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왜 나이를 묻지 않고 학번을 묻나?

김훤주 2008. 3. 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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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처음 만날 때 제게 나이를 물어오는 경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나이가 몇 살이오?” 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학번이 어떻게 됩니까?” 묻습니다.

‘간접화’가 원인입니다. 그대로 드러내면 불편하다 싶을 때, 이를테면 똥 대신 대변, 대변 대신 ‘큰 거’, 개장국 대신 보신탕, 보신탕 대신 사철탕…. 나이를 바로 물으면 다들 좀 민망하다 여기지 않습니까?

‘학번’은 대학의 그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학번을 묻는 배경에는 대학 진학이 일반화된 현실이 있다고도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대학 못 가는 사람은 많습니다.

저는 “칠공(70) 학번입니다.” 그럽니다. 상대방은 ‘나이가 도대체 얼마야? 쉰을 훨씬 넘었다는 말이야?’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면 재빨리, “국민학교 학번입니다. 대학 못 나온 이도 많으니까 대학 학번은 좀 맞지 않잖아요?” 덧붙입니다.

대부분 어리둥절해합니다. 다들 대학 다닌 사람들이고, 대학 못 다닌 사람도 있다는 생각을 평소에는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이해를 잘 못합니다. 학번 운운이 학벌을 바탕삼은 차별과 배타라는 사실을요.

아침마다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진찰을 받고 이상(異常)임을 알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도 아침 헛구역질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라 하지요.

저는 학번으로 상대를 어림짐작하는 치들을 보면 이 ‘헛구역질’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계속해 느끼밍밍한 얘기를 할 때는, 저도 모르게 제 몸이 앞장서 구역질을 하기도 합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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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지음 | 한길사 펴냄
우리나라 학벌사회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이론적 해석을 시도한 책. 학벌이라는 왜곡된 사회적 공동주체성에 맞서 학벌사회에서 학벌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학벌로 인한 권력의 독점과 사회적 불평등, 사회적 주체성의 문제, 교육의 파탄, 국가경쟁력의 위기, 교육의 이념과 학교 평준화 등의 문제들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학벌 타파의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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