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망울 터뜨린 귤꽃, 과연 귤향기가 날까?

기록하는 사람 2009. 4. 1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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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9일) 아침 아파트 베란다의 화초에 물을 주고 있으니, 중2 아들녀석이 이렇게 묻더군요.

"아버지는 왜 그렇게 식물을 좋아해요?"

순간 답이 궁했습니다. 뭐하고 답하는 게 좋을까? 잠시 궁리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좋지 않냐?"

아들녀석에겐 제가 식물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지만, 사실 저도 겨울 동안에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해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겨우내 말라 죽은 것처럼 있던 것들이 봄이 되자 하나씩 새싹을 틔워 올리는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요즘 다시 베란다에 나가 놀기를 즐깁니다.

얼마 전 그런 반가운 마음을 담아 '활짝 핀 꽃보다 꽃망울이 더 설렌다'는 포스트를 올리기도 했는데요. 당시 포스트에 실비단안개 님과 구르다보면 님이 꽃 이름에 대해 조언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처음 꽃망울을 맺은 귤(천혜향)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포스트에 이어지는 사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특히 그 때 올린 꽃망울 중 귤(천혜향)은 어떤 꽃을 피울지, 어떤 향이 날 지가 궁금했었는데요. 마침내 귤꽃이 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우선 자태부터 한 번 보시지요.


이렇게 슬슬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다음날 아침 나가보니 이렇게 활짝 꽃잎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아름답지 않나요? 그리고 신기하지 않나요? 꽃망울로만 있을 땐 마치 껍질을 벗긴 귤의 속살같은 모습이더니, 피우고 나니 작은 치자꽃 같은 꽃잎에 이런 꽃술과 함께 가운데에 아주 작은 귤 같은 게 돌출되어 있었습니다.

향기는 과연 어떨까요? 과연 귤 향기가 날까요? 귤 향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향이 아주 짙었습니다. 마치 진한 자스민과 비슷한 향이었습니다. 현기증이 날 정도더군요.

이렇게 아파트 베란다라는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꽃을 피워준 귤나무에게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게 열매로까지 성장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종종 수정이 되지 않아 꽃만 피우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더군요.

아래는 실비단안개 님과 구르다보면 님의 추측대로 쥐똥나무가 맞는가 봅니다. 꽃망울을 터뜨린 자태가 식물도감의 쥐똥나무와 거의 똑같은 걸 보면 말입니다.


그리고 역시 실비단안개 님과 구르다보면 님이 알려주신 이질풀 꽃과, 덤으로 꽃을 피운 작약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수줍고도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그들이 대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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