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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42

표충사 사천왕은 왜 예쁜 여자를 짓밟을까

밀양 표충사에는, 이처럼 작지만 생각할 거리도 있답니다. 그러면서 죄악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바쁠 때는 스쳐지나가고 말지만, 그래도 절간을 찾을 때는 특별한 용무가 있지 않은 이상 마음이 느긋한 편이기 때문에 물끄러미 내려다보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릴 때가 많습니다. 이리 여기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어쨌든 사천왕문이 제게는 그렇습니다. 보통은 일주문 다음에 사천왕문이 있고 그 뒤에 해탈문이 나옵니다만, 표충사는 조금 다릅니다. 일주문 다음에 수충루(酬忠樓)가 있고 뒤이어 사천왕문이 나옵니다. 그리고 해탈문은 있지가 않습니다. 1. 부처님 법을 지키는 사천왕과 사천왕문 그러거나 말거나 사천왕문에는 사천왕이 넷이 양쪽에 둘씩 늘어서서 이른바 불법(佛法)을 지키는데요, 말하자면 여기 ..

모자라고 허술하지만,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제가 이번에 책을 한 권 냈습니다. 부산에 있는 지역 출판사 '산지니'에서 냈습니다. 걷는 이야기이고 시내버스 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걷고 타고 하면서 만나고 부대낀 길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8년 을 낸 지 4년만입니다. 은 부제가 '인문과 역사로 습지를 들여다보다'였습니다. 습지를 습지 그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사람의 세상살이와 관련지어 습지에 새겨져 있는 사람들의 가로세로 숨결을 잡아내 보려고 애썼습니다.(물론 전문 서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번에 펴낸 책은 제목이 입니다. 물론 모자라는 구석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행 서적이라면 이미 차고 넘칠 만큼 세상에 널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 책이 작으나마 보람이 있다고 여기는 까닭이 제게는 있습니다. 지금 여행에서 대세는 자가..

가본 곳 2012.06.20

다달이 누리는 경남 생태역사기행 여덟 곳

경남도민일보와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가 함께 3월부터 10월까지 2012 경남도민 생태·역사기행을 합니다.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의 지원을 받고요,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합니다. 2011년에는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주최 경남도민일보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 주관으로 9~12월 네 차례 했는데요, 경북 문경 새재, 창녕 소벌(우포늪)과 김해 화포천, 사천 종포~대포 바닷가, 창녕 관룡사와 옥천사터를 둘러봤습지요. 올해는 여덟 차례로 늘렸습니다. 3월에는 거제 장승포~능포 바닷가길, 4월에는 합천 모산재 영암사지~가회 벚꽃길, 5월에는 남해 가천~홍현 바닷가길, 6월에는 하동 쌍계사~화개장터 벚나무 그늘길을 걷습니다. 7월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마산의 갯벌을 둘러보고 8월에는 갖은 박물관이 잘 갖춰 있는 ..

가본 곳 2012.03.20

핵발전소, 문제는 지역이고 형평이다

경남 밀양에서 일흔셋 연세 되시는 어르신이 숨을 거뒀습니다. 2012년 1월 16일 일입니다.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사는 이치우 어르신은 이날 저녁 8시 즈음에 분신 자살했습니다. 한전에서 마을 둘레에 76만5000볼트 송전철탑을 여럿 세우려는 데 반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장례는 두 달 가량 지난 뒤인 3월 7일 치러졌습니다. 덕분에 장례도 치르기 전에 49재를 해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은 2005년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까닭은 전자파 위험이라 합니다. 충남 청양군 화성 지역에서도 전자파 위험은 현실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마을은 76만 5000볼트가 아닌 34만 5000볼트가 지나는데도 마을 어른들이..

눈에 익은 옛 풍경이 남아 있는 한 산골마을

밀양시 산외면 금곡 마을은 읍면동 소재지가 아닌데도 꽤 규모가 큽니다. 산외면 사무소 소재지는 다죽리인데요, 아마 그보다 금곡리가 더 크리라 저는 짐작을 합니다. 어떤 이는 이런 해석을 두고 웃으실는지도 모르지만, 금곡(金谷) 자체가 '큰 골짜기'라는 뜻입니다. 한자말의 소리 金에서 '크다'는 뜻을 가져왔습니다. 실제 큰 골짜기이기도 합니다. 용전마을 쪽에서 흘러온 동천과 표충사 쪽에서 흘러온 단장천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골짜기가 양쪽으로 확 넓어지는 곳입니다. 금곡은 또 교통 요지이기도 합니다. 표충사 쪽으로 가는 차량이랑 얼음골 지나 울산 언양으로 가는 차량이 모두 여기를 지납니다. 그러니까 나름 복작거릴 수밖에 없습지요. 여기 있는 건물들이 이런 사실들을 증명합니다. 낡아지는 것도 있고 새..

