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과 황석영이 저마다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를 번역해 ‘삼국지’로 펴냈다지만 실제로 번역했다고는 믿지 않으며, 그래서 저는 읽지 않는다(이문열 황석영 삼국지는 안 보는 까닭 http://2kim.idomin.com/688)고 했더니 근거를 대라는 댓글이 많이 달려 있더군요.

미리 밝히자면, 그이들 삼국지 때문에 그이들을 제가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쓴 이문열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다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 이문열, 전라도를 무슨 버러지처럼 여기는 이문열은 싫어합니다.

황석영도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무척 좋아했습니다. ‘삼포 가는 길’도 좋고 나중에 펴낸 ‘무기의 그늘’도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객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그리했겠지만, ‘객지’가 너무 좋아 따라 베껴 쓰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1. 황과 이의 삼국지는 번역도 아니고 번역 아닌 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이문열과 황석영이 ‘나관중’이 쓴(또는 썼다는) ‘삼국지연의’를 번역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이 경력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이들은 한문 공부를 전문으로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게다가 등단도 일찍 했고 작품 발표도 잦았습니다.

더욱이 ‘나관중’은 원나라 말기 사람인데, 그러니까 600년 남짓 전에 살았고 그이가 쓴 ‘삼국지연의’는 당연히 당시 한문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니까 논어 맹자 대학 중용과 같은 고대 말도 아니고 이른바 ‘백화(白話)’라는 현대 말도 아닙니다.

당대 말글뿐 아니라 풍속이나 시대 상황은 물론 제도나 사회 분위기도 알아야 제대로 번역이 되겠지요. 말씀 드린대로, 한학자 김구용은 74년 20년만에 완역 ‘삼국지연의’를 내놨다가 81년 첫 개정판을 냈고 2000년 두 번째 개정판을 냈습니다.

황석영 삼국지. 창작과 비평.

이문열과 황석영의 경력을 한 번 알아보시지요. 경력에 나와 있는 이런저런 활동과 활동 사이에 그런 공부가 자리 잡을 틈이 있는지도 함께 보시지요. 행여 빈틈이 있다면, 거기에는 그이들의 그 왕성한 사회 활동들이 들어가 있지 않겠습니까?

김구용 같은 진정한 번역은 엄두를 못 내겠지요. 이럴 때 짐작이 되는 수는 한 세 가지쯤 되겠습니다. ①기존 번역물 주로 참고. ②일본어로 번역한 작품을 다시 번역(중역重譯). 아니면 ③번역 하청 공장 가동. 이 말고 무엇이 더 있을까요?

그렇지만 저는 그이들 삼국지연의를 펴낸 뒤에도 앞에 말씀드린 바 제 태도나 감정을 바꾸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어요. 다만 옛날에 그이들 작품을 읽었던 바로 그 입맛을 버릴까봐, 손쉽게 찍혀 나온 그 ‘삼국지’는 멀리했을 뿐입니다.

그냥 저것이 그이들 사는 방책이구나, 이리 여겼습니다. 더욱이, 그이들이 평역(이문열) 또는 옮김(황석영)이라고 자기 삼국지 아래 처음 자기 이름을 붙였을 때에는 그다지 문제로 느끼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삼국지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2. 김구용 삼국지연의는 두 번째 개정에만 20년 걸린 번역물이다

김구용 삼국지연의. 솔.

