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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 19

2000년대 초반에 들은 촌지 이야기

올해 3월 기역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 이런 얘기를 했다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촌지를 밝히는 기자 이야기다. 한 번 적어보겠다. 2000년대 초반에 들은 얘기들이니 적어도 15년은 넘었다. 첫 번째 이야기히읗 기자한테서 들었다. 어느 기관이든 출입하는 기자들은 기자단을 구성하고 대표격으로 간사도 한 명 뽑는다. 따뜻한 봄날 기자단 간사한테 지역에 있는 한 공공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점심 한 번 같이 먹자는 얘기였다. 기자들 10명 안팎이 함께 밥을 먹었다. 그 기관에서는 대표와 국장급 간부 둘, 홍보 담당 하나 모두 넷이 나왔다. 이런 자리에 드는 돈은 당연히 해당 기관이 내었다. 그렇게 점심에다 술까지 한 잔 걸치고 돌아왔다. 다들 기분이 좋았다. 간사 한 명만 빼고 나머지 기자..

내가 그 돈봉투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993년 봄이었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이 대대적인 사정(司正)을 벌일 때였다. 검찰이 경남 진주에 있던 한 교구 제작업체를 압수수색해 비밀장부를 압수했다. 그 업체는 국립경상대와 창원대, 각 중고등학교와 도서관, 교원연수원 등 30여 곳에 책걸상과 칠판 등 교구를 납품하면서 판매금액의 10~20%를 관계자에게 뇌물로 공여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로 인해 5명이 구속됐고 수십 명이 입건됐다. 당시 어쩌다 보니 내가 그 업체의 비밀장부 일부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신문사 기자에게 준 촌지 10만 원도 깨알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아하~! 촌지를 받으면 이렇게 비밀장부에 이름이 오르는구나 하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1997년 나는 당시 만연했던 부교재(참고서) 채택료 문제를 집중 취재해 보도..

기레기들이 챙기는 촌지 얼마나 아시나요?

《촌지》(지식공방). 우연히 이 책을 봤다. 참으로 부끄러운 기자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책이다. 연합통신(현 연합뉴스)과 문화일보, 아시아투데이 등에서 기자와 논설위원으로 일했던 김영인 기자가 썼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기자를 하고, 기자를 그만두면서 언젠가는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이 '촌지 이야기'였습니다. 기자들의 촌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라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당초 목표는 지난 세기인 20세기 과거사 위주였으나 21세기 현대사에도 촌지는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오히려 '뽑기' 또는 '추첨식'의 진화된 촌지까지 생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기자실 출장비는 어디서 만드나2부 '기자'라는 단어를 한자로 쓰면?3부 누드쇼 구경이 취재라고?4부 2..

제가 받은 설 선물, 이렇게 처리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경남도민일보는 취재원이나 취재대상 기관·업체로부터 선물이나 촌지를 절대 받지 않습니다. 불가피하게 받았을 경우에는 반송하거나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설을 앞두고 혹여 이런 선물이 들어올까봐 미리부터 인터넷을 통해 공지(☞경남도민일보는 설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를 올려뒀지만,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물을 보내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회사로 온 선물은 저희 기자회(회장 정봉화)에 처리를 일임해버리면 되는데, 어떻게 제 집 주소를 알았는지 집으로 보내온 경우에는 참으로 귀찮아집니다. 특히나 저는 자가용 차가 없어 선물상자를 택시에 싣고 오는 게 너무 힘듭니다. 다행히 승용차가 있는 후배기자가 도와줘서 회사까지 옮길 수 있었습니다. 지난 1월 19일부터 오늘까지 제가 처리한 선물..

촌지 받아야 한다는 기자의 말에 충격 받았다

2001년으로 기억하는데 연말에 기자 여럿이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대개는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마련인데 이 날은 이리저리 얼기설기 하다 보니 그런 친소 구분없이 만나진 자리였습니다. 저는 원래 말을 잘하지 않고 또 못하는 체질이기 때문에 한 쪽 구석에 앉았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기자도 있었습니다. 한가운데 앉아 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들 말씀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가장 먼저 얘깃거리가 된 것은 기자들끼리 결혼하는 일이 잦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느 신문사의 사내 커플이 어떻게 되고 어느 방송사의 사내 커플은 또 어떻다는 둥 얘기가 됐겠지요. 그러니까 어느 기자가 하나가 소리를 높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남 줄 끼 어데 있노? 우리끼리 해도 모자란데!"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못난 ..

기자나 공직자가 받아선 안될 선물은?

