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관광지 음식' 먹을만한 것도 있다

기록하는 사람 2009. 7. 1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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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식에 대한 집착이 좀 강한 편입니다. 특히 여행을 갔을 땐 그 지역의 특산 음식을 꼭 먹어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지 식당' 음식은 십중팔구 실망하게 마련입니다. 뜨내기 관광객을 상대로 하다보니 별로 친절하지도 않고, 맛이나 위생에도 별로 신경쓰는 것 같지 않더군요.

지난번 순천과 보성군 벌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벌교가 소설 <태백산맥>의 관광지로 알려진 후, 우후죽순처럼 생긴 '꼬막정식' 식당들이 그랬습니다. 1인분에 1만2000원씩 하는 꼬막정식을 과연 그 동네 사람들이 사먹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과연 식당 안 손님들 중 외지에서 온 관광객 외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10여 년 전 벌교가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삶은 참꼬막과 짱뚱어전골은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벌교읍내에 '꼬막정식' 간판을 내건 수많은 식당 중 정말 벌교 토박이들이 운영하는 것일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벌교에서 먹은 1만2000원짜리 꼬막정식. 솔직히 가격대비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지난 3~4일 전남 여수에 갔을 때였습니다. 오문수 선생의 안내로 돌산 향일암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오 선생이 즐비한 식당 중 한곳에 들어가 점심을 먹자고 하였습니다. 순간 망설여졌습니다. 전형적인 '관광지 식당'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딱히 아는 여수 시내의 식당도 없는 판에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할 수도 없었죠. 오 선생에게 "여수의 특산 음식은 뭐죠?" 하고 물었더니 '게장'이라고 하더군요. 마침 우리가 들어간 식당에 '게장 정식'이 있었습니다. 의외로 가격이 싸더군요. 1인분 6000원으로 기억합니다.


일단 밑반찬이 먼저 나왔습니다. 산나물 무침과 오이, 가지무침, 오징어젓갈, 멸치, 파김치, 더덕무침, 그리고 갓김치와 게장이 나왔습니다. 각각 먹어봤더니 일단 주인의 손맛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메인메뉴인 게장은 담근지 좀 오래되었는지 신선한 맛이 별로였고, 좀 짜더군요.


좀 있으니 이미 나온 갓김치 말고 묵은 갓김치도 따로 주더군요. 이와 함께 갓으로 끓인 국도 나왔습니다. 시래기국과 비슷한데, 시래기 대신 갓을 넣었다는 게 달랐습니다.


그런데 이 국이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게 참 맛있더군요. 제 입맛에는 갓김치도 묵은 김치가 더 맛있었습니다.

특이하게 시원한 맛이었다.

대개 관광지 음식은 밑반찬부터가 정말 무성의한 맛의 극치인데요. 여긴 메인메뉴인 게장보다 다른 밑반찬과 국이 꽤 맛있었습니다. 특히 오징어젓갈도 괜찮았고요.


파김치도 뭐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게장에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꽤 만족스런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면 뭐 실망했겠지만, 관광지 치고는 가격도 그렇게 폭리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혹 여수 돌산섬의 향일암에 가시는 분들에 작은 정보나마 될까 싶어 포스팅해 둡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약간 별로였다.

돌산 갓김치로 유명한 갓. 같은 씨를 갖고도 다른 지역에 뿌리면 그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저 두 집 중 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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