사정이 이렇게 되다 보니 진정한 번역물로는 2000년 나온 ‘김구용 삼국지’에 처지고 말았으며 새로운 우리나라 창작물로는 2004년 나온 ‘장정일 삼국지’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큰 틀은 원본에 기댄 채로, 이런저런 재구성이나 재해석에만 머문 대가(代價)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김구용 삼국지’는 진짜 날렵합니다. 아마 원본에 충실해서 그렇지 싶습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라는 것도 결국은, 1000년 남짓 중국 사람들 사이에 우리나라 판소리처럼 노랫가락에 붙어 떠돌던 가사를 글로 붙들어맨 것일 테니까요.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처음 만나는 데를 보기로 들자면, 아주 바람 같이 흘러갑니다. 유비가 격문을 보고 탄식하고, 장비와 의기투합하고, 관우와 다시 마음을 맞추고, 도원결의를 하고, 장정을 모으고 말을 마련하는 장면까지 읽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기도 합니다. 시인이기도 한 김구용의 글솜씨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이인호 한양대 중국언어문화 전공 교수는 이리 말했습니다. “거의 대역(對譯)에 가깝게 번역하면서도 이 정도 문장력을 보였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김구용 문장력은 누구든지 읽어보면 바로 알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고졸(古拙)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별난 구석이 없고 범상해 보이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군더더기는 전혀 없습니다.

김구용 삼국지의 장점은 당연히 나관중 원본에 가장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일부러 유비를 추켜세우거나 조조를 싸고돌거나 하지 않고 나관중 삼국지연의에 담겨 있는 ‘정통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정통론과 더불어 중국과 중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보여주는 것을 두고 우리는 그것이 보편타당하다고 착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대로 보고 이해하기만 하고 우리 나름대로 판단하고 취사선택하면 될 일입니다.

3. 장정일 삼국지는 아예 새로 창작한 현대 한국의 삼국지연의다

장정일 삼국지. 김영사.

나관중 삼국지는 중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남만(南蠻) 북적(北狄) 서융(西戎) 동이(東夷)를 깔봅니다. 그러나 장정일 삼국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제갈량이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주는 맹획을 들 수 있습니다.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맹획은 일곱 번씩이나 은혜를 베풀었는데도 배은망덕하는 비열하고 싸가지 없는 인간입니다. 그러나 장정일에 따르면 그이는 자기가 소속된 겨레붙이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뺏기지 않고 끝까지 지키려는 의인(義人)일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나관중은 우리 겨레 조상이라는 고구려에 대해서도 관구검 따위가 한 번 쓸어버리면 그냥 스러지고 마는 존재 비슷하게 그려놓았는데, 장정일은 상당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시대 상황에 맞게 전술도 펼친 존재로 그려놓았습니다.

나관중 삼국지는 알게 모르게 귀족주의 관점에도 서 있습니다. 백성들 중요성은 낮추고 몇몇 중심인물들만 크게 내세웁니다. 뿐만 아니라 견딜 수 없는 폭정을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려고 일어선 농민군을 ‘황건적’이라 하며 낮춰 여깁니다.

장정일 삼국지는 아닙니다. 새로운 관점을 따라 창작을 했습니다. 농민군 활동을 자세히 적었으며 나관중의 ‘황건적의 난’은 장정일에서 ‘황건 기의(起義)’라 바뀌었습니다. 또 나관중은 유비가 황건군과 연합한 사실을 숨겼지만 장정일은 드러내 보였습니다.

나관중 삼국지는 또 남성주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관중은 동탁과 여포 사이에 등장하는 ‘초선’이라는 여성을 사도 왕윤의 ‘미인계’대로 움직이는 자동인형으로 만들었지만 장정일은 독자적으로 개성을 갖춘 인물로 그려냈습니다.

또 나관중은 이른바 춘추필법에 따라 등장인물을 지나치게 정형화해서 결국 형해화하는 데까지 이르기도 했지만 장정일은 소설로 되끌어와 저마다 생기 도는 개성을 갖추려고 애썼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 부분만큼은 황석영이나 이문열이 꽤 잘한 줄 압니다만.

4. 황석영 삼국지와 이문열 삼국지는 개정판이 필요할까?

이문열 삼국지. 민음사.

