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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126

어르신들이 호(號)를 지어 부르는 까닭

제가 이름을 하나 더 갖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별호(別號) 또는 아호(雅號)라고도 부르는 호(號)를 언론계 선배님으로부터 선사받았는데요. 제가 받은 호는 '태인(台人)'입니다. 별 태, 사람 인, '별사람' '별난 사람' 뭐, 그런 뜻으로 봐도 된다고 합니다. 더 좋은 뜻으로는 '별을 찾는 사람', '별을 품는 사람', '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볼 수도 있다고 하시네요. 얼마 전 우리 지역의 한 어르신과 호(號)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분 말씀이 "나이가 들면 이름 말고 편하게 부를 호(號)가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대개 나이가 들어 정년퇴직을 하거나 직업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 그 사람이 가졌던 마지막 직책을 불러주게 되죠. 예를 들어 장관을 했..

건강검진으로 일찍 병을 찾아내는 게 좋을까?

송인식 동서화랑 관장의 빈소에 다녀왔다. 주민등록상으로는 88세, 본인의 말씀으론 92세였다. 거기서 들은 이야기다. "송 관장 님은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려 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종합검진은 물론 간단한 검진조차 받지 않았죠. 몇 달 전 몸에 무리가 와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검진은 받지 않았죠. 그런데 사위가 설득했어요. 사위가 의사이거든요. 그냥 사진이라도 한 번 찍어보자. 그래서 CT를 찍었는데 간암으로 나온 거예요. 말씀을 할 수 없었죠. 고민하고 있는데, 송 관장이 사위를 불러 결과를 물었다네요. 솔직히 이야기해라고... 그래서 어렵게 말씀드렸더니... 전혀 충격받은 내색을 않으시고...." 이렇게 말하더란다. "음... 그럼 사형선고는 받은 셈이고, 사형집행은 언제 하는고?" 그렇게 송 관장은..

간접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고?

충격적인 글을 읽었다. (허현회 지음, 맛있는 책)에 나오는 글이다. '간접흡연이 위험하다는 것은 코미디다'라는 글인데, 이것은 미국의 화학자본 제약자본이 만들어낸 허구의 가설일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시골보다 도시의 공업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폐암 발병이 늘어나자 이를 가리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주장이라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흡연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폐암 환자는 급증하고, 또한 폐암 환자의 70퍼센트 이상이 비흡연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주류의사들과 화학업계, 제약업계, 식품업계, 원자력업계 등은 당황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매년 폐암으로 사망하는 환자 22,000명 중에서 평생 한 번도 흡연을 하지 않은 환자는 15,000명이다. ..

진보의 미덕이 기다림이라는 홍세화

프레시안에 실린 홍세와 진보신당 대표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진보신당의 정치적 지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말 중에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공감 또는 기억해둘만한 말들을 옮겨봤다. "우리가 놓치면 안 될 게 있다. 한국의 진보정치의 역량은 앞으로도 계속 취약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현실적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몸을 움직인다면 언제 힘을 형성할 수 있겠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금 우리가 못하면 그 과제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는 안목이 필요하다. 진보의 미덕 중 하나는 기다림이다." "20대 때의 상황에서 이념적 좌파에 앞서 실존주의를 접했다. 마르크스보다 사르트르, 카뮈와 같은 실존주의를 먼저 만났기 때문에 그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실존을 걸고 가기 때문에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

열광하는 청소년들을 보니 괜히 눈물이 났다

어제(17일) 오후 5시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저희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제12회 청소년 합창 페스티벌'에 참석했습니다. 회사 임원 자격으로 참석한지라 저희 사장과 경남도교육청 간부들, 교장 선생님들과 나란히 앉아 합창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창원지역 5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꾸민 합창 페스티벌은 제가 상상했던 엄숙하기만 한 합창제가 아니었습니다. 다섯 개 팀 모두가 세 번째 곡은 대중가요나 귀에 익숙한 팝송 또는 아이돌의 노래를 배치했습니다. 심지어 랩도 등장했습니다. 힙합이나 비보이와 같은 젊은이들의 춤도 등장했고요. 더 놀란 것은 무대의 학생들은 물론 관객석의 학생들도 너무 좋아하더라는 겁니다. 환희에 찬 광란에 가까운 그들의 열정적인 공연과 열광적인 반응을 보는 순간, 저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면서 괜히..

