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과 창원을 잇는 봉암다리에 서서 봉암갯벌을 바라보면 너머에는 공단지대만 있을 것 같습니다. 왼편 앞쪽에 들어서 있는 생태학습장과 인공섬 등에만 갯벌이 보이고 오른쪽과 한가운데는 공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봉암다리에서 바라보는 한가운데서 물줄기가 오른쪽 남천과 왼쪽 창원천으로 갈라진답니다. 남천은 옛 자취가 거의 사라졌지만 창원천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남천 쪽 자취는 사라지고 =
 
남천 쪽이 거의 자취가 사라진 까닭은, 아마도 양쪽으로 모두 공장들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바다 쪽은 물론이고 조개무지와 야철지와 산성이 발견된 성산을 둘러싼 일대까지 갯벌과 논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별로 손대지 않고도 공장터 닦기에 딱 좋은 지형이지요.


이를 일러주는 보기가 있습니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가장 깊숙한 데 있는 동네가 가음(정)동인데, 여기 '가음加音'은 '두엄'을 뜻하는 이두식 표현입니다. 가加는 뜻을 따와서 '더'가 되고 음音은 소리 그대로 '음'이 됩니다. 이 둘을 붙이면 '더음'(=두엄)이 됩니다. 바다풀들이 밀려들어와 더미로 쌓이던 곳이라는 뜻입니다.) 

봉암다리에서 내려다본 봉암갯벌.


경남도민일보 사진.


◇탄약창 일대 = 아시겠지만, 마산에서 창원으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봉암다리 아래를 지나 첫번째 굽이를 돌면 오른편이 봉암갯벌이랍니다. 여기 잠시 머물다가 다시 길 따라 가면서 왼쪽으로 굽어지면 길 건너편 왼쪽에 철조망이 처져 있는 빈 땅이 나옵니다. 2만5000분의 1 지도에는 논이라고 표시가 돼 있지만, 실제로는 습지랍니다.


 철조망이 있는 까닭은, 군대가 관할하기 때문입니다. 탄약창이 자리잡고 있는데 옛날에는 내동(內洞·안골)이라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지금은 해안도로로 말미암아 봉암갯벌과 이어져 있지 않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갈대가 우거져 있고 습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버들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는데, 옛적에는 더했겠습니다. 전형적인 해안 습지(갯벌) 모양입니다.

지금은 물길이 대부분 막혔습니다. 철조망에 막혀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산에서 내려온 흙들이 쌓여 육지화가 광범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입니다. 아스팔트 도로 아래를 서로 통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좀더 습지로서 특성을 지키면서 습지로 남을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내동천 일대 = 물론 여기 내동천은 지금 창원 도심에 있는 내동과는 무관하답니다. 창원 도심 내동은 웅남면 내동이었고요, 여기 내동천은 창원면 내동이었던 데와 관련돼 있습니다. 천차만차 중고 자동차 전시·판매장과 창원 농수산물도매시장 일대 사이를 가르며 흐릅니다.

물은 흐립니다. 많이 썩었지 싶었습니다.


냇가 들머리 풀섶에서는 게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풀 위에 무언가 수런거리는 소리가 나서 봤더니 게들이었습니다. 바로 봉암갯벌이랑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중고 자동차 전시판매장은 물론이고 농수산물 도매시장 일대까지가 예전에는 갈대 우거진 염습지였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해정·용원·사화 옛터 = 해정(海亭)유적비는 현대로템 건너편 두대공원에 있습니다. 비문에는 "송해와 꼬시락, 갱게이와 가모챙이며 또 새칩은 그 질펀한 개펄. 풍요롭던 소금밭. 돛단배 너머 풍어가 한 소절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남천내 하단 마산만과 접하고 3면이 해수 육수가 교류하며 공부(公簿)상 덕정(德亭)이나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해정이라" 했다고 돼 있습니다.

대원동 현대아파트 일대가 80년대 초반만 해도 논이었으니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겠습니까.

비문.


해정유적비에서 창원천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새로 생긴 인공습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두대공원 안에 있는데요, 람사르 생태습지공원이라 적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햇볕이 따가워 오래 있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럴 듯하게 잘 꾸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 나절 머물면서 쉬기에는 좋아 보였습니다.


용원(龍院) 기림비는 파티마병원 뒤쪽 길가에 붙어 있습니다. "냇물과 갱물이 어우르던 모래톱 질펀한 갯벌 따라 서걱이던 갈대밭"과 "모챙이 후리치며 꼬시락 잡고 게 쫓던 머슴아들 곤쟁이 뜨고 재첩 캐며 파래 뜯던 가시나들"이 적혀 있습니다. 파티마병원과 홈플러스와 창원 시외버스 종합터미널 일대가 다 그랬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여기는 70~80년대 쓰레기매립장으로 '활용'된 땅이기도 하답니다.