뭉뚱그려 말하자면, 이문열이나 황석영이 자기 이름으로 돼 있는 ‘삼국지’에다 번역물이라 하지 말고 창작물이라 하는 편이 훨씬 정직하고 사실과도 가깝다는 것입니다. 이미 나와 있는 여러 삼국지연의들을 보고 나름대로 재창조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황과 이는 생각 또는 용기가 모자랐습니다. 이문열 삼국지는 1988년 나왔고 황석영 삼국지는 2003년 6월 나왔습니다. 이문열이든 황석영이든, 책을 펴낼 때, “내가 낸 삼국지연의는 번역물이 아니라 창작물이다.”라고 할 배짱이 얇거나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창작이긴 한데 어정쩡했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김구용 삼국지와 장정일 삼국지를 칩니다. 이문열과 황석영은 그 아래입니다. 김구용 삼국지는 가장 알차게 번역한 삼국지연의입니다. 장정일 삼국지는 새로운 자세로 주체적으로 패기만만하게 재창조한 삼국지연의입니다.

황석영 삼국지와 이문열 삼국지는 지금이라도 장정일 삼국지를 따르면 좋다고 저는 봅니다. 평역 옮김 따위 용기 없는 낱말은 버리고, 장정일이 후배이기는 하지만 잘하기는 잘했기 때문에, 지금 어정쩡 판본일랑 버리고 ‘창작’ 개정판을 하루빨리 내겠다고 말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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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양반아 2009.02.04 1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확한 팩트도 없으면서 소설쓰지 마라 양반아.
    김구용 삼국지 칭송하면서 다른 삼국지는 무슨 근거로 폄훼하냐?
    김구용은 20년 세월이 걸려서 냈으니까 진짜 번역한 거고
    문열이와 석영은 그렇지 않으니 번역이 아니란 논리는 뭐여?
    기자라는 양반이 이런 식으로 글을 쓰니 황당하네.
    참고로 이문열은 어릴때부터 조부로부터 한학을 공부한 걸로 알고 있다.
    니 글은 단순히 ~'이러이러할 것이다'라는 정황상의 추측만으로 모든걸 단정지었다.

  3. 손범진 2009.02.04 2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사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남깁니다. 제가 이문열 삼국지만 읽어본 사람의 입장에서 이문열 삼국지를 평가한다면 평역에서의 많은 점에서 '구라'적 측면이 많이 묻어난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관우의 오관육참장에 대한 정사의 기록은 전무합니다. 거기다 남만 정벌 이후의 남만이 안정되었다는 것 자체도 구라죠. 남만의 반란은 제갈량이 그곳을 떠난 이후로도 계속되어 남중도독 이회와 마충 여개가 반란 진압하느라 진땀을 뺐고 그 와중에 여개가 살해당하는 등의 문제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국내 위진남북조 시대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시는 박한제 교수님처럼 전문적인 것을 요구하기 전에,(물론 그것을 심각하도록 전문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하면 잔인한 것이지만) 적어도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사견적 생각을 마치 정사인 것인양 넣는 것 자체도생각해봐야 겠죠. 문체적 상태에서는 제가 문학을 공부하지 않았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ㄷㄷㄷㄷ

