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가본 곳 477

임진왜란 영웅들의 유쾌한 뱃놀이

[하천과 문화] (5) 간결한 술상에 상하 구분 없어 400년 전 선비들 용화산 아래 뱃놀이 청년 조임도 글로 남겨, 숙연 화목했다 낙동강은 모래로 유명하다. 경남에서는 지류인 황강이나 남강 유역에 모래톱이 여기저기 누워 있다. 다만 본류는 창녕 남지와 창원 동읍 본포 일대가 예전에 그랬다. 4대 강 사업으로 바닥이 6m 파이고 보에 흐름을 막히기 전에는. 400년 전에 일대 선비들이 낙동강에 크게 모여 뱃놀이를 벌였다. 1607년 음력 1월 27~29일이니 임진왜란 끝나고 8년 2개월밖에 안 된 시점이었다. 한강(寒岡) 정구(鄭逑·1543~1620)가 좌장을 맡고 망우당(忘憂堂) 곽재우(郭再祐·1552~1617)·함안군수 박충후(朴忠後·1552~1611)·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1554~1637) ..

가본 곳 2020.04.13

망우당 곽재우의 강, 정암강과 기음강

[하천과 문화] (3) 곽재우 기강나루서 첫 승리 정암진'대첩'으로 희망 안겨 지역민, 정암루 만들어 기억 광탄·정암강·풍탄·기음강 남강 이름 지역마다 달라져 주변 풍경·물 흐름 등 영향 ◇지역 따라 바뀌는 강 이름 물줄기의 이름이 지역마다 달라지는 시절이 있었다. 남강도 그랬다. 경호강과 덕천강 두 물이 합해지면 광탄(廣灘)이 되었다. 토종말로는 너우내가 된다. 지금 남강댐으로 수몰된 진주시 판문·귀곡동 일대가 합수지점이었다. 광탄을 지나면서 이름이 남강(南江)으로 바뀌는데 진주성을 남쪽으로 휘돌아 흐르기 때문이었다. 진주를 지난 남강은 함안과 의령을 남북으로 가른다. 그렇게 20리쯤 흐르면 솥바위나루=정암진(鼎巖津)에 이른다. 의령의 관문인데 1935년 정암철교 준공 이전에는 배편이 유일한 교통수단이..

가본 곳 2020.04.13

함안 용화산 일대의 낙동강

[하천과 문화] (4) 빼어난 정취 품은 '느린 흐름' 남지·용화산서 보면 산야가 에워싼 호수 닮은 강 경양대 주변 상선·나그네 행렬 선비·의병이 쉬며 수양한 정자 곳곳에 ◇호수 같은 낙동강 남강은 낙동강의 가장 큰 지류다. 지리산과 덕유산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경남 서부와 남부를 흘러내린다. 이렇게 여러 물줄기를 쓸어담은 남강은 함안과 의령을 남북으로 가르며 낙동강에 들어선다. 남강이 낙동강에 보태는 수량은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한다. 남강을 받아들이면서 낙동강이 호수같이 잔잔해지는 까닭이다. 게다가 남해바다의 밀물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는 지금도 바닷물고기인 웅어가 잡힐 정도다. 강물이 밀물에 막혀 흐름이 더욱 느려지는 것이다. 낙동강은 풍경조차 호수와 닮았다. 멀리 바다를 향하는 물줄기는 동남쪽으..

가본 곳 2020.04.12

천리포수목원은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다

비 오는 봄날 천리포수목원을 다녀왔다. 날씨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붐비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통 없지는 않았다. 날씨가 맑은 봄날 주말이면 아마 미어터지지 않을까 짐작이 되었다. 어디를 가나 다 좋았다. 나무나 풀이 잘 어울려 있었다. 나무나 풀 이름은 잘 모르지만 스윽 둘러보는데 어색하거나 지나치거나 모자란다는 느낌을 주는 데는 눈에 띄지 않다. 조화롭지 못한 구석이 적어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마 꽃이 피지 않았어도 멋질 것 같았다. 실제로 바위를 주제로 삼고 있는 한 영역은 꽃과는 전혀 무관했지만 아주 멋졌다. 바닥을 기는 나무들과 이끼 등으로 구성했는데 거기 생물과 무생물의 어우러짐과 그 특징들의 드러남이 색다르고 신선했다. 찾는 사람들에게 숙박용으로..

가본 곳 2018.04.07

삼랑창 뒤편 후포산의 사라진 의충사

조선 시대 조세 창고가 경남에는 셋이었다. 창원 마산창, 진주(지금은 사천) 가산창, 그리고 밀양 삼랑창이었다. 마산창과 가산창은 1760년 생겼고 삼랑창은 1765년 생겼다. 마산창은 임금이 있는 서울에서 볼 때 왼쪽에 있어서 좌(조)창이 되었고 가산창은 우(조)창이 되었다. 삼랑창은 후(조)창이라 했는데 앞쪽 바닷가에 있지 않고 뒤쪽 육지 한가운데 있어서 그랬다. 지금 밀양시 삼랑진읍 삼랑리 일대다. 밀양강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어귀다. 밀양강 물결(浪)과 낙동강 물결과 부산에서 밀고 드는 바다 물결 이래서 삼(三)랑이 된다고 한다. 조세 창고가 있었으니 지키는 시설도 당연히 있었겠다. 뒷산 후포산에 산성이 있었다. 후포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비석들이 줄줄이 서 있다. 옛적 삼랑창이 있던 시절 고을 ..

