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여수 간장게장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록하는 사람 2009. 8. 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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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최근 전남 여수에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지난 7월 3일 블로그 강의를 위해 한 번 갔었고, 22일엔 2012년 여수엑스포 홍보를 위한 블로그 팸투어단의 일원이었습니다. 두 번 다 먹어본 여수의 향토음식이 간장게장과 돌산 갓김치였습니다. 간장게장의 경우 한 번은 향일암 아래의 한 식당에서 먹었고, 두 번째는 오동도 인근의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여수에서 여수의 대표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간장게장과 갓침치를 꼽더군요.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이 두 음식은 그냥 밥반찬이지 독립적인 요리메뉴가 되기엔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관련 글 : 외지인이 미리 본 여수엑스포 먹·볼거리)

물론 두 음식은 전국 어디서나 흔히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충분히 지역경쟁력은 있습니다. 특히 갓김치는 그 알싸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어서 돼지수육이나 삼겹살과 함께 먹어도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갓김치의 톡 쏘는 맛은 겨자 성분 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더욱 돼지고기와 어울릴 것 같습니다. 겨자가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주는 역할도 한다니까 말입니다.

여수 돌산갓김치. 1년 6개월 묵은 김치와 6개월, 그리고 금방 담근 게 각각 특유의 맛을 자랑한다. 물김치도 정말 시원했다.


따라서 여수시는 그냥 밥반찬으로서 갓김치가 아니라, '묵은지 갓김치 돼지보쌈' 같은 술안주 메뉴를 개발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개도막걸리'도 함께 먹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그리고 현지에서 반장게 또는 돌게라고 부르는 걸로 담근 간장게장은 알고보니 꽃게보다는 작은 민꽃게장이더군요. 그것도 먹을만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꽃게장에 비해선 좀 맛이 떨어졌습니다. 물론 꽃게장은 너무 비싼 게 흠이지만, 거기에 맛을 들인 사람에게 민꽃게장은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저는 게 특유의 향이 강한 참게장을 좋아합니다. 관련 글 : 참게 잡는 법, 그리고 참게탕의 맛)

그런대로 먹을만 했지만, 다리는 너무 단단해 먹을 수 없어고 담아내는 정성도 부족해보였다.


게다가 꽃게보다는 싸서(1인분 게장정식 7000원) 그런지, 그릇에 담아내는 것도 별로 정성이 없어보이더군요. 대충 딱지와 다리를 뜯어 플라스틱이나 스텐 그릇에 담아 내놓더군요. 한마디로 게장과 손님에 대한 예우가 부족해보였습니다. 비싼 꽃게보단 흔하니까 이렇게 푸대접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몇 개월 전 대전에서 먹은 꽃게장을 한 번 볼까요? 대전시 서구 용문동 한국방송광고공사 대전지사 맞은편에 있는 할머니 꽃게탕집의 꽃게장(1인분 1마리 1만5000원)입니다. 사진을 잘 찍진 못했지만, 각각 꽃게 한마리씩의 온전한 모습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게 나옵니다.

대전 할머니꽃게탕집의 간장게장.

게딱지와 몸통, 그리고 다리가 온전하게 배열돼 있고, 그 위에 풋고추와 깨소금을 뿌렸습니다. 사진에는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다리도 각각 가위로 길을 내어 단단한 껍질을 쉽게 떼어낸 후 빨아먹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담아낸 용기가 플라스틱이나 스텐그릇이 아니라 도자기여서 더욱 음식의 품격을 높여줍니다.

더욱이 게장 국물에 싸먹을 수 있도록 바삭한 돌김도 함께 줍니다. 사실 제 생각에 간장게장에는 김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여수에선 두 번 다 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여수의 민꽃게장은 그냥 딱지와 다리를 뜯어줄 뿐 다리에 가위질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웬만큼 강한 이빨을 가지지 않은 이는 단단한 집게발이나 다리는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깝지요.

물론 여수의 간장게장은 무한리필입니다. 그게 후덕한 인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싸구려 취급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긴 어차피 간장게장은 짜기 때문에 많이 먹을 수 없습니다. 특히 중부지방의 꽃게장에 비해 여수의 민꽃게장은 짜더군요. 짜게 담갔다는 것은 더 오래 보관하기 위한 걸까요? 그렇다면 더 맛이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 개인의견일수도 있겠지만, 여수 간장게장도 접시에 보기좋고 먹기좋게 잘 배열하여 내놓는 방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꽃게보다 크기가 작아서 그게 쉽지 않다고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TV홈쇼핑에서 보면 가끔 돌게장이 나오는데, 거기선 그렇게 배열하여 보여줍니다. 훨씬 먹음직스럽지요.

그리고 애초 담글 때 함께 넣었던 고추뿐 아니라, 내놓을 때도 풋풋한 새 고추와 깨소금이라도 좀 뿌려주면 한결 신선해보일 것 같습니다.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하니까요.

여수 오동도 근처에서 먹은 간장게장 기본 상차림. 별 특징이 없고 맛도 좀 아니었다.


또 지난 22일 오동도 근처에서 먹었던 여수 간장게장은 함께 나오는 밑반찬들이 정말 수준이하였습니다. 뜨내기 손님들만 상대하는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역 근처의 질낮은 식당들 음식수준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7월 4일 향일암 아래에서 먹었던 게 훨씬 나았습니다. 간장게장의 맛은 별로 차이가 없었지만, 묵은 갓김치와 새 갓김치, 그리고 갓으로 끓인 시래기국 등이 맛을 보완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관련 글 : 관광지 음식, 먹을만한 것도 있다)

향일암 아래의 한 식당에서 먹은 간장게장.

향일암 아래 식당에서는 묵은 갓김치와 바로 담근 갓김치, 그리고 갓으로 끓인 시래기국을 푸짐하게 줬다.


그래서 여수 간장게장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밑반찬에서부터 여수의 진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나름대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준을 가지고, 여수시가 행정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식당을 대상으로 음식 인증마크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한다면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때 전국의 미식가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아울러 간장게장이나 갓김치 말고도, 돗병어회라든지, 노란가오리회, 갯장어(하모) 샤브사브 등을 다양하게 특화한다면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여수는 그야말로 맛의 도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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