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블로그 컨설팅

블로그는 입학사정의 중요한 실적자료다

기록하는 사람 2009. 11. 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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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한국의 10대와 20대가 블로그를 잘 활용하지 않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 바 있지만, 나는 블로그가 학생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관련 글 : 한국의 10·20대가 블로그를 모르는 까닭)

또한 인터넷이 발전하면 할수록 어차피 웹을 통한 사회적 인맥(소셜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웹을 통한 자기표현 능력 또한 사회생활에서 필수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학생 때부터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나누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진다는 것은 장차 그들이 주도해야 할 미래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당장 현실적으로도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높은데다, 입학사정관제 또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로그 운영은 크게 도움이 된다. 즉 논술에서 필요한 논리적인 사고력 향상과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데 블로그만한 도구가 없다. 또한 학생의 블로그에 축적된 각종 정보와 자료는 입학사정관의 평가에서도 아주 좋은 포트폴리오(실적 자료)이자 성장 기록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08년 3월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녀석에게 블로그를 권했다.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만들어주면서 블로그 주소를 정하는 것과 필명을 짓는 것, 그리고 블로그 스킨도 자신이 택하도록 했다. 블로그 이름은 녀석이 선뜻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길래 "그냥 태윤이의 놀이터라고 하면 되지"라고 말해줬더니 그렇게 했다.


우선 녀석이 블로그에 너무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너 어차피 책 읽고 나면 선생님에게 제출하는 독서노트 썼잖아.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공책에 쓰는 대신 블로그에 써봐."

그리곤 '태윤의 독서노트'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줬다. 또한 '즐거웠던 일''짜증났던 일'이란 카테고리도 함께 생성해줬다.

드디어 2008년 3월 30일 녀석이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썼다.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기 1>을 읽고' 라는 글이었다. 글은 굉장히 짧았다. 딱 일곱 문장이었다.

나는 어머니께서 갖다주신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기1>을 보았다.
그 책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지식이 많이 들어 있었다.
과학은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
나도 커서 아인슈타인처럼 지능을 높여서 이런 책을 많이 내고싶다.
물론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
그래서 꼭 유명한 과학자가 되겠다.
자신감을 갔자! 나는 꼭 유능한 과학자가 될수 있을 것이다!
약간 아쉬움이 많은 글이었지만 칭찬을 해줬다. "잘 썼네. 그래 그렇게 쓰면 되는거야." 그리곤 이렇게 댓글을 달아줬다. "글 잘썼는데, 맨 마지막 줄 "자신감을 갔자"에서 '갔자'는 '갖자'의 잘못된 표현인 것 같다."

같은 날 녀석은 '즐거웠던 일' 카테고리에도 '오늘 내 블로그를 만들었다'는 글을 썼다. 그 글은 여덟 문장이었다.
나는 오늘  아버지께서 블로그로 초대를 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나의 블로그를 만들수있었다.
바탕색은 검은 색으로 하였지만 아버지께서는 검은 색을 하는 것을 싫어하셨다.
그래도 나는 검은 색으로 하였다.
정말 멋었었다. 나의 네이버블로그보다 훨씬 멋있었다.
나는 오늘 만든 블로그에 내가 쓴 독서기록을 게시물로 올리기로 하였다.
아버지께서도 그말에 찬성하셨다.
나는 정말 즐거웠다.

녀석에게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재미와 동기부여 차원에서 글 한 건을 올리면 무조건 1000원씩 용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녀석은 글을 올린 날이면 내가 퇴근하자마자 손을 내민다.

다음뷰와 믹시, 올블로그 등 메타블로그에도 글이 송고될 수 있도록 RSS 등록을 해줬다. 글이 30건 이상 누적된 후에는 다음 애드클릭스와 구글 애드센스 광고도 붙여줬다. 다음뷰 베스트 글에 오르면 특별 상금으로 1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 후 녀석이 2009년 11월까지 총 20개월 동안 141건의 글을 썼으니, 건당 1000원씩 받은 용돈만 해도 14만 1000원이다. 또한 다음뷰에서 한 차례 송고하는 계정을 바꾸는 바람에 기록에는 7건만 남아 있지만, 실제론 총 14건이 베스트에 걸렸으니 그 상금도 14만 원이다. 애드클릭스는 총 3000원, 애드센스는 15달러 정도 수익이 누적돼 있다. 녀석은 20개월 동안 약 30만 원 정도를 번 셈이다. 그동안 누적 방문자 수는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독서노트나 영화, 드라마, 학습방법 등에 대한 검색으로 유입되는 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물론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돈 맛(?)'을 보여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다른 보상을 해줘도 좋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엄마가 주는 용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용돈을 벌게 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나쁘진 않다는 것이다.