가본 곳 2018.03.29

가을에 맞추어 쓴 산청 여행기

예전에 산청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그러다보니 실제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는 훨씬 더 멀고 아득했다. 하지만 이제 산청은 진주에서 보자면 마실을 가도 좋을 만큼 이웃 동네가 되었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는 길이 된 것이다. 삶은 언제나 그렇듯 양면적이다. 길이 멀어 불편했지만 그만큼 누릴 게 많았던 데에 비긴다면 지금의 길은 편리하지만 밋밋하고 건조하다. 하지만 그조차 넉넉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기에 떠남은 언제나 좋다. 성철스님 겁외사 대전~통영 고속도로 단성IC를 빠져나오면 멀지 않은 곳에 겁외사가 있다. 겁외사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굉장히 멋있거나 경치가 아름답거나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겁외사는 볼거리가 많거나 아름답거나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절이다. 그럼에도 사람..

가본 곳 2018.03.28

십수교는 못 보고 공룡알 화석만 보았다

2017년 12월 20일 십수교(十水橋)를 찾아 나섰다. 1530년 완성된 조선시대 지리책 에 나온다. ‘진주목’ 편 ‘교량’ 조에 “주 남쪽 28리에 있다. 사천(泗川) 경계이다.”라고 적혀 있다. 다른 어떤 책에는 사천을 중심으로 잡아 “사천 북쪽 5리에 있다.”고 나오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사천과 진주 사이에 있는 다리라는 얘기다. 인터넷과 옛 문헌을 뒤졌으나 정확한 위치는 나오지 않았다. 원래는 섶(나무의 잔가지)으로 만든 섶다리라는 얘기도 보였고 지금은 없어졌다는 기록도 보였다. 그런 기록 대부분이 십수교가 지금은 사천과 진주 경계가 아니라고 되어 있었다. 같은 사천시 안에 있어서 사천읍과 축동면을 잇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쩌다 이렇게 달라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까 행정구역이..

가본 곳 2018.03.27

남해 창선 철래섬의 옛날식 선착장

남해 창선에 가면 철래섬이 있다. 밀물이 들면 길이 끊기고 썰물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뭍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뻘에 너비 2m 정도 자갈을 깔아 길을 내었다. 짐작대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무덤만 하나(아니고 둘인가?) 있을 따름이다. 12년 전 여기 들렀다가 동네 할매 한 분한테 1만원에 낙지 다섯 마리를 산 적이 있다. 방금 잡은 녀석을 아주 헐값에 장만한 셈이었는데 할매는 바지락도 두 움큼을 덤으로 주었다. 2017년 4월 10일 두 번째로 찾았다. 그 때도 이번에도 이 작은 섬을 한 바퀴 돌았더랬다. 걸음을 재게 놀리면 10분도 걸리지 않는 크기다. 곳곳에서 도둑게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갯잔디 우묵한 자리에서 대추귀고동도 보았다. 대추귀고동은 멸종위기동물2급이다. 여기 갯가에 자라는 ..

가본 곳 2018.03.21

여름 담양-멋진 정원, 정겨운 담장, 시원한 그늘

전남 담양에는 나들이할 데가 많다. 전통 정원의 으뜸으로 이름 높은 소쇄원, 담양 죽물(竹物)에 착안하여 새로 꾸민 죽녹원, 가로수도 오래 묵으면 톡톡히 한 몫 한다는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 등등 그럴 듯한 데가 곳곳에 그득하다. 이런 가운데 명옥헌에서 삼지내마을을 거쳐 관방제림으로 이어지는 담양 나들이길은 당일 다녀와도 괜찮고 하루 묵는다 해도 좋은 코스다.담양 하면 소쇄원을 떠올리는 이가 많지만 소쇄원 말고도 멋진 전통 정원과 정자가 많은 데가 담양이다. 오히려 소쇄원은 너무 알려져 손을 많이 타고 저잣거리처럼 북적이는 바람에 한적함과 아늑함이 가셔버렸다.명옥헌 트인 마루하지만 풍경·건물은 물론 분위기·인기척까지 옛날 그대로인 명옥헌은 사람 사는 마을 너머에 있다. 들머리 주차장에서 내려 아담한 저수지를..

가본 곳 2017.08.17

부석사에 담긴 인공의 자연미 세 가지

내가 보기에 부석사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스러움’이다. 부석사의 자연스러움은 인공이 없거나 적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움이 아니다. 그것은 인공 자체가 자연스러운 데서 생기는 자연스러움이다. 인공의 자연미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보기로는 먼저 축대를 들수 있겠다. 부석사에는 축대가 아홉이 있고 계단은 셋이 있다. 들머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축대 셋 계단 하나, 천왕문에서 범종루까지 축대 셋 계단 하나, 범종루에서 안양루까지 축대 셋 계단 하나. 올라가면서 축대를 이루고 있는 돌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큰 돌이 큰 돌끼리, 작은 돌이 작은 돌끼리, 그리고 큰 돌과 작은 돌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대중없는 무늬가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냥 사진만 몇 장 찍고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얼..

가본 곳 2017.08.0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