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블로그 컨설팅

한국의 10·20대가 블로그를 모르는 까닭

기록하는 사람 2009. 11.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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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나 언론사 초청을 받아 블로그에 대한 강의를 하러 다녀보면 청중이 주로 30·40대 장년층이며 50대 이상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끔 대학의 언론 관련 학과나 대학신문·방송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인터넷에 가장 익숙할 것 같은 20대 학생들이 의외로 블로그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라게 된다.

물론 대학생들도 대개 네이버 블로그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갖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로써 블로그를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를 아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그들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는 개인 일기장이나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펌질하는 용도에 머물러 있었다. 중고등학교의 방과후 학교나 진로에 관한 강의를 하러 가본 적도 있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 각종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서 10·20대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기란 쉽지 않다. 한국의 블로고스피어는 3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50대 이상의 진입도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한국의 블로그 관련 각종 통계와도 일치한다.

인터넷과 가장 친화적일 것 같은 한국의 10대들은 블로그를 잘 모른다. 그 이유는 뭘까? 사진은 얼마 전 강의를 했던 한 고등학교의 학생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업과 취직이 당면 과제인 10·20대에겐 그만큼 심적·시간적 여유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아직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낮아서일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공적 네트워크인 블로그보다 개인과 개인간의 사적 네트워크인 미니홈피가 앞서 대중화했던 것도 원인일 수 있다. 즉 미니홈피를 이미 경험했거나 익숙해진 세대에겐 '1촌'을 넘어선 공개적인 글쓰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포털로서는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블로그를 도입했고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갖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가 미니홈피의 '1촌'과 비슷한 '이웃블로그' 기능을 제공했고, '스크랩' 기능을 통해 펌질을 권장하는 정책을 쓴 탓도 크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블로그를 미니홈피의 또다른 버전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고, 유난히 펌질 블로그가 많다고 보는 것이다. 네이버에 블로그를 갖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블로그의 핵심 기능인 RSS를 잘 모르거나 메타사이트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데서 연유한다고 본다.

어쨌든 나는 한국의 10·20대가 블로그를 활용하지 못하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 10대에게는 글쓰기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등을 길러 대학입시에서 논술 실력을 갖추는 데 더없이 유용한 도구임에도 여기에 주목하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논술뿐 아니라 자기가 공부하면서 새로 알게 된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해 올리면 복습 효과뿐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학습노트가 될 수도 있다.

또 그렇게 축적된 학생들의 블로그는 이후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었을 때 아주 중요한 평가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그동안 내가 관찰해온 초·중학생의 블로그 운영사례에 대해 정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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