  4. 손범진 2009.02.05 2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민혁
    '평역'에서의 구라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우가 조조가 주었던 모든것을 거부하고 유비를 찾아갈때를 평할때 정사와 연의가 일치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수의 정사 삼국지에 일절 나와있지 않은 부분입니다. 정사 관장마황조-관우 장비 마초 황충 조운-전, 무제기(조조), 장료전, 선주(유비),이주비자전(유비의 황후들)등 동시대에 관련된 인물의 정사나 후일의 배송지의 주석에도 일체 나와있지 않고, 관우에게 베였던 변희, 공수, 왕식, 진기, 한복의 인물(한복은 원소에게 기주를 빼앗긴 기주태수 한복으로 오해할수 있지만, 191년에 사망했습니다.)에 대한 기록 역시 전무합니다. 거기다 대도독 조진이 제갈량과 싸웠다는 것으로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제갈량과 조진은 단 한번도 얼굴을 맞댄 적도 없을 뿐더러 싸운적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이것을 평역으로 정사에 나와있다고 어물쩍 사료조작을 하려한다는 의미에서 평역삼국지가 위험한 점이지요. 사료는 철저히 조작이 가해지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5. 서호거사 2009.02.06 0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소 두 김 기자님들의 블로그 내용, 잘 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소중한 목소리를 내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건필을 빕니다.
    이번 '삼국지연의'의 한국 '역본'들에 대한 논의도 잘 보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김 기자님이 하신 '김훤주라는 개인과 김주완이라는 개인이 하는 블로그니까요. 제가 만약 기자로서 '신문'에 이런 글을 쓴다면 문제가 되겠지요'라는 말씀에 큰 실망을 느껴 한말씀 드립니다. 김 기자님의 블로그도, 집안 식구분들끼리 돌려보시는 게 아니라면, 어차피 '공'적인 영역입니다. 그리고, 김훤주라는 기자는, 저같은 일반인과는 달리 좀 더 '공'적인 인물이십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셔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논거를 갖춘 '사견'을 펼치시는 게 좋지 않으셨나 생각합니다. 이번 경우에는, 읽어보신다거나, 저자에게 물어보신다거나, 하다 못해 출판사나 저자에게 e-mail라도 보내 문의를 해보시고 글을 올리시는 게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학계를 떠나 한국 사회에서 논쟁 그 자체인 필자들을 다루는 내용이니만큼, 혹 신문에 싣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그런 글이 되었으면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물론, 블로그에 개인의 사견을 펼쳐서는 안된다거나, 신문에 실릴 정도로 극도의 정확과 정밀함을 '꼭' 갖추어야 한다는 말씀은 절대 아닙니다.)
    하민혁님의 지적은 수긍되는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 한문에 대한 이해도만 있으면 읽히는
    한문소설도 있겠지만 (그래도 '술술'은 어려울텐데요...), '삼국지연의'는, 진수의 '삼국지'를 저본으로 하여, 나관중이 다양한 민간기예-괴뢰희라고 꼭두각시 인형을 세워놓고 시장 한 귀퉁에서 무대공연을 펼치는 것 등-와, 구전설화, 나아가, 원곡이라고 중국문학사에 불리는, 희곡 쟝르까지 녹여낸 정말 다채로운 텍스트입니다. 사실 이런 텍스트는 고전중국어인 '한문'만 읽을 줄 알아서는 제대로 번역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당송을 지나 원나라를 거치면서, 중국산문문학에 구어가 상당히 들어오므로, 흔히 백화문이라 불리는 구어체 문장에도 상당한 이해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마천 사기에 대한 해독 능력이, 금병매나 수호지에 대한 해독능력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김구용씨의 사정은 어떤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김 기자님의 건필을 계속 기대하고 있겠으며, 하민혁님께는, 좋은 의견 주셨는데, 혹 시간이 되신다면, 장정일씨가 자기 저서 <<생각>>에 쓴 '나의 삼국지 이야기'와 이나미 리츠코가 쓴 '삼국지 깊이 읽기'의 서문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러시면, 김 기자님의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충 설명을 얻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다 보셨으면, 이 외람된 추천을 용서하시구요. 그리고, 좀 부드럽게 비판을 제기하셔도 말씀하시는 게 잘 전달될 것 같은데요. 이곳 주인장 분들은 합리적인 비판에 활짝 열려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2.06 15: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실망하시게 만들어 드린 데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 아룁니다. 그리고 신문에 실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 정도까지 알아보지 못한 게으름에 대해 선생님 질책을 아주아주 달게 받겠습니다.

      말씀하신 그런 확인을 않고 쓴 데 대해 몇 말씀 덧붙여도 된다시면 그리 해 보겠습니다만. 저는 일단 앞에 쓴 "이문열 황석영 삼국지는 안 보는 까닭"에 나와 있는 바, 이이화 선생의 말씀을 깊이 믿었습니다.(지금도 믿습니다.) 그리고 작정하고 본 것은 아니지만 옆에 굴러다니기에 황석영 삼국지를 잠깐 들춰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때 든 제 느낌은, "조선 3대 '구라'에 꼽힌다더니 과연 헛된 얘기는 아니로군."이었습니다. 박종화(월탄)나 김구용 삼국지는 이야기 전개가 중심이 돼 있는 반면, 황석영 삼국지는 해설이 상당히 많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에 앞에 말씀드린 이이화 선생의 발언이 얹어진 것이지요.

