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5000원짜리 가정식 백반, 이쯤은 되어야지

기록하는 사람 2009. 9. 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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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대학원 석사과정 영어시험(9일)과 종합시험(10일)을 마쳤다.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았다.

종합시험 마지막 시간에 감독관으로 들어오신 교수님께서 마치고 점심이나 함께 먹자고 하셨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과 모두 함께 교수님이 안내한 식당으로 갔다. 경남대 인근에 있는 약초갈비라는 식당이었다. 나는 교수님이 점심 때부터 갈비를 뜯자고 하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교수님은 자신만만하게 '정식'을 시켰다. 아, 그런데 나오는 음식을 보니 요즘 웬만한 식당에선 먹기 어려운 그야말로 '가정식 백반'이다. 반찬 하나하나가 감칠맛이 있었고, 정성이 느껴졌다. 어떤 식당에선 고등어조림을 한꺼번에 조리해놓고 식은 걸 내놓기도 하는데, 이 집은 제대로 뜨거웠고 고등어도 싱싱했다. 갓 조린 맛이었다.


가지나물도 맛있었고, 고추, 무 콩나물 무침도 좋았다. 특히 쌈으로 상추와 배추 외에 호박잎을 함께 주는 것도 내 취향에 맞았다.

결정적으로 나를 감동시킨 것은 국이었다. 정말 싱싱한 조개를 넣어 시원한 조갯국을 끊여 내온 것이었다. 대충 끓인 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아침에 어시장에서 바로 사온 조개를 넣은 것 같았다.


조갯국만으로는 좀 심심할까봐 된장국도 준다. 그리고 열무로 담은 물김치도 역시 시원하고 칼칼한 게 제맛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가격과 서비스다. 함께 먹은 사람들에게 고등어조림이 입맛에 맞았는지, 더 달라고 하자 처음 나온 것보다 훨씬 푸짐하게 리필을 해준다.

교수님은 언젠가 이 식당에서 "집에서 먹는 음식 같다"고 말했다가 일행으로부터 "집에서 이렇게 잘 먹어?"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고 한다.


밥을 다 먹을 즈음 사과를 깎아 후식으로 준다. 그것까지 먹고 나니 주인장이 커피를 마실지 묻는다.

이 모든 서비스와 맛이 5000원이다. 어딜 가서 이렇게 입에 맞는 밥을 5000원에 먹을 수 있을까? 기분좋은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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