부유함 같이 누리면 좋겠다고 많은 세상 사람들이 여기는 그런 것들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그런 것들 누릴 깜냥이 아예 안되기도 하지만 ^.^)

대신 평등을 중심으로 삼은 기준이랄까 가치관을 나름 흐트러뜨리지 않고 40년 넘게 살아 왔고, 그렇게 올 수 있게 해준 힘의 많은 부분이 여기에 있다고 저는 여긴답니다. 서정주 시투를 빌리자면,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왼손잡이에 대한 구박이었다, 이렇게 되겠네요.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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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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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sungsim1 성심원 2010.02.23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둘째가 왼손잡이입니다.
    처음에는 생활 등에서 불편할 듯해서 오른손으로 교정(?)을 시도했습니다.
    님의 말처럼 부질없더군요.
    오히려 구박(?)을 받아서인지 양손을 다 사용합니다.
    그래서 오른손 전용인 저보다 낫다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님께서 말씀하신 차별에 민감하다는 말에 다시금 새겨듣습니다.

  2. Favicon of http://imgiggs.tistory.com 긱스 2010.02.23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왼손잡이는 아니지만, 우연히 알게 된건데 왼손이 힘이 더 세더군요. 아버지가 왼손잡이 임.

  3. Favicon of http://genchicken.kr 닭장군 2010.02.23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진리는 양손인듯 ㅋㅋ. 쌍수호박기술

  4. Favicon of http://mediagom.pdjournal.com gomdori 2010.02.23 1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렸을 때 왼손잡이였는데..김훤주 기자님과 비슷한 상황(?) 때문에
    오른손 잡이로 '전향'한 넘입니다..^^

    근데 역시 왼손잡이의 흔적은 몸의 곳곳에 남아 있더군요..
    이를테면...저는 지폐는 오른손으로 절대 '세지를' 못합니다..
    의식적으로 해보려고 했는데..참..어렵더만요...그냥 왼손으로 합니다..

    그리고..숟가락 젓가락 질....오른손에 상처가 나거나 다쳤을때..
    왼손으로 가뿐히 합니다..ㅋㅋ...별로 힘들지 않게..이상하게 자연스럽게 되더군요..
    그래서 가끔씩..왼손으로 밥을 먹기도하지요..

    가장 난감한 건...이른바 큰일(?)을 볼 때인데..
    큰일(?) 보고 나서...정리(?)할때...ㅋㅋ...
    이게 오른손으로 절대 안됩니다...아 이건 정말 안되던데..

    이 모든게..어릴적 상당히 스트레스였고...짓궂은 친구들에겐
    놀림감이 되기도 했는데....지금은 뭐..자연스럽게 생활하고 있습니다..ㅋㅋ

  5. Favicon of http://decemberrose71.tistory.com 커피믹스 2010.02.23 1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조카도 왼손쓰는데 조금 안스럽더군요.
    세상이 오른손잡이 위주라... 그래도 이제는 양손을 쓰니. 더 좋아졌다고 해야겠죠

  6. Favicon of https://eejemap.tistory.com 잡학왕 2010.02.23 1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인 생각으론 한국에서 왼손잡이는 양손잡이라고 해야 정답인듯 합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너무 심해요...

  7. 대하유유 2010.02.23 13: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은 왼손잡이라서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전 군대에서 좀 힘들었습니다.
    사격술이나 수류탄투척 훈련할 때 긴장도가 두배로 높아지더군요. 남들과 다르니까요..^^
    다만 주인장님의 글처럼 운동할 때는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특히 족구와 축구를 할 때는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체감한 왼손잡이라는 불편함 때문에
    결국 오른쪽으로 전향한 것이 많아져서
    이제는 운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왼쪽이 어색해졌습니다.
    왠지 나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랄까..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2.24 06: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향한 것이 많아져서" 참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하하 웃었습니다.

      저는 M16 사격할 때 탄피가 눈 앞으로 휙휙 지나갔습니다.

  8. 앵두언냐 2010.02.23 14: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왼손잡이인데 글자쓰는 것만 오른손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신기한게 처음써보는 종류의 글자는 왼손이 먼저 나가더라구요.
    예를들어 판서는 아직도 왼손으로 씁니다^^ 오른손으로는 못쓰겠더라구요;; 그래서 학교 다닐때 좀 안좋게 보는 애들도 많았죠;; 일부러 눈에 튀려구 그런다느니 뭐라니...;;
    처음 일어 나 한자 배울때 오른손으로는 잘 안써져서 왼손으로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른손으로도 써지게 되더라구요
    제생각엔 낯선것은 무조건 왼손이 먼저 나가고 조금 익숙해지면 오른손으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그림은 또 왼손으로 그리구요.
    전에 친구 닌텐도에 오른손 왼손 사용하는 비율?? 을 테스트 하는 게 있길래 해봤더니 왼손이 100%으로 치면 오른손이 89% 더군요.
    제가 왼손 잡이가 아니었으면 양손을 다 쓰지는 못했을거 같네요^^

  9. 2010.04.13 1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왼손잡이로 구박받아던 기억은 몇 십년이 지나도 지워지질 않네요.

    잘못이나 실수를 질책받았다면 안그럴텐데.

    타고 난걸로 구박을 받으니 억울함만..

    지금이야 저도 양손을 씁니다만..

    왼손잡이로 살기가 쉽지는 않지요.

  10. ㅎㅎ 2010.06.07 2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른들께 낄 자리는 아닌듯 싶지만 저는 13살이에요
    할머니의 구박으로 인해 양손을 다 쓰고 있죠 ㅋㅋㅋ
    얼마 전에 탁구를 시작했는데 주인님과 상황이 비슷하네요 애들이 칠 곳을 얘상을 못해요 ㅋㅋ

  11. 지나가던 사람 2010.08.05 16: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3번이 많이 공감이 되네요.

    저는 레즈비언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라는 사실이 저에게는 그 어떤 문제도 되지 않지만, 간혹 교정을 한다니 치료를 한다니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왼손잡이라는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이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짜여져있기 때문에 구박받고 불편한것처럼요, 제도나 인식이 이성애 중심적으로 짜여져 있기때문에 불편할 뿐이지 저는 제 정체성이 좋아요.

    차별을 받기에 다른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서러운지를 좀 알지요. 그런 감수성이 남을 헤아리고 제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지내지요. 지금 이 반가움처럼요 ㅎㅎㅎ

  12. Favicon of http://cafe.daum.net/lefties 왼손잡이 2010.10.25 15: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새로 오픈한 카페입니다^ 두뇌개발 왼손잡이에 관한 포스팅이 잘 되있어 저희 카페에서도 활동해주셨음 하고 한번들려봤씁니다.^^ http://cafe.daum.net/lefties <--요기로 놀러와주시고 좋은 자료들 많이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