      이문열 삼국지도 마찬가지, 옆에 굴러다니기에 살짝 기웃거린 적이 있는데요. 여기서 저는 좀 질렸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비 관우 장비가 처음 만나는 장면, 그리고 지역 유지로부터 말과 재산을 얻기까지 장면이었는데요. 여기서 이문열은 사건이 그리 전개될 수 있었던 당대의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 상황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썼습니다. 글쎄 자세해서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래서야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짐작하고 그림도 그려보고 하는 감수성과 상상력의 영역을 뺏어 버리는 격이 아니겠느냐, 뭐 이런 느낌이었지요. 아울러, 여러 군데서 지적이 나오는 것처럼 관우의 팔 수술이라든지 관우의 오관참륙장이라든지에 대한 이문열의 서술이 전혀 옳지 않다는 얘기는 이문열 삼국지를 읽지 않은 제 귀에까지 들어와 있었고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문열 삼국지와 황석영 삼국지를 작정하고 읽어보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나름대로는 "그이들이 평역/옮김이라 하지만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정도는 얘기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것입니다.

      이런 제 얘기가 합당하지 않다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비판이나 나무람들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냥 저는 (말씀주신) 그런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로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된 배경을 말씀드릴 뿐입니다.

      그리고, 제 글의 요지가 이문열 황석영이 '삼국지연의 나관중본'을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는 데 있음은 한 번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김구용 삼국지연의를 모본(母本)으로 삼아 꼼꼼하게 검토를 해 볼 용의는 있습니다만. 고맙다는 말씀, 거듭 올립니다.

  6. 철부지 2009.02.06 1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 며칠 돈벌이에 정신이 팔려 통 못왔더니 재미있는 논의가 진행중이었군요.
    하민혁님.. 글 읽으면서 요지... 와 논점에 대한 생각도 좀 해보았습니다.
    하민혁님께서는 자꾸 본인의 논점...논점 이야기 하시는데 님께서는 이 블로그 쥔장의 글을 읽고
    어떤 논점을 찾으셨는지요?~! 저는 그 논점부터 잘못찾은 분이 논점이야기 하며 시비거는 모습으로 보입니다만.

    저는 옮김... 번역 이라는 말이 쉽게 사용되는 문제에 대해 지적하신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물론 제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만.(이건 필자 본인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글의 논점(제 추측이지만)에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중문학을 전공했고, 다양한 과목중에서도 고문 번역관련 과목을 가장 좋아했고, 잘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점따기 위해 별짓다했지만, 담당교수가 학생들의 번역 작품으로 버젓이 일년에
    네 다섯권의 번역 책을 냈지요. 옮김, 평역.. 따위의 말을 써 가면서..
    학부생들이 번역하고(초벌), 대학원생이 첨삭, 마무리까지.. 이쯤 되면 원고는 학생들이 쓴거라고 해도
    틀리지 않겠지요. 번역실력과는 무관하게 동일시간에 얼마나 많은 페이지의 분량을 번역했는가가
    평가의 기준이었습니다. 어차피 번역이 틀리더라도 대학원생들이 첨삭을 하니까요.

    사람은 반드시 확인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아는게 있고, 꼭 확인해야만 아는게 있지요.
    이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삼국지를 이문열이나 황석영이 당연히 번역하지 않았다는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무신경하게 그냥 사용되는 옮김, 번역, 평역이라는 말에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무신경하게 지나치던 잘못된 것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거라고 보는데요.

    하민혁님...
    이문열, 황석영이 ... 삼국지를 번역, 평역, 옮겼다는걸 확인해야 믿으십니까?
    저는 전공학도로써 제 전재산과 오른손을 걸고 아니다에 걸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2.06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문학도이셨군요. 하하. 저는 (덜 떨어진) 불문학도였습니다요.

