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아주 좋아하지만, 두주불사, 주종불문형은 아니다. 소주 이외의 다른 술은 잘 마시지 못한다. 특히 맥주를 마시면 마치 위가 물을 넣은 고무풍선이 된 것처럼 무거워짐을 느낀다. 걸으면 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10여 년 전 사상의학에 대해 좀 아신다는 한 교수님이 진맥을 해보시더니 "술은 맥주보다는 독주가 체질에 맞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위스키 같은 양주는 이상하게 입맛에 맞지 않는다. 특유의 냄새가 싫다.

그래서 결국 가장 내 입맛에 맞는 것은 소주 뿐이다. 외국에 나가봐도 소주만큼 좋은 술은 없다. 일본소주는 닝닝한데다 쓴맛밖에 느끼지 못해, 어쩔 수 없이 1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한국 관광소주를 사 마시기도 했다.

일본에선 소주가 맛이 없고, 한국소주를 찾으면 좀 비싸다. 작년 일본 도쿄의 한 선술집에서...

요즘 이상하게도 막걸리가 끌린다. 사진은 집 앞 막거리집의 홍탁.


그나마 중국은 북경 이과두주가 있어 다행이었다. 이과두주는 값이 쌀 뿐만 아니라 좀 독하면서도 한국의 소주 맛과 거의 흡사하다. 이과두주는 한국에서도 중국집에 가면 가끔 시켜먹는 술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내 술 취향에 변화가 생겼다. 이상하게도 막걸리가 끌리는 것이다. 여름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경기불황 탓에 주변에 막걸리집이 많이 생겨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한 보름 동안 계속하여 막걸리를 마셨다. 음악주점에서도 마셨고, 퇴근 후 집에서도 마셨고, 집앞 막걸리집에서도 마셨다. 얼마 전에는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마셨다.

그날도 집 방향이 같은 후배 김두천 기자와 걸어오던 중 막걸리가 마시고 싶어졌다. 그래서 몇 번 가봤던 집 앞 막걸리집에 들렀는데, 만원이라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후배와 나는 골목길 슈퍼마켓 앞 길에 놓인 파라솔 밑에 앉았다. 가게에서 마산생막걸리와 부산생탁을 사와 종이컵에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부산생탁은 맛이 좀 달았다. 마치 막걸리에 사이다를 탄 듯 했다. 그래서 다음부턴 병이 빌 때마다 마산생막걸리를 가져왔다.


마땅한 안줏거리가 없어 포장된 쥐포를 사다 먹고 있으니, 맞은편 단골 횟집 안사장이 보고 접시에 묵은 김치와 삶은 감자, 데친 오징어 등을 쟁반에 담아 갖다준다. ㅎㅎㅎ 길에서 먹으니 이런 재미가 있다.

마시고 있던 중 최근 우리 아파트로 이사 온 권범철 화백(노컷뉴스에 만화 연재 중)도 합류했다. 그날 도대체 몇 병의 막걸리를 마셨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대취했다.

길거리에서의 막걸리 성찬.


이처럼 막걸리는 비싼 안주 없이도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른 술과 섞어먹지만 않는다면 아침에 머리가 아플 일도 없다. 술 자체에 칼로리가 높으니 그냥 밥먹는다는 생각으로 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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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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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구르다보면 2009.08.02 1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도 가진 생각..
    술을 무슨 맛으로 먹나...ㅎㅎ

  2. 송순호 2009.08.02 2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하~~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사진에 있는 홍탁은 진짜 먹음직 스럽네요.
    뒤에 숨어 있는 명태전도~~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건강에 안 좋습니다.
    쬐끔만 드시길...

  3. 2009.08.02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Favicon of http://www.humornara.kr 유머나라 2009.08.02 2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먹음직해 보이네요. 적게 마시는 술은 약이라 그러죠~

  5. erpeace 2009.08.02 2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소주가 제일이라 생각하던 사람중에 한사람이었습니다....................
    그치만 그 위세를 위협하는 주가 있었으니

    바로 막 걸 리 !
    매력에 빠져들면 빠져나오지 못하는것 같아요
    여러가지 막걸리가 있다보니 호호
    그 매력 !
    한동안은 정신 못차릴 것 같네요 ㅎ

  6. Favicon of http://blog.okcj.org 청공비 2009.08.02 2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소주보다는 맥주를 좋아합니다.
    그래봤자 500cc 마시면 배불러서 못 먹습니다.- -;
    그런데 요즘 막걸리가 당기네요.
    얼마전에 청원에 세왕주조(허영만님의 식객에 출연한 곳)란 곳을 다녀왔는데 운전을 해야되서 그냥 맛만 봤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오래된 양조장에서 만든 진짜배기 생막걸리라 그런지 미칠듯이 술맛이 당기더군요.
    그 후로 집 냉장고에 캔맥주 사다 놓고 하나씩 까고 있습니다.
    조만간 일하는 곳에서 40분 정도 거리기는 해도 생막걸리 사러가서 여기 저기 나눠줘야 겠습니다. ^ ^;

  7. Favicon of http://skynautes.tistory.com 바람처럼~ 2009.08.02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생각에도 막걸리는 특별한 안주 없이도 김치만 있음 먹을 수 있는거 같아요 ㅋ

  8. Favicon of http://ani2life.egloos.com A2 2009.08.03 0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막걸리에 사이다 타는게 싫더라구요.
    순수한 막걸리가 좋아요. ^^

  9. Favicon of http://pplz.tistory.com 좋은사람들 2009.08.03 0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막걸리 보다더 조 종지에 담긴 오징어가 더 땡기는데요~ 낼름@@

  10. 보라매 2009.08.03 0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꾸 이런 글에 '나중에 한번 같이 합시다' 댓글하고...

    나중에 그거 다 돌아볼려면...

    족히 1년을 걸릴것 같네요..^^

    그래도...


    '나중에 같이 한 잔 하시죠'

    길거리에서...

  11. 세명 2009.08.03 05: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막걸리 맛있게 먹는법 하나 !
    막걸리 한 컵(쥬스잔 정도의 크기)에 요구르트 한병과 식초 적당량(기호에 따라 량을 가감함)을 넣고 드셔 보세요. 별미를 느끼실겁니다.

  12.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실비단안개 2009.08.03 07: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외출 시에 작은늠과 제가 즐겨 챙겨오는게, 순대인데요, 막걸리도 챙겨옵니다.
    술 맛을 모르니 순대에는 막걸리 이런 공식으로요.

    한 번은 막걸리에 딸기를 주물러 주었는데, 그것도 괜찮더군요.

    집에 남자가 술을 마셔야 술이 늘텐데 -
    어제는 장어집에서 스페셜로 먹었는데, 와인이 기본으로 나오더군요.
    이 남자 - 와인 대신 음료수 주세요 - 하데요. 물론 운전도 해야 하지만, 겨우 와인 반 잔이었는데.
    가끔 김이 빠집니다. 포차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살아야 하니까요 -

  13. 민병욱 2009.08.03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을 보아하니, 부장님 집 근처(용마초등학교 앞)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