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가을의 진미 전어회 맛있게 먹는 법

기록하는 사람 2009. 9. 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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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요즘 남쪽 지방은 온통 전어철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선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을 전어가 반갑다. 그도 그럴 것이 한여름 더울 때에는 '비브리오 패혈증'이 무섭기도 하지만, 대개 여름 회는 살이 물러서 맛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올 때쯤 살이 단단하고 기름진 전어가 잃었던 입맛을 살려준다. 또한 전어는 '봄 도다리'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에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어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어회를 활어 상태로 식당이나 횟집에서 팔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 횟집 수족관에 전어가 살아있는 상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약 10여 년 전쯤인 것 같다. 지금도 성질이 급한 어종이라 수족관에서 하루만 지나면 죽어서 떠오르는 전어가 많은데(그런 전어는 횟집에서 구워 서비스로 준다.), 10여 년 전만 해도 살아있는 상태로 운반하는 기술이 없었다.

동네 분식집에서 주인 아줌마 친구들의 계모임 상차림에도 회가 준비되었다. 접시의 절반은 전어회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비록 죽은 전어지만 싱싱한 놈을 시장에서 사와 그냥 집에서 비늘을 긁고 지느러미를 자른 후, 숭숭 썰어 회로 먹곤 했다. 가을 전어는 살이 단단한데다 뼈가 물러 굳이 포를 뜰 필요도 없이 뼈째 썰어먹어도 되기 때문이다.


보통 집에서 전어회를 먹을 땐 미나리와 양파 등을 함께 썰어넣고 초고추장으로 비벼서 회무침으로 먹었다. 이른바 '막회'다. 하지만 그렇게 먹으면 아무래도 고기에 물이 배어들어 살이 물러진다.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먹어도 좋겠지만, 단단한 육질과 고소함을 느끼고 싶다면 그냥 회로 먹는 게 낫다.

마산시 산호동 만석초밥의 전어회 막장.


전어를 회로 먹을 때도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사람들이 있지만, 남쪽 지방에서는 주로 된장에 마늘과 고추를 잘게 썰어넣고 참기름을 두른 막장에 찍어먹으면 더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 특히 고소한 것은 봄에 부화하여 여름내내 성장한 것이 가을에 살이 오르고 지방질이 1년 중 가장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이 시기에는 뼈가 연해지기도 한다니 회로 먹기에 가장 좋은 어종이라는 것이다.

만석초밥의 전어회 상차림.

만석초밥의 전어회. 다양한 방식으로 썰어준다.


그래도 이가 좋지 않아 뼈째 먹기 어려운 사람은 미리 '포를 떠 달라'고 부탁하면 그렇게도 해준다. 나는 주로 반반씩 해달라고 주문하는 편이다.


엊그제는 회사 앞 일식집(만석초밥)에서 전어회를 하기에 먹어봤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썰어주어서 여러가지 전어맛을 맛볼 수 있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포를 떠서 넓적하게 썬 것도 있고, 가늘게 썬 것도 있으며, 뼈째 썰어준 것도 있다.

만석초밥의 소라고둥.

만석초밥의 꽁치구이와 골뱅이 무침. 이를 주지 않고 꽁치를 줄까? 죽은 전어가 없었나?


이 한 접시를 둘이서 다 먹고 좀 모자라 추가주문을 했는데, 나올 때 계산을 해보니 횟값 4만 원과 소주 두 병 8000원이었다. 역시 일식집이라 일반 횟집보단 좀 비쌌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야채 샐러드와 소라 고둥, 꽁치구이 서비스와 조용한 독방의 자릿값을 더한다면 괜찮은 편이었다.


마산의 전통식당인 도원식당의 전어회.

도원식당 입구.


그보다 앞서 마산이 낳은 세계적 조각가 문신 선생도 생전에 자주 찾았다는 마산의 전통적인 도원식당에서도 전어회를 먹었는데, 그곳은 전어 한 접시에 1만 5000원이었다.

도원식당은 초고추장과 막장을 함께 내놨다. 입맛대로 찍어먹으라는 것이다. 그날 1960년 민간인학살 전국유족회장이었던 노현섭 선생의 아들 노치웅 씨와 함께 먹었는데, 둘 다 초고추장은 손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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