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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과 '이중 당적' 사이의 거리

선배 얘기(북한 추종도 문제이긴 하지만...)에 크게 동감합니다. 글쓰신 대로, 조선노동당 추종뿐만 아니라 소련 공산당 독일 사회민주노동당 중국 공산당 브라질 노동자당 추종도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 추종하는 내용을 두고 오직 하나뿐인 진리 또는 가장 뛰어난 정치이론이나 사상이라고 여기기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잘못일 것입니다. 하지만 글의 초점은 선배와 제가 조금 다릅니다. 조선노동당과 다른 정당들 사이 결정적인 차이는 우리 대한민국 현실에 실존하는 정당이냐 아니냐 하는 데 있습니다. 영국 노동당이나 소련 공산당이나 브라질 노동자당은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실존하지 않는 정당입니다. 대한민국 정치 사회 현실에 대해 이래야 한다 또는 저래야 한다는 지침을 내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북한추종도 문제이긴 하지만...

김훤주 기자가 쓴 '민주노동당은 끝까지 어쩔 수 없나' 라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어설픈 '학습' 이전에, '우리 어머니 아버지, 누나들까지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우리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한국사회의 구조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저 역시 주사파에게는 거부감이 있습니다. 김훤주 기자의 글에도 대부분 공감은 하지만, 그 문제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민주노동당의 다른 문제를 간과하거나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추종자들이 있는 반면, 여전히 80년대 PD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국가사회주의나 폭력혁명노선만이 자신의 선명성을 보장해주는 양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들은 뭐라 불러야 할까요? 운동권 내부의 깊은..

민주노동당은 끝까지 어쩔 수 없나?

제가 쓴 에서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수첩사건'을 두고 "문제 당사자는 '이중당적자'고 그렇다면 두 당적 가운데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김주완 선배가 에서 지적을 주셨습니다. 요지는 "이중당적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라) 있을 수 있는 일이다.'입니다. 나름대로 한 말씀 올립니다. 짐작하신대로 제가 ‘이중당적자’라 한 취지는, 실제 그렇다기보다는 ‘사실상 이중당적자나 진배없다.’입니다. 또 말씀대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는 다른 나라의 성격이 비슷한 정당들을 모범으로 여기고 본받으려는(이중당적자나 진배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도 있습니다. 왜 조선노동당만 문제냐? 그 많은 정당들 가운데 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조선노동당만 문제냐고 한편으로는 물으신 것 같습니다. 조선노..

민간기업에서 국민의례를 왜 합니까?

김훤주 기자가 쓴 '그러면 노회찬의 진보신당은?'이라는 글에서 민중의례, 국민의례라는 이야기가 나와 그냥 생각나는 걸 적어봅니다. 물론 김훤주 기자의 글에 대한 반론의 성격은 없습니다. 저는 민간단체나 민간기업이 하는 행사에서 '국민의례'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국민이 소소한 모든 행사의 앞머리에서 국가를 섬기는 의례를 거행해야 할까요? 그거 군국주의 잔재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저희 경남도민일보가 월례 사원총회를 할 때도 항상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게 못마땅합니다. 차라리 우리 회사 사기를 걸어놓고 '이번 달에도 열심히 하자'는 맹세를 한다면 몰라도 왜 국가에 '충성'을 맹세해야 합니까? 우리가 군인입니까? 공무원입니까?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작년 1월, 6월항쟁 20주..

왜 나이를 묻지 않고 학번을 묻나?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제게 나이를 물어오는 경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나이가 몇 살이오?” 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학번이 어떻게 됩니까?” 묻습니다. ‘간접화’가 원인입니다. 그대로 드러내면 불편하다 싶을 때, 이를테면 똥 대신 대변, 대변 대신 ‘큰 거’, 개장국 대신 보신탕, 보신탕 대신 사철탕…. 나이를 바로 물으면 다들 좀 민망하다 여기지 않습니까? ‘학번’은 대학의 그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학번을 묻는 배경에는 대학 진학이 일반화된 현실이 있다고도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대학 못 가는 사람은 많습니다. 저는 “칠공(70) 학번입니다.” 그럽니다. 상대방은 ‘나이가 도대체 얼마야? 쉰을 훨씬 넘었다는 말이야?’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면 재빨리, “국민학교 학..

김채용 군수님,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기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편견이 있다. 골프장이나 공단 등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보는 태도가 그것이다. 기자들은 대개 '처음엔 어떤 타협도 없을 것처럼 반대하지만, 나중엔 결국 적당히 보상금 타 먹고 끝나겠지'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저렇게 격렬한 반대를 하는 배경엔 결국 보상금을 많이 타내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고 단정해버리는 기자들도 있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환경파괴'니 '식수원 오염'이니 하는 것은 표면적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부 고참기자들은 자신의 그런 편견을 오랜 취재경험에서 얻은 지혜로 포장해 거들먹거리며 후배 기자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결국 보상금 타내려는 수작이라고? 물론 이들의 편견에도 일면적 진실은 분명히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반대운동이 그런 식으로 마무리돼 왔기 때..

인연(因緣)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와 아버지, 나의 아버지의 어머니와 아버지,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와 아버지, 나의 어머니의 아버지의 어머니와 아버지, 나의 아버지의 어머니의 어머니와 아버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의 어머니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의 아버지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의 어머니의 아버지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의 아버지의 어머니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어머니와 아버지…. 이런 식으로 지금 '나'와 '아내'를 있게 만든 인연의 뿌리를 따라 거슬러 오르면, 30대까지만 쳐도 10억7374만4824개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나와 아내가 지금 여기서 만나기까지 개..

동지(同志)

동지(同志)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쓰지 않습니다. 기자 동지는 물론 당원 동지도 물론이고 조합원 동지 여러분이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저하고 뜻(志)이 같은(同) 사람이 그리 많으리라고 생각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그리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민주노동당이 분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더욱 그리 여기게 됐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원 '동지'들은, 토론이나 논쟁을 하면서, 평등파는 상대를 '자주파 동지들'이라 하고 자주파 또한 상대를 일러 '평등파 동지들'이라고들 종종 일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입에 발린 말이었습니다. 그들은 결국 갈라섰습니다. 동지가 맞다면 갈라서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이들은 서로를 동지라고 할 때부터(사실은 그 전부터!) 상대방을 동지로 여기고 있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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