용원 기림비

사화 옛터


'사화(沙火)옛터' 비는 여기서 창원역 쪽으로 길따라 가다보면 나오는 오른쪽 기와집 자리에 함께 있습니다. 운암서원입니다. 사화에서 사(沙)는 모래라는 뜻을 따왔고 화(火)는 '블' 또는 '벌'이라는 소리를 새기는 한자입니다. 둘을 더하면 모래벌이 되지요. 마을 앞에 모래갯벌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소금밭(염전)도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창원공동물류센터 옆 공터 = 사화옛터 비에서 맞은편(창원대로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좀 가다 주유소를 끼고 오른편으로 돌면 왼쪽으로 울타리를 둘러친 공터가 있습니다. 지금 보기에는 갯가와 아무 관계가 없는 듯하지만 아닙니다.


옛적 사화 마을 앞에 펼쳐져 있던 모래벌 또는 소금밭이었던 자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이미 매립한 지가 오래 됐는데도, 그 위로 갈대가 솟아나 있습니다. 마찬가지 물가에서 잘 자라는 버들도 옆에 나란히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놀라운 자취를 확인했습니다. 여기 공터는 사방이 모두 꽉 막혀 있습니다. 야산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공장 따위를 가로질러야 가 닿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공터 바닥에서 발굽을 봤습니다. 집짐승에게는 발굽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발자국은, 노루나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여기 살지 않나 짐작게 하는 것입니다.


◇ 현대아파트 옆 창원천 = 행정당국은 여기 콘크리트를 깔아 주차장을 만들었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어울리지 않게 유채를 심었습니다. 유채밭은, 걷이가 끝나면 곧바로 갈대가 솟아오르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주차장 나들목을 가로막고 콘크리트를  걷어내 놓았습니다.


이대로 두면 여기까지 갈대가 들어차고 갈대 사이사이에는 게를 비롯해 갖가지 갯것들이 머물 것입니다. 그러면 이들을 먹이로 삼는 왜가리나 백로 같은 물새들도 날아들고 하겠지요. 그러나, 사람을 위해 산책로를 내고 자전거길을 만들고 놀이터를 세우고 꽃밭을 꾸며 버리면, 콘크리트보다는 낫겠지만, '걷어내나 마나' '말짱 도로묵'입니다.

현대아파트 앞 다리에서 비 온 다음날 찍은 창원천.



지금도 창원 도심에는 왜가리나 백로 때로는 갈매기까지 날아드는데, 이는 물론 창원천 덕분이고, 나아가 창원천 일대를 더욱 옛날과 가깝게 되살려 갖은 생물들이 머물게 하면 이런 새들을 더욱 많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의 복원력은 그야말로 대단하거든요.

봉암갯벌에서 해정유적비~현대아파트 앞 창원천~용원기림비~사화옛터~창원공동물류센터 옆 공터~내동천~탄약창 일대를 둘러 다시 봉암갯벌로 돌아오면 옛적 갯벌의 넓이가 대체로 나옵니다.(물론 남천 쪽은 통째 빠졌습니다만.) 

창원공단도, 우리 인간들에게는 소중한 존재라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공단 때문에, 사람 때문에 없어진 갯벌도 소중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창원이, 광양만과 맞먹는, 갖은 생명체가 어우러져 생태적으로 아주 훌륭한 드높은 고장으로 남을 수도 있었으니까요.(마산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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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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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lovessym 크리스탈 2009.06.28 0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김훤주 기자님답습니다~~~
    지난번에 열강하신 것 지대로 복습하고 갑니다~~~
    현재 창원천은 생태하천으로의 복원이 아니고
    공원하천으로 향해 가는 듯 합니다.

    마침 봉암갯벌에서 찍은 게 포스팅할려고 했는데..... ㅎㅎㅎㅎ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6.28 0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 선생님 블로그에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 옆모습밖에 있지 않아 어느 분이신지 제가 짐작이 안 됩니다. 미안합니다.

      종이신문에서이지 싶은데, 최근 쓰신 글 가운데 개미 얘기는 정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즐겁게 잘 지내시기를...!

    • Favicon of http://blog.naver.com/lovessym 크리스탈 2009.06.28 2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쿄쿄쿄....
      제 3년전 사진까지 보셨군요~~~
      저는 경남풀뿌리이구요
      2강후 뒷풀이에서 열강 들었습니다~~ ㅎㅎㅎ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7.06 02: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당~~ 다음에는 알아채고 인사드리겠습니다. ^.^

  2.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실비단안개 2009.06.28 1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장이 갯벌위에 세워졌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 주물단지도 저희가 어릴 때 갈대가 무성했던 갯벌이었으며,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딘지는 모르지만 염전견학을 간 경험도 있거든요.

