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적벽대전2 : 주유의 독백으로 완성된 소교의 눈물

김훤주 2009. 2. 6. 10:45
반응형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을 봤습니다. 아들이랑 딸이랑 함께 봤습니다. 1월 30일 밤에요.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 전체에서 주유의 아내 소교는 두 차례 눈물을 흘립니다.

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왜 눈물을 흘리는지 몰랐습니다. 자기 나라가 망할 위기에 빠져 있는데, 남의 나라 군사들 죽는(또는 죽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다니요.

그런데 나중에 딸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생각이 짧았음을 알았습니다. 우리 딸 현지에 따르면, 첫 번째는 죽은 사람들 인생이 불쌍해서 울었습니다. 좀 신파조이기는 하지만요.

두 번째는 죄책감에 울었습니다. 자기가 조조로 하여금 공격하는 시기를 놓치게 해, 결과로 볼 때 자기편이 이기게 하기는 했지만 그 탓에 남의 나라 군사가 죽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우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조조 진영에 역병(疫病)이 돌아 병졸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이것을 조조는 ‘잔인하게도’ 주유 진영에 뗏목으로 떠내려 보내 전염병이 돌게 합니다. 소교는 떠내려 온 주검을 보면서 웁니다.

두 번째 우는 장면은 이렇지요. 조조 진영에 소교 혼자서 갑니다. 가서는 ‘돌아가시라.’ 하다가 말을 듣지 않으니 조조에게 공격 시각을 늦추게 합니다. 그 사이 주유가 화공을 해 오고 위나라 군사들이 죽어 나자빠지자 눈물을 흘립니다.

주유가 이겼습니다. 막판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많은 군사를 죽게 하고 또 조조를 비참하게 만들고 “돌아가시오.” 해서 보냅니다. 그러고 나서 걸어나오면서 “이번 전쟁에 승자는 없다.”고 혼잣말을 합니다.

저는,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유가 처음부터 이들 조조 무리를 물리쳐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으면 조금 달랐겠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한 쪽이 죽고 다른 한 쪽도 죽는 그런 싸움입니다.

그러나 주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조조 무리를 물리치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화공도 생각하고 화살을 얻을 생각도 하고 채모.장윤을 죽일 생각을 하고 합니다.

그런데도 조조를 물리쳐 놓고, 나아가 조조 진영을 완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는, 끝에서 “이번 전쟁에 승자는 없다.”니요. 아무 맥락도 없이 불쑥 내뱉은 것 같은, 참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보고 나서 이틀 동안 그런 상태로 지냈습니다. 사람 다 죽여 놓고 무슨 그따위 신파조 타령이야, 이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그렇구나! 그에 앞서 (주유의 아내) 소교가 울었구나! 확 끼쳐 왔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인간들이 나름대로 많이 생각을 했구나……. 저는, 주유의 혼잣말 “이번 전쟁에 승자는 없다.”를 자기 아내 소교의 눈물과 연관짓고 나서야 비로소 알아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주유는, 그리고 주유와 제갈량은, 나아가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은 물리쳐 이기려 했고 결국은 물리치고 이겼지만, 주유의 생각만큼은 그런 승패를 넘어서 있었던 것입니다.

승패를 넘어섰다는 말씀은, 이겨도 사람이 죽고, 져도 사람이 죽는다는 얘기입니다. 이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야말로 평범한 진리를, 주유가 깨닫고 있도록 이 영화는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전장에서 죽어나간 사람들 처지에서 볼 때, 누가 이기고 누가 지든 무슨 상관일까요? 자기 한 목숨 아깝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모든 전쟁은 사람을 생명을 죽게 만든다는.

‘영화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이 나름대로 메시지를 담고 성과를 냈다면, 주유가 마지막에 내뱉은, “이번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혼잣말 덕분입니다. 그리고 소교의 눈물 덕분입니다.

아울러 한 번 더 돌이켜 생각해 봅니다. 소교의 눈물과 주유의 혼잣말을 이처럼 나름대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소교와 주유가 진정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번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이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리얼리티는 따로 따져 보겠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영화일 뿐 아니라, 제작진의 문제의식이 살아 넘치는 영화로도 여긴다는 말씀입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