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블로거들에게 취재 호소하는 수녀와 할머니

기록하는 사람 2009. 6. 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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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남 마산에선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멀쩡한 바다에 아파트를 짓겠다며 매립을 하더니, 택지 개발이 잘 안되니까 매립목적 변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버젓이 조선소가 들어와 불법 조업을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마치 대포를 쏘듯 쾅 쾅 하는 소리를 듣고 확인해봤더니 STX라는 업체가 불법조업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탄원서를 제출하고 시끄럽게 하니까, 국토해양부는 마치 마산시와 STX의 불법 조업을 합리화라도 해주는 듯 매립목적 변경 승인을 해줬고, 마산시는 이곳에 "마산시장직을 걸고 4월 중으로 수정매립지 용도변경문제와 관련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주민들의 민원도 해결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습니다. 그 때가 2008년 3월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황철곤 마산시장은 지금도 이곳에 조선기자재 공장을 유치하려 기를 쓰고 있습니다. 명백하게 마산시의 잘못된 행정과 STX의 불법 조업에서부터 시작된 마산 수정만 사태는 '지역경제 발전'을 앞세운 마산시와 "내 삶터를 빼앗지 마라"는 주민들간의 갈등으로 1년 8개월이 지났습니다.

수정만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천주교 마산교구청 마당. @김주완


그 사이 마산시는 각종 관변단체를 동원해 주민들을 '지역발전 방해세력'으로 몰아부쳤고, 환경영향평가와 지방산업단지 심의계획을 밀어붙여 성사시켰습니다.

주민들에겐 어떻게 보상해주겠다는 말도 없습니다. 물밑에서 회유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도 별로 없습니다. 상공인단체나 경찰, 검찰은 그렇다고 치고,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피해를 입을 일이 없는 마산의 다른 동네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수정마을 주민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합니다. 극단적 이기주의입니다. 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소수의 삶터는 유린되어도 좋다는 논리입니다.

블로거들의 관심과 취재를 호소하고 있는 수녀님. @사진 = 발칙한 생각 블로그 http://kisilee.tistory.com/661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지난 5일부터 천주교 마산교구청 마당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며칠 전 경남도민일보 블로그강좌가 열렸을 때 주민들과 함께 천막농성을 하고 있던 수녀 두 분이 오셨습니다. 기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블로거들에게라도 힘을 얻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농성장의 식사.


저 역시 저의 취재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두 분의 수녀가 오신 것을 계기로 어제 저녁 농성장을 찾았습니다.


농성 중인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김태호 경남도지사와 황철곤 마산시장을 욕했습니다.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나, 요즘 강행하고 있는 4대강 개발사업, 그리고 수정만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가 모두 똑같은 일이라는 겁니다.

제가 갔을 땐 마침 농성 중인 수녀와 주민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덩달아 저도 거기서 밥을 얻어먹었는데, 어민들이 직접 잡았다는 잡어 생선조림과 주민들이 재배한 채소들로 만든 반찬이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공장이 들어오면 채소도, 생선도 더 이상 잡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이 만든 기막힌 개사곡



식사를 마친 후 할매들이 모여 집회 때 부를 노래의 개사곡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할매, 할배들이 만든 개사곡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치와 기지가 넘치는 가사였습니다. 그 중 몇몇 개사곡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주민들은 29일(월) 오전 서울역 맞은 편에 있는 STX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개사곡 연습을 하고 있던 그 때 서울남대문경찰서에서 온 공문이 전해졌습니다. 집회 금지 통고가 온 것입니다.

선(先) 신고된 집회가 있고, 그 집회가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된다는 겁니다. 먼저 신고된 집회는 STX가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하겠다며 미리 내놓은 집회를 말합니다.


심지어 남대문경찰서가 보내온 공문에는 "집회를 강행할 경우 주최자는 처벌받고, 참가자도 자진해산하지 않을 경우 전원이 처벌받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버스 3대를 대절내 서울로 갈 예정입니다. 당연히 집회도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오전 10시 서울역 맞은편 STX 본사 사옥 앞입니다. 요즘같은 무시무시한 시국에 이들 할배, 할매, 그리고 수녀들이 어떤 봉변을 당할지 걱정됩니다.

저도 따라 가보고 싶지만, 사정상 도저히 어렵습니다. 혹 서울에 계신 블로거 여러분 중 가능하신 분은 좀 챙겨주십시오. 아마도 서울지역 언론의 취재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09년 6월 29일(월) 오전 10시부터
장소 : STX 본사 앞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5가 631 STX남산타워)
참석 : 주민대책위, 마산교구 박창균신부, 강기갑의원, 유원일의원, 노회찬대표 등
진행 : 성명서 낭독, 주민(할머니, 할아버지)삭발식,
         STX 면담(공문 : 수정2009-52관련 ; 20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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