틀린 글자나 잘못된 띄어쓰기가 보이면 그때 그때 지적해주고 스스로 고치도록 했다. 틀린 문장도 그렇게 고쳐줬다. 자연스레 '첨삭 지도'가 된 셈이었다. 녀석의 글쓰기 실력은 나날이 좋아졌다. 요즘은 200자 원고지 7~8매 분량의 글을 30분만에 작성할 정도로 속도도 빨라졌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이 사라졌다는 것도 큰 성과다. 제목도 스스로 알아서 척척 잘 붙이는 단계가 됐다.

녀석에게 어떻게 글을 그렇게 빨리 쓸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뭘 쓸지 생각하는 시간은 좀 걸려요. 그런데 생각을 하고 나면 글쓰는 것은 쉬워요."라고 대답했다.

어느 정도 탄력이 붙고 나니 녀석이 TV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기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TV와 영화보기' 카테고리도 만들어줬다. '즐거웠던 일'이나 '짜증났던 일'에 해당되지 않는 글은 '태윤이의 생각'이라는 카테고리에 썼다.

그러던 중 녀석이 다니던 학원을 끊고 혼자 스스로 공부를 해보겠다고 선언했다. 녀석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한 가지 약속을 받았다. 혼자 알아서 공부하는 대신 반드시 그날 뭘 공부했는지를 짧게나마 블로그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카테고리는 '알게 되는 즐거움') 그랬더니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났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공부를 해야 했고, 그 내용을 글로 올리는 과정에서 저절로 정리와 복습이 되었던 것이다.

아래는 녀석이 최근에 혼자 공부한 결과에 대해 쓴 글이다.

  1. 2009/11/17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먹는 컵라면의 맛 (8)
  2. 2009/11/15 쉽게 외우는 요령을 터득했다 (7)
  3. 2009/11/14 주말에 학원 가서 공부를 했다
  4. 2009/11/12 공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4)
  5. 2009/11/10 잘못 알았던 것을 바르게 알았다
  6. 2009/11/08 수학공부, 어렵지만 열심히 하겠다. (4)
  7. 2009/11/08 이상하게 해석해서 더 잘 외워졌다 (2)
  8. 2009/11/05 우리와 나의 모습에 대해 배우는 즐거움
  9. 2009/11/03 공부는 외우기보다는 이해해야 한다
  10. 2009/11/01 나에게 영어를 쉬운 과목으로 만들겠다
  11. 2009/10/31 EBS 선생님의 실수하는 모습을 보고...
  12. 2009/10/31 공부,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즐거움 (2)
  13. 2009/10/30 영어 최상급 공부가 조금 어려웠다
  14. 2009/10/27 역시 사회 과목은 흐름을 이해해야 쉽다 (2)
  15. 2009/10/27 역시 수학을 위해 학원을 다녀야겠다
  16. 2009/10/26 EBS를 들으니 문제풀기가 쉬워졌다
  17. 2009/10/22 오랜만에 집에서 공부해봤더니…

녀석은 그렇게 한 달을 해보더니 "수학과목 만큼은 학원에 다시 다녀야 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은 이틀에 한 번 학원에 간다. 학원 가는 날은 피곤하니 블로그에 올리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녀석은 가끔 학원에서 공부한 내용도 블로그에 올린다.

녀석의 블로그에 찾아와 격려 댓글을 달아주는 단골 방문객들도 생겼다. 어린 학생이 기특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악플은 거의 없다.

격려 댓글을 달아주는 단골방문객도 생겼다.


나는 녀석의 블로그가 4년 후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게 될 때 중요한 성장기록물로 제출될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이는 '과연 그게 자신의 블로그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블로그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개인의 다양하고 세밀한 삶의 기록을 보면 아무리 의심할래야 의심할 수가 없다. 그 때쯤이면 누적된 글의 건수만 해도 500건에 이를텐데, 그걸 벼락치기로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다음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블로그 강의의 경험을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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