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안주 통째로 나오는 마산 통술 아세요?

기록하는 사람 2009. 7. 1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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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0여 년 전이었을 겁니다. 월간 <말>지에 유명한 맛칼럼리스트가 쓰는 고정란이 있었는데, 아련한 기억이지만 그 분의 글 중 '한국형 주점과 술안주 문화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며 '아마도 이 분은 마산의 통술 문화와 진주의 실비집 문화를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통영에 가면 '다찌'라는 술집문화가 있습니다. 마산 통술과 진주 실비, 통영 다찌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여기서는 서로를 비교하기보다, 엊그제 갔던 마산 통술을 소개할까 합니다.

마산 사람들, 특히 30대 이상 남자들은 주로 통술집에서 술을 마십니다. 통술이라고 해서 '술을 통째로' 마시거나, '통에 든 술'을 마시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통술은 '안주가 통째로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저도 통술을 자주 마시는 편인데, 그동안 한 번도 사진을 찍어 포스팅 한 적은 없네요. 마침 엊그제 부산일보 김용환 부장 일행이 찾아왔길래 통술을 대접했습니다.

통술집에는 테이블마다 이렇게 술을 담아놓은 바께스가 있습니다.


보통 4인 기준 한 상의 안주가 나오는데, 이 기본이 4만원입니다. 마산에선 반월동과 오동동에 '통술 거리'가 형성되어 있는데, 대충 30~40여 개 업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집집마다 메뉴나 음식 솜씨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여러 안주가 풀코스로 나온다는 점은 같습니다.

우선 통술집에 가면 테이블마다 위와 같은 '바께스'에 맥주나 소주를 넣고 얼음을 재어놓은 게 있습니다. 손님은 거기서 알아서 술을 꺼내 마시면 됩니다. 나중에 계산은 빈병의 갯수를 세어서 합니다. 술은 한 병에 3500원입니다.

처음엔 속을 부드럽게 하라고 우무를 넣은 콩국을 줍니다.


안주는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답게 주로 해산물이 많습니다. 우렁쉥이(멍게)나 생미더덕, 개불, 전복 같은 해산물은 기본이고, 철에 따라 생선회도 나옵니다. 그리고 생선조림과 생선구이도 나오고요. 이번엔 갈치조림과 고등어구이가 나왔더군요. 그리고 가자미구이도 나왔는데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철에 따라 뽈락구이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꽃게찜이 나올 때도 있는데, 배고프다고 하면 게딱지에 밥을 비벼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갔을 땐 여름이라 그런지 게가 없다더군요.

이번엔 마땅한 횟감이 없어서인지 오징어 물회가 나왔더군요. 여름이라 시원하게 먹을 만 했습니다. 전도 나왔는데 안줏감으로 간이 딱 맞더군요.

함께 먹던 부산일보 김 부장도 "가짓수가 많아도 대충 만든 게 아니라 음식 하나 하나가 모두 정갈하고 맛깔난다"고 칭찬했습니다.


몇 점 먹고 난 뒤에 찍은 겁니다.


홍어 삼합입니다. 잘 삭힌데다 돼지수육도 말 그대로 삼겹이라 입안에 착 감겼습니다.

위 사진의 접시에 담긴 것은 무슨 생선찜인데,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 아마 이 때부터 슬슬 취기가 올랐던 모양입니다.

차가운 걸 어느정도 먹고 나면 슬슬 이렇게 뜨거운 게 나옵니다. 이건 계란찜입니다.

위로부터 고등어구이, 카레, 갈치조림, 대구찜입니다. 이걸 다 먹고도 계속 술을 마시면 다른 안주가 더 나오거나, 이미 나왔던 것 중에서 손님이 원하는 걸 리필해줍니다. 이번에 갔을 땐 술을 그리 많이 마시지 않아서인지 예전에 먹던 것보다 좀 적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산일보 김 부장은 "부산에는 이런 술집이 없다"며 맛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주고 갔습니다. 대개 경상도 음식이 전라도 음식보다 질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마산 통술은 그나마 전라도와 겨룰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술값은 3명이 몇 병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모두 7만2000원을 치렀습니다.

포스팅 하다보니 나온 메뉴도 다 사진으로 담지 못했네요. 다음에 기회 있으면 다시 마산 통술에 대해 상세히 한 번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얼음이 많이 녹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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