2년 전에 쓴 블로그 글, 삭제요청 받으면?

며칠 전 거창군 공보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 블로그에 있는 거창 수승대 관련 글을 좀 삭제해주실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2009년 5월에 쓴 '거창 수승대, 다시는 가고싶지 않다'라는 글이었다. 구글 검색창에서 '거창 수승대'를 치면 이 글이 상위에 올라와 수승대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곧 거창 국제연극제가 수승대 일원에서 열리는데, 이 글이 국제연극제 행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말투는 조심스러웠고 정중했다. 삭제해야 할 이유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보내온 메일을 읽어보니 2009년에 블로그를 통해 지적한 문제를 모두 완벽히 개선하지는 못했지만, 상당부분은 개선작업을 했고, 나머지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는 이야기였다. ..

성공하는 사람의 습관을 읽고 바뀐 것

'CEO의 습관'(김성회 지음, 페이퍼로드)이라는 책을 읽었다. '성공하는 CEO를 만든 아주 작지만 특별한 49가지 습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또한 하태영 교수가 사준 책이다. 이런 류의 책이 대개 그렇듯이 이 역시 처세술 책이다. 나는 CEO도 아닌데 하 교수가 왜 이런 책을 사준 것일까? 하긴, 일반적인 CEO는 아니지만 편집국 기자들에 대한 인사권과 지휘권을 갖고 있으니 준CEO라 해도 무방하긴 하겠다. 처세술 류의 실용서를 하태영 교수가 권한 이유는 뭘까? 하 교수가 권한 책이라면 뻔한 이야기가 아닌 뭔가가 있을 터였다. 평소 이런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만은 끝까지 읽은 이유다. 지은이 김성회는 세계일보와 전교학신문에서 15년간 자기계발과 인터뷰 전문 기자로 활동했던 인물이..

스스로 무지를 깨닫게 해준 책 <지의 정원>

일본 최고의 지식인이라는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가 쓴 (예문)을 다 읽었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영 교수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 이지성이라는 분이 쓴 (문학동네)는 책과 함께 선물받았는데, 두 책 모두 인문학과 인문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책이다. 나는 을 먼저 읽고 을 읽고 있는데, 막상 읽고 보니 를 먼저 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을 먼저 읽어 인문고전의 중요성을 인식한 뒤, 을 읽으면 훨씬 더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은 동서양의 수많은 책을 권해주는 책이다. ☞관련 글 : 열심히 공부할수록 머..

내가 신나게 놀아야 겠다고 결심한 까닭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 명소를 찾아 일출을 보며 한 해 소망을 빈다. 또 담배 끊기, 1년 간 책 100권 읽기, 아침형 인간 되기, 살 빼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육식 안 하기 따위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신년 계획이라는 걸 세워본 기억이 없다. 해맞이 명소도 찾은 적이 없다. 1월 1일 전후가 대개 연휴다 보니 작년에는 지리산, 올해는 마이산 등산을 했지만 일출을 보러 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유물론자이며 무신론자다. 소망이 있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빌어야 할 지 모른다. 2010년 12월 31일의 태양과 2011년 1월 1일의 태양이 다른 점을 인정할 수 없다. 달력은 그냥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만든 숫자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매년 새해 시무식을 마친 후 ..

근면·성실은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 참 도발적인 제목이다. 샘앤파커스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태봉고 여태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여태전 교장은 학부모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면서 미리 준비해온 10여 권의 책을 중간중간에 나눠주었다. 가끔 강사가 던지는 질문에 정답을 준 학부모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책을 소개하며 읽고싶은 희망자를 받아 즉석에서 선물하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의 도발적인 제목과 함께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는 부제에 홀려 아내가 옆에 있는데도 손을 번쩍 들었다. 책은 아내와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즐거운 삶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 또한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면서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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