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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정말 불쾌했던 스승의 날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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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들녀석이 하나 있지만, 우리부부는 학년 중에 아이의 선생님에게 꽃 한송이 선물해본 적이 없다. 학년 중에 뭘 드리는 건 우리 애를 잘 봐달라는,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가성이 있다면 꽃이든, 돈이든 그건 뇌물이다.

굳이 선생님께 고마움을 표시하려면, 학년이 끝난 뒤에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작은 선물을 편지와 함께 드린 적은 있다. (관련 포스팅 : 졸업식 이런 상 보셨나요? )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항상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이 되면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한 느낌이 있다. 다른 아이들은 다들 선물을 갖고 갔는데, 우리 아이만 갖고 가지 않았다면 아이가 혹 상처받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한 학교 정문 앞에 내걸린 스승의 날 펼침막.


그래서 오늘 학교에 간 아이에게 문자를 넣어봤다. "혹시 선생님께 선물 갖고 온 아이들 있냐?"

그랬더니 "한 명이요."라는 답이 왔다. 휴~ 다행이다 싶었다. 아무래도 초등학교에 비해 중학교는 그런 게 덜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였다. 그 땐 정말 다른 학부모들의 극성 때문에 적잖이 마음앓이를 했다. 그 땐 스승의 날 뿐 아니라 어린이 날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학부모들이 경쟁적으로 아이들 선물을 학교로 보냈기 때문이었다.

우린 맞벌이 부부라 퇴근 후 저녁에야 아이를 만나는데, 학교에서 받았다며 각종 선물을 내놓는 것이었다. 학용품도 있었고 장난감류도 있었다. 누가 주더냐고 물어봤더니 "이건 ○○ 엄마가 준 거고요, 요건 XX 엄마가 줬어요"라는 것이었다. 학부모들이 학급의 아이들 숫자만큼 선물을 사서 나눠줬다는 것이다.

그림 권범철

그래서 "넌 엄마가 친구들에게 아무 것도 안 사줘서 섭섭했니?"하고 물었더니 "그래요, 화가 나서 죽겠어요"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그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여름에는 학부모들이 교대로 학급 아이들 숫자만큼 아이스크림을 사 보내는 일도 있었고, 그 외 각종 간식도 사 보낸다고 했다.

살림이 빠듯한 이유도 있지만, 우린 그렇게 하고싶지 않다. 우리 말고도 정말 특별한 사정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가정이 있다면, 그런 엄마·아빠나 아이도 우리와 똑같이 상대적 박탈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해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저녁에 우리가 퇴근하자 아이가 아빠의 손을 잡아끌며 "백화점 가요. 선생님 선물 사야 한다 말예요"라고 말했다. 놀란 아빠가 물었다. "선생님에게 선물을 드려야 한다는 말을 누가 하더냐." "선생님이요, 와이셔츠나 넥타이 사 오래요."

귀를 의심했다. 재차 물었다. 그래도 같은 대답이었다. 그래도 아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아이들끼리 하는 말을 듣고 그러겠지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를 타일렀다.

"스승의 날 선물은 네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그때 지금 선생님을 찾아가 드리는 거란다. 지금은 네가 돈을 벌지도 않고 아직 어리니까 안 사줘도 된단다. 대신 내일 선생님을 만나 '스승의 날 축하해요. 선생님 우릴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씀 드리면 된단다."

다행히 아이가 말을 알아들었다. 다음날, 그래도 걱정스러웠다. 저녁에 아이에게 물었다. "오늘 선물 안 사가서 섭섭했니?" "그래요. 다른 엄마들은 다 사왔다 말예요. 나만 아무것도 안 사갔어요."

물론 그런 선생님보다 그렇지 않은 선생님이 훨씬 많을 것이다. 오늘자 경남도민일보에서 한 교사의 감동적인 글을 봤다. 거창 샛별초등학교 교장을 하시다가 지금은 평교사로 계시는 주중식 선생님의 글이다. 교장을 한 뒤 다시 평교사를 한다는 자체가 한국사회에선 드문 일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 분의 인품과 내공이 이 글에 잘 드러나 있다.

주중식 선생님은 "선생님 댁에 찾아갈 땐 대문을 발로 툭 차고 들어가라"고 한다. 왜 그럴까?

스승의 날에 모든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다 읽으면 좋을 만한 글이라 이미지 파일로 올린다. 주중식 선생님도 양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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