추석 연휴 직전 정운현(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 현 다모아 대표) 선배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블로그에서 '막무가내 인터뷰(막가인터뷰)'를 시작하려는데 메일로 질문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 전에 이미 정 선배는 경남도민일보의 반성문과 추석 선물 사양 알림글을 블로그에 소개한 바 있어서 그 연장선에서 자연스레 인터뷰 대상으로 삼은 것 같다. 이 인터뷰 질문 중에 '선물'에 대한 질문이 서너 개나 됐다. 답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선물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막가인터뷰-1]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답변을 좀 더 다듬어 우리 경남도민일보 내부 인트라넷에도 올렸다. 촌지와 선물에 대한 생각을 내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아래 내용이 그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촌지 거절 또는 돌려주는 방법 변천사

1. 다시 만난 돈봉투 8월 말에 사람을 만났다가 돈봉투를 받았습니다.(문화체육부 데스크 할 때와 달리 시민사회부 데스크 노릇을 하니 이런 일이 생기네요.) 신문 보도 관련으로 만나 점심을 같이 먹고 일어서려는데 봉투가 건네왔습니다. "직원들이랑 식사라도 한 끼 하시라고……"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저는 봉투를 잡고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습니다. "이러시면 저희를 해고시키는 일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는 어떤 명목으로든 1만원짜리 이상 금품을 받으면 징계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저랑 만난 사람은 다행히도 두 번 권하지 않고 바로 돈봉투를 거둬주셨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밥집에서 이런 일로 실랑이를 벌이면 서로가 민망해지거든요. 돌아오는데, 옛날 저에게 주어졌던 봉투들 기억이 났습니다. 옛날 출입처..

촌지 준 공무원의 말에 충격을 받다

기자 초년 시절, 경남도청에 2진으로 출입할 때의 이야기다. 도청의 한 사무실에 취재차 들렀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그 사무실에서 나오는 타 신문사의 한 선배기자와 마주쳤다. 그는 오른손에 쥔 흰 봉투를 양복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있었다. 문 앞에서 선배에게 인사를 한 후 다시 문을 열고 그 사무실에 들어갔다. 경력이 짧은 기자여서인지 그 사무실의 공무원들은 내가 기자인줄 몰랐던 것 같다. 계장 자리에 앉아있던 공무원이 자기 앞에 앉은 공무원에게 말하는 걸 듣고 말았다. "젊은 놈이 돈은 되게 밝히네." 그 때 비로소 깨달았다. 공무원이나 기업체 홍보담당자들이 기자에게 촌지를 주고 난 뒤, 돌아서서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자 촌지에 얽힌 아찔한 추억 사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그런 당연..

신문사에 들어오는 선물, 어떻게 처리할까

최근 한 공공기관의 장으로 취임한 분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 분이 난처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부는 익명으로 바꿨다.) "내가 ○○○에 와서 곤란한 점은 내부 외부의 선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휴가 갔다온 직원이 과자를 가져왔고, 해외 출장갔다 온 직원이 ××박물관의 도록과 작은 물건을 가져왔고, △△국에서 멸치 1박스(처에게 물어보니 3만 원이 안 된다고는 하지만)를 받았습니다. 외부적으로 ○○장이 자체적으로 만든 선물(보석함), 그리고 한 기업체에서 화장품 세트를 보내왔습니다. 이럴 경우 경남도민일보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지요. 우리는 외부 부조는 5만원 이하(물론 기관 이름으로 하는 것), 선물도 아마도 어떤 액수 미만만 받도록 규정은 되어 있는 모양인데. 답변 주세요." 빙그레..

기업이 왜 신문기자에게 선물을 보낼까?

오전 11시쯤 낯선 번호가 휴대전화에 떴다. 받아보니 택배 기사란다. "김주완 씨 맞지예?" "예, 그런데요." "택배 배달할 게 있는데, 지금 집에 누가 계십니까?"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최근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한 일도 없었다. "배달할 물건이 뭐죠?" "아 네, 주류라고 되어 있는데 술 종류인 것 같네요." "보내는 사람이 누구죠?" "○○그룹에서 보내는 건데요. 지금 집에 아무도 없습니까?" "그게 아니라, 죄송하지만 그거 좀 반송시켜주세요." "네? 왜요?" "아, 그거 제가 받고 싶지 않거든요. 다시 보낸 사람 쪽으로 반송할 수 있죠?" "예, 되긴 됩니다만…. 여기 적혀있는 xxx-xxxx 전화번호가 ○○그룹 맞나요?" "예 맞을 겁니다. 거기로 다시 보내주세요." "그럼 배송료는 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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