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비오는날 장어구이 거리 가보셨나요?

기록하는 사람 2009. 8. 15. 19:03
반응형

올 여름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그래서인지 마산 사람들은 횟집보다 남성동 해안가의 장어구이 거리를 많이 찾는 것 같다.

여름이면 장어구이 거리로 바뀌는 이곳은 원래 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곳이다. 그런데 약 10여 년 전부터 여름철 비브리오 파동으로 횟집의 매출이 격감하자 횟집 주인들이 여름 한 철 대안으로 장어구이 메뉴를 선보이면서 그렇게 되었다. 사실 여름 장마철엔 비브리오가 아니더라도, 회가 무르고 별로 맛이 없다.

지난 2003년 후배기자를 시켜 이곳 취재를 시킬 때만 해도 장어구이를 파는 집은 20여 개 업소였다. 그런데 지금은 줄잡아 약 40여 개소는 되는 것 같다.

2009년 여름의 장어구이 거리.


2003년 여름의 장어구이 거리.

얼마 전 비오는 날 아내와 아들녀석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비바람이 치는 저녁이었지만, 천막마다 손님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천막을 친 곳은 거의 없었다. 그냥 바닷가 길에 탁자와 플라스틱 의자를 내놓은 게 고작이었는데, 올해는 아예 비바람을 막아줄 튼튼한 천막은 물론 평상까지 설치한 집이 많았다.

우리 가족도 평상이 놓인 한 집을 찾아 장어구이 3인분을 시켰다.

2003년엔 장어 1인분(180g~200g)에 8000원이었는데, 지금은 1만 원씩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몇 g인지 표시도 없었다. 그래도 다른 음식이나 안주거리에 비해 싼 편이다. 단백질이 많은 음식이어서 세 명이 3인분만 먹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장어를 먹다가 좀 개운한 걸 먹고싶으면 조개구이를 추가로 시켜먹어도 된다. 조개구이는 좀 비싼 편이다. 아무래도 살아있는 조개를 내놓기 때문인듯 하다. (물론 장어도 살아 있는 것이지만….)


장어는 숯불 위에 석쇠를 얹어 손님이 직접 구워먹는데, 하얀 맨살보다는 검은 껍데기부분부터 굽는 게 태우지 않는 요령이다.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비오는 날 장어거리는 북적였다.


이렇게 숯불과 밑반찬, 그리고 장어뼈 튀긴 것이 미리 나온다. 장어뼈 튀김은 바삭바삭하여 마치 과자를 먹는 것 같다. 이건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더 고소한데, 이 집에선 고추장을 주지 않았다.


석쇠의 왼쪽 부분은 은박지가 씌여 있다. 장어가 적당이 익으면 은박지 위로 옮겨 양념을 발라 먹으라는 것이다.


자 이렇게 노릇노릇 구워내면 된다. 살아 있는 장어는 그냥 회로 먹기도 하므로, 너무 심하게 익히지 않아도 된다. 지금부터 노릇노릇 먹음직한 장어구이 사진을 보며 군침을 삼켜보자.


우리가 이렇게 장어구이를 먹고 있는데, 뒷자리에 앉은 40대 남자 세 명이 회를 시켜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회가 '통사시미' 형태로 나왔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 한 장 찍자고 양해를 구했다. 벵어돔이라는데, 15만 원이란다.


이렇게 눈으로만 벵어돔을 맛본 후, 장어국수 두 그릇을 시켰다. 장어국수는 3000원이다.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장어국수까지 먹고 나니 더 이상 배가 불러 소주 한 잔도 더 마시기 어려웠다. 일어서서 해안을 돌며 산책을 했다. 배가 좀 꺼지길 바라면서….

이곳 마산 바닷가는 사실 낮에는 갈 데가 못된다. 바닷물이 별로 깨끗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변환경도 지저분하다. 그러나 밤에는 어둠이 지저분함을 좀 감춰주기 때문에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등대도 있고….

솔직히 내가 찍은 사진이지만, 마산 남성동 해안가 밤풍경이 이렇게 멋질 줄은 몰랐다. 이건 그야말로 사진빨이다. 실제 가보면 실망한다. 그래도 장어구이는 괜찮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