밀양 얼음골 들머리의 귀여운 다람쥐

10월 25일 경남 밀양 얼음골 들머리에서 이렇게 귀엽게 놀고 있는 다람쥐를 봤습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서 사진을 몇 장 올려봅니다. 특히 제주도에 계시는 분들은 그냥 지나가지 마시지요. 제주도서 블로그를 하시는 파르르 양경만님을 따르면 제주도에는 다람쥐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에게는 다람쥐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 보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귀엽지 않으신가요? 만지면 아주 따뜻하고 부드러울 것 같지 않으십니까? 저도 이렇게 가까이서 오랫동안 다람쥐를 본 것은 처음입니다. 김훤주

버스 타고 누리는 밀양 얼음골 옛길과 사과밭

10월 25일 낮 12시 20분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언양 석남사 가는 버스를 3900원 주고 탔습니다. 타기에 앞서 점심거리로 떡볶이와 순대를 4000원어치 샀겠지요. 맨 뒷자리에 앉아 소주와 함께 먹었습니다. 얼음골 들머리까지는 50분정도 걸렸는데요, 내릴 때는 먹을거리들이 거의 사라져 있었답니다.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 다리를 건넙니다. 오르막이 짧았습니다. 이런 길이 여태 남아 있다니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행정에서조차 쓰는 이름이 '얼음골 옛길'이네요. 저 아래 얼음골과 호박소로 이르는 아스팔트 도로가 놓이기 전에는, 얼음골을 찾는 자동차들이 이 좁은 콘크리트길로 다녔을 것입니다. 양쪽으로는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물론 쑥부쟁이나 산국 같은 들풀이 차지한 길섶도 적지 않습니다. 가다 보면 ..

가본 곳 2011.11.06

표충사 주차장은 왜 불법일까?

밀양 표충사에 가면 매표소가 있습니다. 문화재 구역 입장료 한 사람당 3000원과 소형 승용차 한 대당 주차권 2000원을 받습니다. 매표소 오른편 대원암 앞에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는데 대체로 텅 비어 있습니다. 지금처럼 피서가 한창이면 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매표소에다 어디에 주차하면 좋겠는지 물으면 안내하는 사람은 보통 표충사 절 앞에까지 올라가라고 일러줍니다. 그런데 절 앞 주차장은 불법입니다. 넓이가 1만6586㎡정도 되는데요, 지목을 따지면 임야에 해당되고 그래서 주차장 설치 허가가 날 수 없으니 그렇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오래 된 나무들이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 주차를 하게 하면 자동차 배기 가스가 나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되고 차량이 오가면서 땅바닥이 딱딱하게 굳어지게..

여름철 표충사 우화루에서 놀아보셨는가

쉬며 놀며 지내려고 밀양 표충사를 찾았을 때, 가장 멋지고 좋은 자리는 우화루(雨花樓)랍니다. 특히 여름철에 표충사의 으뜸 전각인 대광전 맞은편 훤하게 열려 있는 이 우화루 아래 스며들면 그지 없이 시원하지요. 바로 아래 골짜기와 거기 물의 시원함도 우화루에서는 모조리 누릴 수 있습니다. 골짜기를 흐르는 물소리도 때때로 들리는 데 더해 언덕배기에 높이 자란 나무들의 그늘 덕도 보는 것입니다. 우화(雨花), 꽃비는 묘법연화경에 나옵니다. "석가모니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더없이 높고 반듯한 깨달음)'을 얻으리라 하니 범천왕이 하늘에서 내린 연꽃이 수북히 쌓인 가운데 다시 향기로운 바람을 불어 시든 꽃은 날리고 다시 새로운 꽃을 내려보냈다". 지금이야 꽃비는 내리지 않지만 아침 나절 대광..

가본 곳 2011.07.08

멀쩡한 볏논 갈아엎은 4대강 사업

"21일 아침 9시 현대산업개발이 직원 20명남짓이랑 경찰 15명가량 데리고 쳐들어왔어. 그러고는 모가 멀쩡하게 자라고 있는 논을 마구잡이로 뒤집어버리데." "70 평생 살아오면서 이게 전 재산인데, 여기 이 논 2800평이랑 저기 집이랑 밭 300평이 전분데. 집과 밭은 보상 받았지만 새로 옮겨갈 집 장만은 어림도 없고, 논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저리 망가졌으니……."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낙동강 16공구. 보상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하고 시공은 현대산업개발이 한다. 김종구(74)씨의 집과 논은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대원동 236번지 낙동강 둘밖(=둑 바깥) 둔치에 있다. 김씨의 논 2800평은 모두 다섯 배미다. 네 배미는 현대산업개발이 성토 중이고 한 배미는 현대가 그냥 굴착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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