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가 경남일보 초대주필을 지낸 장지연(張志淵·1864~1921)을 최근 조사대상자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이 사실은 8월 29일 연합뉴스에 먼저 보도됐고, 이어 경남일보도 31일자 1면에 장지연 초상화와 함께 보도했다.

마침 경남도민일보에도 진주의 추경화 씨가 장지연의 조사대상 제외를 환영한다는 취지의 독자투고를 해왔다. 그는 이 글에서 '중단되었던 기념사업도 다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지연의 친일행위에도 불구하고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모여 추모 및 기념사업을 하는 데 대해서는 누가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업을 하기 위해 정부나 자치단체에 손을 벌리는 것은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국가기구인 반민규명위가 그를 친일반민족행위자에서 제외했다고 해서 그의 친일행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친일명단 1000명과 4800명의 차이는?

장지연.

어차피 국가에서 추진 중인 친일청산 작업은 대상이 협소할 수밖에 없다. 당장 반민규명위의 조사대상이 1000여 명에 불과한 반면 역사학계에서 추진 중인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는 그보다 무려 다섯 배에 가까운 4800여 명이라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선정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이번 장지연의 제외는 '국가의 단죄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일뿐 '역사적 단죄 대상'에서까지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4800여 명의 친일인사 명단에서 빠진 사람이라도 완벽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 편찬위원회가 정한 '선정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지역에서 일제 앞잡이로 행세하며 동족에게 행패를 부리던 친일파들은 4800명보다 훨씬 많았다. 다만 문서기록으로 그 죄상이 증거물로 남지 않아 제외됐거나 이른바 '잔챙이'여서 빠진 인물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명단에 수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의 모든 흠결이 사라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반민규명위의 결정이 정치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장지연 제외도 그렇지만, 대표적인 친일단체인 국민총력연맹 참사와 조선임전보국단 이사를 지냈고 수많은 친일 글을 썼던 현상윤 고려대 초대총장이 빠진 것도 그렇다. 이에 따라 심사 중인 이화여대의 김활란, 연세대의 백낙준, 동국대의 권상로도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역시 국민총력연맹 참사와 임전보국단 이사를 지냈던 조선일보 방응모와 동아일보 김성수 역시 정치적인 이유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군 장교였던 박정희는 아예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역사적 단죄'에서도 면죄부 준 건 아니다

내가 볼 땐 국가기구인 반민규명위의 11인 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추천, 그리고 국회에서 정당 추천 인물로 구성되는데,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 추천으로 친일청산에 반대해온 뉴라이트쪽 인물도 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에 정치적 고려가 있어선 안 되겠지만, 그렇게 국회 의석 순으로 자리를 나누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장지연이 주필로 있던 1911년 11월 2일자 경남일보에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 축하기념시가 실려 있다.

물론 장지연처럼 방응모와 김성수, 김활란 등이 최종명단에서 빠진다 하더라도 그들의 친일행적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 단죄 대상'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그들 역시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문제는 이번 장지연의 경우에서 보듯 국가의 단죄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기념사업을 하자는 논리로 비약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무릇 기념사업이란 공과(功過) 중에서 공만 추켜세우는 것이다. 이은상·조두남이 그랬고, 박정희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가 박정희 기념관에 대한 국가예산 지원과 관련, 명쾌하게 정리한 바 있다. '찬반이 엇갈리는 특정인의 기념관은 그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돈을 거둬 지으면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지연을 추앙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돈을 거둬 하면 된다. 내가 낸 세금에까지 손을 벌리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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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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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2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정운현 2009.09.02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름이 머물렀다 지나가도 달은 거기 남고,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도 나무는 남습니다.

    누가 뭐래도 '역사적 진실'은 고스란히 남습니다.
    그리고 대개 그들이 활동했던 무대,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3. 늘푸른 2009.09.02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말에 절대 동감입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뉴라이트라!! 아주 제대로 이상하게 돼가는군

  4. Favicon of http://ksoul.tistory.com/ 한줌 2009.09.02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식인의 죄와 벌'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전후 프랑스의 나치 부역 지식인 숙청을 정리한 책인데 '원사이드하게' 진행된 게 아니었더군요. '프랑스는 전후에 싹 청산했다' 뭐 이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좌우를 대표하는 지식인 카뮈와 모리악의 지상논쟁도 있었고, 거칠게 표현하자면 '무용론' '회의론' 같은 것도 많았고요. 그냥 되는 게 아니구나, 어디나 어느 시기나 반동은 있구나.. 새삼스럽지만,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프랑스 같은 선례나 과정들이 위로(?)가 될까요. 우리사회야 많은 시간을 흘려버렸고 지금도 그렇지만 말이죠. 정운현 선배의 동아일보 연재물도 꼼꼼이 읽어보고 있는데 꿋꿋하게 들춰내고 규명하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실감하네요.

