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눈에 익은 옛 풍경이 남아 있는 한 산골마을

김훤주 2011. 12.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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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 산외면 금곡 마을은 읍면동 소재지가 아닌데도 꽤 규모가 큽니다. 산외면 사무소 소재지는 다죽리인데요, 아마 그보다 금곡리가 더 크리라 저는 짐작을 합니다.

어떤 이는 이런 해석을 두고 웃으실는지도 모르지만, 금곡(金谷) 자체가 '큰 골짜기'라는 뜻입니다. 한자말의 소리 金에서 '크다'는 뜻을 가져왔습니다.

실제 큰 골짜기이기도 합니다. 용전마을 쪽에서 흘러온 동천과 표충사 쪽에서 흘러온 단장천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골짜기가 양쪽으로 확 넓어지는 곳입니다.

금곡은 또 교통 요지이기도 합니다. 표충사 쪽으로 가는 차량이랑 얼음골 지나 울산 언양으로 가는 차량이 모두 여기를 지납니다. 그러니까 나름 복작거릴 수밖에 없습지요.

여기 있는 건물들이 이런 사실들을 증명합니다. 낡아지는 것도 있고 새롭게 계속 쓰이는 곳도 있습니다. 밥집은 여기를 들르는 사람이 많은 모양인지 꽤 사람이 많았습니다.

원래는 '식육식당'이었는데 '잡어탕'으로 바꿨습니다. 간판을 바꿀 때 원래 이름으로 내걸었던 '대흥'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고가식당도 장사가 꽤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런 카 센터가 있었습니다. 아직 영업을 하는지 여부는 제가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해놓고 자동차를 고치곤 했나 봅니다.

한의원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약국은 손쉽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만. 한의원은 시골에서 어르신들 침뜸 하는 데 요긴하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광제'는 아마도 '널리(廣) 구제한다(濟)'는 뜻이겠지요.

불교와 기독교, 속세와 비속이 함께 있는 장면입니다. 금곡 교회와 탱화 단청 벽화를 하는 업체가 나란히 있습니다. 옆에는 바덴바덴 노래방까지 붙어 있습니다. 제게는 정말 멋진 풍경입니다.

1층 처녀다방, 2층 금곡노래방입니다. 처녀다방은 20년 전에도 처녀다방이었습니다. 금곡 마을에는 다방이 이것 말고도 황제다방 하고 한 개가 더해 세 개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봤더니 어디라 할 것 없이 곳곳에서 짙은 담배 냄새가 났습니다.

이어지는 풍경입니다. 가전제품 팔고 고쳐주던 가게였지 싶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정도 점포가 들어서려면 둘레에 이런 것을 소화하는 소비자가 많이 있어야 했습니다. '앰푸' 달린 전축 정도 쉽게 돌릴 수 있는 장사치나 부자들이 많았다는 방증이 될 것 같습니다.

오토바이 가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을 듯합니다만. 들어선 건물은 70년대 돌격대 양식의 전형이네요.('돌격대 양식'이란 새마을운동의 획일성이 반영된 건축물을 이르는, 저 혼자만 쓰는 용어랍니다.)

조금은 난해합니다. '李家 벽난로'라 적힌 옆에 가로로 달린 간판이 낡아서 생긴 일입니다. 철구조물, 천막, 차고, 조립식 주택, 촌집 개조 등을 한다고 적혔습니다. 오른쪽 끝에는 세로로 휴대전화번호까지 적혀 있습니다. '李家 철공소'도 함께한 모양입니다.

이밖에 가축 인공수정을 하던 데도 있고요, 복덕방도 있었고요, 열풍기를 팔고 고쳐주는 그런 데도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조금 적막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만.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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