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서울 전주식당의 짭쪼롬한 생선구이

김훤주 2009. 7. 2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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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주완 선배와 달리 먹는 데서 크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하, 좀 이상하죠? 어쨌거나, 그 뿌리를 더듬어 보니까 할아버지 영향이 아주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적에 할아버지한테서 들은 말씀이 이렇습니다. "반찬은 밥을 먹을 정도만 되면 그만이다." "밥도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시장기를 감출 정도면 됐다." 어머니한테는 이런 명령을 내리신 적도 있습니다. "김치는 반 쪽으로 밥 한 술 뜰 수 있을 정도로 짜게 담가라."

어머니 아버지도 비슷하셨습니다. "음식 맛을 탐하면 안 된다, 사람 도리가 아니다. 없는 사람 생각도 해야 한다." 옛날에는 그랬겠지요. 식은 보리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시절이었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체질로 길들여져 있다 보니 음식과 관련해서는 글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11일 서울에 갔다가 들른 한 밥집에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이랑 딸이랑 갔는데요, 이번이 두 번째였습니다. 생선구이 집이었는데요, 앞서 갔을 때 서울에 있는 다른 음식점들과는 달리 간이 짭조롬해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지요. 겉은 노릇노릇하니 알맞게 익었으며 속도 구석구석 맛이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아무리 짭조롬하다 해도 노는 바닥이 서울이어서 그런지 우리 경상도 입맛에는 성이 차지 않았고, 그래서 따라 나온 간장 종지를 '개 죽사발 핥듯이' 깔끔하게 비우기는 했습니다만.

굴비구이랑 고등어구이에 더해 김치찌게 하나 주문을 했는데요. 나중에 보니까 삼치도 덤으로 얹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랑 아이들은 배 부르게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밥은 다 먹고 생선만 남아 가시랑 뼈를 말라내어 가며 뜯어먹었습니다.(찌게도 깨긋하게 비웠답니다.)


여태까지는 어쩌다 서울에 가면 대부분 밍밍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동대문 시장 근처(청계천으로 치면 전태일 흉상이 있는 근처)에서 이 '전주식당'이 얻어걸려 저는 기분이 좋습니다. 나올 때 1만7000원을 치렀습니다.


신문사에 몸 담고 있다 보니 서울 출장을 가면 한국언론재단에서 주로 일을 봅니다. 덕수궁이랑 서울시청 옆에 있는데, 찾아보니 주소가 중구 태평로로 나옵니다. 걸어서 밥 먹으러 다닐만한 거리가 될까 싶어 걸어봤더니 한 시간남짓 걸리더군요.

안 되겠습디다. 그래서 일 마친 뒤 창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고 들를 수 있으면 들러야지,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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