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2만원으로 쇠고기 실컷 먹을 수 있는 집

기록하는 사람 2009. 7. 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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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이었습니다. 진주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암매장터 유해발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를 찾았습니다. 저는 차가 없기 때문에 마침 진주 가는 후배 김성찬 기자의 차를 얻어탔는데요.

도착하니 점심 시간이어서 밥을 먹고 현장(산)에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한적한 시골이라 식당을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국도변에 가든 같은 식당이 있더군요.

한우암소 전문점이란 표시가 되어 있는 '송원식육식당'이란 곳이었는데요. 그냥 거기 가서 갈비탕이나 한그릇 하려고 무심코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점심시간에, 그것도 한적한 국도변의 식당에 손님들이 바글바글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무슨 큰 모임에서 온 단체손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유명한 식당인가 보다" 하면서 메뉴판을 보니, 한우라는데 가격이 싼 편이었습니다. 특수부위 180g 1인분이 1만 7000원이었고, 등심과 갈비살은 각 200g에 1만 4000원이었습니다. 들어오는 입구 펼침막에 "한우 암소가 아닐 시 천만원 배상해드립니다"라고 씌여 있는 걸로 보아 설마 거짓말은 아닐텐데, 이 가격이면 정말 싼 편이지요.

그런데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그냥 '소고기'라고 씌여진 메뉴였습니다. 이건 600g인데 가격은 2만 원이었습니다. 종업원에게 물어봤더니 갈비살이나 등심, 특수부위가 아닌 부위여서 싸게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걸 한 번 맛보기로 했습니다. 그게 먹을만 하다면 갈비살이나 등심은 당연히 맛있다고 봐야겠죠.


마치 대패삼겹살처럼 얇게 썬 쇠고기가 나왔습니다. 주로 살코기였지만 군데군데 마블링도 전혀 없진 않더군요. 먹어봤습니다. 당연히 갈비살이나 등심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했습니다. 나쁘진 않았죠. (그러나 너무 기대하진 마시길…. 한우가 맞다 하더라도 등급은 좀 낮은 듯.)


그런데 문제는 둘이 먹기에 양이 너무 많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옆 자리에서 등심을 먹고 계시는 젊은 부부에게 물어봤습니다.

"등심은 어떤가요?"
"맛있어요. 육즙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거기 다 드신 것 같은데, 우린 이게 너무 많아서 아무래도 남길 것 같거든요. 좀 가져가서 드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하여 거의 5분의 2 정도를 옆자리 손님에게 드리고서야 겨우 처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좀 남기긴 했지만….

겨우 고기를 처리한 후 된장과 밥을 시켰습니다. 고기 먹은 사람은 된장이 3000원이더군요. 그런데 이 된장이 정말 제대로 맛있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으로 된장 맛 한 번 보시죠.


일단 고기와 함께 굽던 양파를 가위로 잘게 잘라 줍니다. 그런 후 그릇에 담아 온 된장을 이 불판에 바로 붓습니다. 쇠고기 기름과 함께 끓인 아래와 같은 맛있는 된장국이 되었습니다.

어떤가요? 맛있어 보이나요? 저희는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는 된장에 넣는 두부도 원래 저렇게 잘게 썬 걸 좋아하거든요.

이처럼 싹싹 먹었습니다. 배가 정말 불렀습니다. 이렇게 해서 쇠고기 2만 원, 된장 2인분(공기밥 포함) 6000원, 소주 1병 3000원, 총 2만 9000원을 지불했습니다.

이 정도 비용으로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실컷 쇠고기를 먹고, 옆자리에 나눠주기도 하며, 반주 한 잔과 된장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두어번 정도는 이곳에 취재를 더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땐 갈비살을 한 번 먹어봐야 겠습니다.

저녁시간입니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것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식육식당답게 이렇게 고기를 kg단위로 팔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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