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 10원 짜리 동전 '처량해'

김훤주 2009. 4. 8. 12:29
반응형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두어 달 전부터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보니 동전이 놓여 있더군요. 10원 짜리 동전 두 개입니다. 우리 아파트 통로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창틀에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 저는 “어, 누가 두고 간 모양이네.” 이렇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까맣게 잊어버렸지요. 저도, 제 사는 일에 바빠서 말씀이지요. 게다가 그 동전들은 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동전은 보름 전에도 그대로 있었고 열흘 전에도 그대로 있었고 사흘 전에도 그대로 있었고 하루 전에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잘라 말하자면, 이 동전들은 돈 취급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들고 다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3층이 제가 사는 집이기에, 아침 출근길에 내려가면서 멀리서부터 가까이까지 이래저래 찍었습지요. 보면 아시겠지만, 먼지도 뽀얗게 앉아 있었습니다.

이렇게 옆에서 보니까 뽀얀 먼지가 잘 보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우리 통로에는, 다섯 살짜리 초등학교에도 가지 않는 아이부터 나이가 쉰이 넘은 어른까지가 다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동전들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얘기가 됩니다.

한 번만 뒤집어보면 됩니다. 만약 500원짜리였다면, 아니 100원짜리만 됐어도 이 동전들이 그대로 있을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여기 이 동전들은, 누가 실수로 무심결에 떨어뜨린 것이 아닙니다.

왜 이리 장담할 수 있느냐 하면, 일부러가 아니고서는 10원 동전 두 개를 이렇게 창틀에 올려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거든요. 그러니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이 있어서 작정하고 버렸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우리 딸 현지랑 가게에 갔다 오는 길에 물었습니다. “행여 현지도 저기 동전 봤니?”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좀 있다가 “저도 봤어요. 저는 두 달도 넘은 것 같은데요.” 그랬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앞으로 닷새 정도는 그냥 지켜 볼 참입니다. 그런 다음에도 아무도 집어가지 않는다면, 제가 가져와서 우리나라 유통 구조 안에 집어넣겠습니다. 왜냐고요? 그냥 불쌍해서요. 돈이면서도 돈 구실을 못하니까 말입니다.

가져와서는 시내버스 탈 때 쓰거나 자동판매기 커피 뽑을 때 쓰거나 길거리에서 오뎅 사 먹을 때 쓰거나 하겠습니다. 그리 한 바퀴를 돌면 나중에 아무리 쓰임새가 마땅찮더라도 구멍가게 거스름돈 노릇은 하지 않을까 싶은 게지요. 하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