  5. Favicon of http://kbh12992930@hanmail.net 구본흥 2009.09.02 1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식한 하급 경찰의 순사보조나 군졸병 들의 친일과 조선인들에대한 만행은 극히 소규모로 축소 됩니다.단지 한지역 또는 한시기일 뿐이죠.그러나 지식인의 그것도 암담하고 덜개명한 시기의 지식인의 부역과 친일은 전국 또는 여러 시기를 두고 악영향을 미치고 나라를 어둡게 합니다.방가 일가와 김성ㅇ일가등 그리고 장지연등도 반드시 후세에 경계로 삼고 또한 친일 재산도 환수해서 집밖의 역적이 집안의 영웅이 되는 중국의 부패관료와 같이 되지안게 해야 할겁니다.

  6. Favicon of http://lovetree0602.tistory.com 초록누리 2009.09.03 09: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확하신 표현 글 속에 있네요.
    하려거든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돈 걷어서 알아서 해라....
    정말 그렇게 하십시요들....

    중요한 것은 까마귀가 흰옷 입는다고 백로가 되지는 않지요.
    기념사업한다는 것도 화가 나는데 세금에 손까지 벌리다니..안될 말이지요..

  7. 오호통재라 2009.09.03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쾌합니다.

  8. .. 2009.10.13 2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일 문학가에 대한 관대함은 상당하더군요. 단지 글로써만 바라봐야 한다느니, 문학사에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느니 식의 옹호의 글이 대부분이더군요.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과학 자체도 과학의 가치중립성에 대해 지탄을 받고 있는데, 하물며 글인데 말이죠.

  9. 권지혜 2009.11.01 15: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전남대학교에서 특강들을 학생입니다^^
    친일파 레포트를 쓰다가 들르게 되었는데
    장지연님도 친일파라는 말에 놀랐지만ㅎ
    '내가 낸 세금에까지 손을 벌리지 말란 말이다.'
    너무 와닿는군요

  10. Favicon of http://kimchangkyu.tistory.com/ 죽지않는돌고래 2009.11.06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이 블로그를 볼 때마다 왜 이렇게 속이 시원한지 모르겠습니다. ^^/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11. 미들맨 2009.11.06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일행위, 반민족행위에 대한 이해할수 없는 관대함과 이상한 잣대의 옹호를 보면서 절망 같은 감정을 느낀다 -그시절엔 어쩔수 없었다. 그에겐 대신 이러저러한 업적이 있었다.- 이런 이율배반적이고 표리부동한 가치관과 잣대가 한국엔 여전히 존재하는구나.

    그것이 지금의 유럽과 한국의 차이이고 일본과 한국의 차이인 것인가?

    전범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조차도 자신의 죄지은 손으로 단죄의 칼날을 휘둘렀는데, 이들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는 스스로 쉬쉬하고 덮어두려 하고 있다. 일본의 언론이 한국의 친일행위자들을 비웃었던 것을 이들은 알고나 있을까?

    미국에 조선의 지배를 애걸하고 친일파과 미군정의 기반위에서 권력을 잡았던 이승만을 경배하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존재하는 나라 대한민국....
    이미 그 얽혀버린 실타래를 푸는 것은 요원해지는 것인가? 결국 이 모든것은 국민이 그 열쇠를 쥐고 있는데 상황은 그리 밝지 못한듯 하다.

    여전히 적지 않은 국민들이 그들을 옹호하거나 심지어는 무관심한 상황이니....

  12. 학도 2010.01.23 2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훌륭한 글입니다.

  13. Favicon of http://unific.com.ne.kr 최억만 2012.01.21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祝天長節
    애국을 하여 잘 나가다가 백범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의사와 함께 하지못하고 아까운
    筆才 가 친일 반민족 민족을 반역 해버렸느냐 아~안타 까워라 슬프도다 약소 민족이여!
    백년 천년 울분을 어이 삭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