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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기행

민어회와 함께 맛본 여행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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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좋은 점은, 아직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상도에서만 살아온 나로선 민어를 회로 먹는다는 걸 한 달 전 광주에 가서야 알았다. 하찮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다. 먹을거리에 삶의 비중을 많이 두기 때문이다.

그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광주의 양심적인 교수와 언론인, 시민들이 모여 <뉴스통>이라는 인터넷신문을 운영해 왔는데, 그게 한계에 도달해 문을 닫고 마무리 토론회를 하는 자리였다. 그날 나는 토론자로 초청돼 '토론사례비'도 받고, 맛있는 저녁도 대접받았다.

단순하게 말해 '망한 신문사가 폐간에 즈음해 토론회를 하는 자리'에 초청돼 간 것이다. 나는 그런 토론회도 처음 봤다. 그런 토론회가 열릴 수 있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새로운 견문을 얻었다.


토론사례비를 받기도 영 미안하고 민망했지만, 받았다. 거기에다 좋은 분들을 만나 교류를 트게 되었고, 생전 처음으로 '민어회'까지 맛볼 수 있었으니 내겐 여러모로 행운이었다. 내가 전국 어디에서든 강의 또는 토론회 참석요청이 오면 사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나는 다른 지역에서 초청을 받았을 때, 가급적 거기서 하룻밤 자고 오려고 한다. 그래야 느긋하게 그 지역의 음식 맛도 볼 수 있고, 사람과 문화도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①새로운 견문 ②새로운 사람 ③새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게 내 여행의 즐거움이다.


광주에서 그걸 먹어보기 전까지 내겐 민어회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날 처음 먹은 민어회는 물컹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아주 찰지고 부드러우면서도 신선한 맛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 이여영 기자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민어회에 대한 포스트를 보게 됐고, 이를 통해 민어가 아주 고급 횟감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아래는 이여영 기자의 설명.


"민어는 조선시대때 여름 보양식이었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은 평민들이 먹었다고.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란 말이 있었을 정도로.

(…중략…)
아,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민어가 보양식인 건 확실한 게, 먹고나서 집에 왔는데 몸에서 열이 활활...열 많으신 분들은 너무 많이 드시진 마시길. 한방에서 말하는 체질 뭐 이런 것도 있겠지만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아마도 고단백이어서 그런듯."


광주의 횟집은 주 메뉴 외에도 따라나오는 음식이 거의 일식집 수준이었다. 가격도 주최측과 횟집 사장이 잘 아는 분이어서인지 1인당 1만 원 선이라고 했다.

이 기자처럼 몸에서 열은 느끼지 못했지만, 하여튼 아주 새로운 맛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이 포스트를 곧바로 올리지 못한 것은, 다음날 아침 느닷없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마산으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고, 그날 저녁 봉하마을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동안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참, 이 사진은 정들었던 캐논 400d 카메라를 분실한 후, 빨리 잊기 위해 곧바로 구입해버린 니콘 D5000으로 찍은 첫 사진이다. 구입한 그날 광주로 갔고, 다음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만일 그 때 이걸 구입하지 않았더라면 봉하마을 취재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엊그제는 번들렌즈로는 한계를 느껴 70-300mm 망원렌즈도 하나 구입했다. 가장 싼 걸로…. 캐논 400D와 함께 잃어버린 55-200mm렌즈가 눈에 밟히긴 하지만, 새 카메라와 또 정을 들여봐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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