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광주 굴비정식,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기록하는 사람 2009. 5. 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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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남일보에 강의를 하러 갔다가 임영섭 경영기획국장으로부터 정말 맛있는 점심을 얻어 먹었다. 굴비정식이었다. 영광에서 온 그 유명한 굴비란다.

우리가 그걸 먹은 것은 '일식'집이었는데, 유일회관이라는 곳이었다.

점심특선으로 굴비정식 말고도 게장백반과 전어구이백반, 낙지비빔밥, 홍어애국 등이 있었는데, 이런 메뉴들은 일식이라기 보다 한국식이라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그 때 먹은 굴비는 여지껏 내가 먹어봤던 굴비가 아니었다. 워낙 비싼 데다 경상도에선 흔한 음식이 아니어서 영광식의 이런 굴비는 처음 맛본 것이다.


적당히 말린 굴비를 구워 먹기좋게 찢어 머리와 함께 담아 주는데, 그 맛이 가히 일품이었다. 찍어먹는 소스도 특이했다. 고추장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찍어먹으니 더욱 고소했다.


사진만 봐도 다시 침이 고인다.

회도 나온다. 거의 다 먹은 뒤에 찍었다.


뿐만 아니라 짜지도 않고 노란 알도 들어있는 돌게장까지 함께 준다. 그뿐이랴. 게장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돌김까지…. 흐릅~. 포스팅을 위해 띄운 사진을 보고 다시 침이 고인다.


본 메뉴인 굴비와 게장이 나오기 전에는 반주 한 잔 하기에 알맞은 정도의 회도 나왔다. 이건 미처 사진 찍을 생각을 못해 거의 다 먹고 난 뒤 찍었다.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회까지 모두 합쳐 1인분에 1만 5000원이다. 회를 시키지 않으면 1만 원이란다. 너무 감동했다. 이게 전라도의 맛이고, 전라도의 인심인가 싶었다.

우리가 굴비정식을 먹었던 유일회관.


그러나 전라도라고 다 같은 음식 맛이 아니다

그러나 전라도 음식이라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버지를 모시고 전남 순천과 보성으로 가족여행을 갔다. 광주에서 먹은 굴비정식의 맛을 잊지 못해 관광안내 팸플릿에 있는 순천의 한 굴비정식집에 전화를 했다. 예약을 하고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랬더니 전화 받는 태도 자체가 너무 불쾌했다. 대충 위치를 알려주면서 찾아오려면 오고 말려면 말아라는 투였다. 게다가 1인분에 2만 원이란다. 가격은 그렇다 치고라도, 전화 받는 태도를 보니 딱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그래서 다른 한식집을 찾았는데, 거기서 1만 원짜리 정식을 먹었다. 가격 대비, 그런대로 먹을 만 했지만 감동까진 느낄 수 없었다. 그 집 역시 관광객 위주로 받는 집이어서인지 친절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순천에서 먹은 1만 원짜리 정식.

벌교에서 먹은 1만 2000원짜리 꼬막정식. 이 외에 양념꼬막과 무침이 더 나온다.


보성군 벌교에 가서 먹은 꼬막정식도 마찬가지였다. 1만 2000원이었는데, 과연 벌교 현지 주민들이 그 돈을 내고 꼬막정식을 사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년 전 벌교에 갔을 땐 '꼬막정식'이라는 메뉴를 내건 식당을 아예 볼 수 없었다. 그 땐 그냥 시장에서 꼬막 몇 천 원어치를 사서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면 즉석에서 삶아 줬다. 그 때 먹은 꼬막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러나 '꼬막정식'이라는 커다란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인 요즘의 벌교 식당들은 아무래도 관광객들만을 겨냥한 집인 듯 했다. 꼬막 맛도 즉석에서 바로 삶아 까먹은 그 맛은 아니었다.

역시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진짜 맛있는 식당이 있는 반면, 관광객들을 겨냥한 식당도 따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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