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어떤 결핍에 공감하면 한 번씩 눈물이 흘러나옵니다. 다른 누군가는 갖고 있지만 제게는 없는 상황도 아니고, 다른 누구는 없는데 제게는 있는 그런 상황도 아닙니다.


다른 누구도 가지지 않았고, 마찬가지 제게도 없는 그런 상태가 맞겠지요. 그래야 둘 사이에 ‘결핍’이 공동으로 있고 그래야 그에 대한 ‘공감’을 이룰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니까요. 물론 결핍은, 물질일 때도 있고 마음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결핍의 공감이 며칠 전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3월 28일 금요일 아침입니다. <경남도민일보> 1면 ‘책은 희망이다’에 나온 <스승의 옥편> 책 소개였습니다. 제목은 ‘학부생 답안지까지 챙기시던 선생님’입니다. 글쓴이는 사적으로 제 후배이기도 합니다만.


나는 학생운동을 한답시고 수업을 빼먹고 전공에는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학점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런 내가 한문을 부전공하겠다고 덤볐다. 부전공으로 학점을 좀 메우면 졸업이나마 제때 하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나름 한문은 자신도 있었다. 일기를 쓸 때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한자어 계열은 한자로 베껴 쓰면서 공부했기 때문에 한자는 좀 안다 싶었기 때문이다. 중간고사를 봤다. 한 30분 답안을 작성해 제출하고 강의실을 나왔다. 잘 쓴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작성했다 싶었다.
 

시험이 있은 후 며칠이나 지났을까. 선생님이 나를 연구실로 부르셨다. 선생님 책상에는 내 답안이 펼쳐져 있었고, 그 답안지에는 빨간색 펜으로 수많은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일일이 내 답안을 맞는 한자로 고치셨던 게다. 꽤 오랜 시간 앉았다 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부전공을 계속하기는 힘들겠구나.’ 선생님께서 나만 부르신 것은 아니었겠지만, 왜 그렇게 학부생 하나에 신경을 쓰셨을까 싶고, 그 깐깐함에 다소 원망도 했다. 그러면서 죄송한 마음에 열심히 할 생각이 없던, 그저 학점이나 메우겠다는 얄팍한 선택의 부전공을 포기했다.
 

몇 해 전 선생님의 부고를 들었다. 마음이 움직움직하기는 하였으나 몸은 요지부동이어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가끔 수업을 하기 전 이 책 <스승의 옥편>을 읽어 준다. 읽으면서 내 목소리는 자꾸만 잠기고 마음엔 울렁증이 인다. 그리고 차마 끝까지 읽어주지 못하고 만다.

/이헌수(양산여고 교사)


저는 저기 ‘마음이 움직움직하기는 하였으나 몸은 요지부동이어서’에서, 그냥 가슴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저도 ‘마음만 움직움직’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돌이키지 못하는 줄 알면서도 그리 돼 버려 저승에 가서도 송구할 일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훤주

스승의 옥편 - 10점
정민 지음/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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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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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offree.net/ 도아 2009.04.01 09: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까 구글톡으로 대화하는 도중 G메일창을 실수로 닫았습니다. G메일 창을 닫으니 하위로 만든 채팅창까지 사라졌습니다. 조금 더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아쉬워서 댓글 달러 왔습니다.

  2. Favicon of http://dontfindme.maru.net/tt 2009.04.01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는군요.
    몇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암으로 투병하셨는데 한번도 가지 못했죠.
    정말 마음은 대구로 떠나려 움직움직하지만 정작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생일날 잘 떨어지지 않는 입술 힘겹게 움직여 제게 생일 축하한다 전해돌라시고 떠나셨습니다.
    그날도 애인이랑 친구랑 열씸히 생일축하 파티를 벌이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마 죄송스러움과 또 말로 정의내릴 수 없는 이 답답한 마음은 평생 가져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