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책임 회피하는 창녕군수 참 비겁하다

김훤주 2009. 3. 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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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화왕산 참사’ 경찰 수사 최종 발표가 있었습니다. 새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만 이번 ‘참사’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임을 분명히 밝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망 7명 중상 4명 경상 77명 등 큰 피해가 난 데 대해 산불 예방을 위한 물뿌리기 따위와 안전요원 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습니다. 입건된 이는 공무원 6명과 민간인 3명 등 모두 9명입니다.

구속은 문화관광과 7급 공무원 한 명뿐입니다. 김충식 창녕군수는 불구속 입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보도를 보면 “군수가 총괄 책임자지만 여러 잘못 가운데 일부 잘못이 있고 구속만이 처벌은 아니라 불구속했다.”고 했습니다.

경찰 판단이 크게 잘못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군수를 구속하지 못하는 까닭은 법률에 있을 것입니다. 최종 결재권자가 군수가 아닐 수도 있고, 결재와 달리 실행 과정이 어긋났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 면책을 위해 주장한 ‘천재론’

그러나 다시 따져보면 김충식 군수는 참 비겁합니다. 먼저 김 군수가 참사 직후부터 줄곧 ‘천재’라고 주장해 온 데 대해 보겠습니다. ‘예년보다 바람이 세게 불었고 메마른 정도도 엄청나게 컸다.’는 얘기입니다.

오른쪽이 김충식 군수. 이런 돈을 이리 받을 자격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나 이것은 ‘천재’라는 까닭이 되지 못하며, 불상사 예방 노력을 그만큼 더 해야 한다는 근거만 될 뿐입니다. 하지만 안전요원만 봐도, 경찰 발표에서, 실제는 500명 남짓이 필요한데 계획은 335명이었고 실제 배치는 257명뿐이었습니다.

김 군수가 이리 ‘천재’라 주장한 까닭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누가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책임이 없다.’그런데 이번 경찰 수사에서 ‘무슨 말이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2. 부하 직원 죽고 다치게 한 장본인

게다가, 김 군수는 부하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아무 면목(面目)도 없는 사람입니다. <경남도민일보>에 화왕산 억새 태우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1보가 들어왔을 때 저는 ‘공무원 여럿이 죽고 다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런 엄청난 행사를 하면, 만만한 게 공무원이라고, 안전요원으로 공무원을 많이 동원하는 줄을 제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아침 보니 당시 숨진 넷 가운데 한 명이 공무원 윤순달 씨였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환경 관련 부서에서 성실하게 일한 한 사람도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중국에서 창녕 소벌(우포)로 ‘따오기’를 들여오는 일로 자주 만나 함께 지냈던 분인데 제가 알기로는 참 좋은 분이십니다.

이밖에도 많은 공무원들이 당일 꽤 다쳤습니다. 여기에 더해 참사 뒤치다꺼리 하느라 공무원 대부분이 거의 얼이 나갔을 것까지 생각하노라면, 김 군수는 비겁할 뿐 아니라 뻔뻔하기까지 합니다.

김충식 군수는, 결과를 놓고 보면, 형사 법률로도 책임을 져야 할 잘못이 있고, 부하 직원들 죽고 다치게 한 장본인이며, 엄청난 가욋일을 떠넘겨 넋이 나가게 한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저는 김 군수가 지금이라도 맞갖은 책임을 지고 바로 사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창녕군수들의 지난 면면을 훑어보니까 그리 하기가 참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도 한편 절로 듭니다.

3. 뇌물 따위로 구속된 전직 군수들도 비겁했다

김종규 군수.

95년부터 선거로 뽑힌 군수는 넷인데, 형사 처벌 따위 없이 곱게 물러난 이는 김진백 민선 1·2대(1995년 7월 1일~2002년 6월 30일) 군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김종규·하종근 군수는 모두 뇌물 따위로 법정에 끌려갔습니다.

2002년 7월 1일 임기를 시작한 김종규 3·4대 군수는 모래채취업자와 인조잔디업자에게서 1500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2004년 11월 5일 불구속 기소됐다가 창원지방법원에서 2005년 8월 31일 징역 2년6월 추징금 15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김 군수는 같은 해 9월 13일 보석으로 풀려난 데 이어 부산고등법원 ‘물렁한’ 법정에서 2006년 4월 6일 일부 무죄와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00만원 판결을 받았으며 이 형은 7월 28일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2006년 10월 25일 임기를 시작한 하종근 5대 군수도 모래채취업자에게서 뇌물 4억5000만원을 받고 자기 경영 회삿돈을 빼내 선거에 쓴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8년 2월 18일 창원지법에서 징역 8년 추징금 2억2500만원 선고를 받았습니다.

하 군수는 그래도 1심 판결 나오기 전인 2007년 10월 25일 직을 사임했습니다만, 어쨌든 2008년 7월 10일 항소심 법정인 부산고법에서 징역 5년 추징금 2억2500만원 선고를 받았고 대법원 확정 판결은 같은 해 12월 11월 나왔습니다.

하종근·김종규 두 군수의 뇌물 사건을 다시 들춰 비난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박연차 리스트에서 보듯,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은 어쩌면 미덕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 글은 그이들 ‘비겁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김종규 군수는, “돈을 받기는 했으나 곧바로 돌려주려 했고 내 것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며 줄곧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런 주장이 법원에 일부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돈을 받은 사실과 오랫동안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김 군수는 끝까지 자진 사퇴를 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지는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 군수는 더 나아가, 뭘 믿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온 상황인데도 다시 출마해 당선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대법원이 이런 데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선거 끝난 지 한 달 만에, 새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확정 판결을 하는 바람에 김 군수는 ‘날아가’ 버렸습니다만. 창녕 유권자들은 선거를 한 번 더 치러야 했고 그로 사라진 비용 또한 적지 않습니다.

하종근 군수.

하 군수는 일찍 사퇴했다는 점에서 덜하기는 하지만 ‘일신을 위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 비겁함’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하 군수도 김 군수처럼 무죄 주장을 했고 나중에도 횡령은 유죄 인정을 했으나 뇌물만은 끝까지 무죄라 버텼습니다.

공범이 있습니다. 공범은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 군수는 공범이 돈을 받은 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공범이 돈 쓴 데를 살펴봤더니 하 군수랑 관련돼 있는 씀씀이가 확인이 됐습니다. 공범이 아무 얘기가 없는데도 잘도 알아서 했겠습니다.

공인이라면, 잘못을 했을 때는 걸맞은 책임을 느끼고 조용히 물러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버티다가는 더욱 더러운 꼴을 당하게 돼 있습니다. 김종규 군수와 하종근 군수가 그런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건방지게 여겨지겠지만, 저는 김충식 군수가 ‘화왕산 참사’ 책임을 모르쇠로 한 채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 봅니다. 제가 고향이 창녕이라 참담하고 괴로운 심정으로 이리 아룁니다.

다른 자치단체의 많은 우두머리들도 궁지에 몰리면 비겁하게 구는 마당에 ‘창녕’만 짚어 이리 얘기할 까닭은 없겠지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고장이고 제 탯줄을 묻은 고장이며 언젠가는 돌아가 살 땅이라는 이유 말고는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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