    이곳의 들과 성흥사 계곡변에 가면 땅찔레와 갈대를 만날 수 있는데, 꽃씨가 날려 뿌리를 내렸을 수도 있지만,
    혼자 - 어쩌면 오래오래 전에 이곳이 바다가 아니었을까 -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장문의 기사보다 더 많은 발품과 고뇌 - 감사드립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6.28 1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옳으신 말씀 같습니다. 마천 주물 단지는 두말 필요 없이 갯벌에 지어진 것 맞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리고 부산 사상 공단도요, 제가 어릴 적에는 해마다 비가 많이 오면 홍수 철만 되면 라디오에서 침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강가 또는 바닷가에 들어세웠다는 얘기입니다.

      창원공단의 경우는, 갯벌보다는 논밭을 공장으로 만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공장 말고 지원시설이라든지 아니면 사람들 먹고 자는 공간이라든지를 짓는 데는 갯벌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갔을 것입니다.

      건승하시기를 빕니다, 선생님.

  3. 2009.06.28 1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6.28 12: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앞에 다른 한 분도 같은 제안을 하셨는데,,,,,, 하겠다는 말씀을 선뜻 드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요즘 많이 버거워서요. 미안합니다. 다시한번 훑어보고 다시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blog.naver.com/hallpooh 이언정 2009.06.28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저희 어머니 고향이 창원이어서 어머니께 창원의 옛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컸어요.
    저희 외할아버지께서는 염전을 하셨다고 합니다.
    사라호 태풍 때(정확히 몇년인지는 모르겠어요.^^;;)
    외할아버지께서 염전 쪽에서 발이 묶이셔서 며칠 계셨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제가 초등학교 때, 그러니까 90년 전후였는데
    그때만해도 창원에 내려가서 옛날 외가집이 있던 동네를 가보았었는데.
    곧 개발된다는 얘기를 듣고 왔었습니다.
    그러다 재작년에 창원에 다시 갔더니
    그 동네는 온데간데 없더군요.
    왠지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많이 슬퍼하시더라구요.

    이렇게나마 창원의 얘기를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머니께 글 꼭 보여드려야겠어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6.28 1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라호 태풍은 1959년 추석 즈음에 우리나라에 불어닥쳤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

      외가가 있던 동네가 어디인지 일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만. 90년대 들어서 철거된 동네로는, 제가 알기로는 연덕, 창곡, 내동, 새치골, 신덕, 고산 등등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블로그에 들어가 봤는데, 일본에서 지금 사시나 봅니다. 좋은 경험 좋은 공부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5. Favicon of http://blog.daum.net/leafage7 산들 2009.06.28 1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기사 잘 보고 갑니다.
    현지에서 직접 쓴 기사 보니 큰 도움이 됩니다.

  6. Favicon of http://blog.naver.com/hallpooh 이언정 2009.06.29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
    답글까지 달아주실줄은 몰랐어요.^^
    늘 와서 글 읽고만 가다가 용기내 흔적 남겼는데.
    완전 감격입니다. 으하하

    저희 외가 동네는 창곡동일거예요.
    원래 주소가 웅남면 창곡리였는데 지금은 동으로 바뀌었겠죠?

    안그래도 엄마께 전화로 인터넷 블로그에 창원에 대한 글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청 반가워하시던데.
    물론 블로그 방문은 어려우실듯 싶습니다.
    인터넷 사용이 원활치 않으셔서요...^^

    계속 좋은 글 써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6.30 1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창곡이시라고요. 88년에 제가 창곡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근처에서 자취를 했었어요. 지금은 죄다 철거가 돼서 공장 터로 바뀌었지요. 88년에는 제가 논두렁을 따라 걷다가(한밤중에) 옆으로 미끄러져 빠지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7. Favicon of http://heyif.net 태니 2009.07.01 0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훤주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저역시도 창원 토박이 입니다. 어렸을땐 외동에서 살다가 (기억이 가물 가물 하네요), 남양동, 대방동 그리곤 현재 멀리 타지에서 변호사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공단 지역 근처에 성산패총으로 초등학교때 견학을 갔던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아직도 그대로 있을런지.

    기자님의 주옥같은 글들, 너무나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리고 또 찾아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변호사, 김경태 배상.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7.01 22: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성산패총은 탈없이 잘 있습니다. 고맙지요.

      저도 한 때 외동에서 살았습니다. 86년부터 93년까지요. 외동아파트 10평 짜리였습니다. 지금은 18평에 살고 있으니까, 많이 나아진 셈이랄까요. 하하.

      늘 건강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