    • Favicon of http://blog.mintong.org 하민혁 2009.02.09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민혁님...
      이문열, 황석영이 ... 삼국지를 번역, 평역, 옮겼다는걸 확인해야 믿으십니까?
      저는 전공학도로써 제 전재산과 오른손을 걸고 아니다에 걸겠습니다."

      네. 그렇게 거셔도 됩니다. ^^
      제가 앞선 글에서부터 제기하는 문제는 딱 하나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라는 직을 가진 이라면 그 믿음을 일반화는 데 신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처음 문제를 던진 지점은

      '그래도 명색이 기자신데, 전화 한 통화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을 아무런 확인 과정 하나 없이 '내가 보기에는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김기자님이 말하는 '근거를 대라'거나 하는 차원도 아닙니다. 저 말 그대로입니다.

      기자직에 있는 분이, 그것도 언론 일반의 문제를 칼같이 지적하고 있는 기자가 이런 식의 포스팅을 쓰는 건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곁가지 치고 이에 대한 답만 분명하게 했다면 그냥 끝났을 얘기였던 겁니다.

  7. Favicon of http://kbh12992930@hanmail.net 구본흥 2009.02.09 1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논쟁이 이리 재밌어도 되나요?유난히 읽을 거리를 좋아 햇던 어릴적의 저는 월탄 박종화님의 삼국지로 초등학교6학년을 보냇습니다.지금 기억으로 한문이 유난히 많았으나 별문제 없었습니다.그당시 조선일보를 읽을 정도는 되었으니까요,그런데 50대 중반의 지금도 읽고 해석하고 번역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물론 제가 둔재라서 이겟지만 한자를 안다는 것과 번역의 차이는 쥔장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 합니다.하민혁님의 말씀에도 어느정도 공감이 가지 않는 바는 아니나 제가 읽어본 이문열님의 삼국지 허구와 너스레가 너무 많고 박종환님의 삼국지와 같은 구수하고 깔끔함은 적은 것 같더군요 ,그리고 하민혁님께서는 어느정도 논쟁을 위한 험집내기가 아닌가도 생각 되는 군요,저역시 고전을 좋아하고 항상 옛조상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을 취미로 하니 건방지게 한말씀 올립니다.실례가 되었다면 아량으로 너그러이 하시길 바라고,,,쥔장께는 자주 들러 글을 읽곤 하는데 댓글은 처음입니다.양민학살과 지역의 밝혀지지 않은 역사를 파헤치시고 글로서 근거를 남기는 역사적일을 하셔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자주 들고 있습니다.모쪼록 좋은글 계속포스팅 하시고 저는 걍 계속 읽겟습니다.

  8. 민혁아..... 2009.03.13 0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혁아....그냥 가만히라도있으면 괜찮을것을...
    결국은 얄팍한 지식의 바닥을 드러내고 조용히 사라지겠구나..........
    보고있는 제3자가 다 챙피하다 임마....
    시종일관 논쟁의 논지에서 벗어서 꼬리에 꼬리는 무는 너의 시비조는
    너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것을 알아두어라...

    인터넷 깔고 댓글다는거 거진 몇년만인거 같네.....;;

  9. 뭐냐 2009.05.05 2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놔 그래서 누구꺼를 읽으라는거야

    나 무식한데 좀 읽어보고싶단말야...

  10. 고민 2009.05.23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3입니다만, 너무 입시공부에만 매달려있는게싫어서, 자기전에라도 짬을내서 평소에 좋아라하던 삼국지나 사서 읽을까 고민하던중 들르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시절 만화로된 삼국지부터 접해서, 부끄럽지만 고작 삼국지 관련 게임등으로 삼국지에 대해서 많이알게된 저로서는(굳이 삼국지가 아니라도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하지 못했다는걸 정말 후회합니다.) 어떤분의 번역본을 고를지에대한 판단 기준이 도저히 잡히질 않아서말입니다. 기자님의 이 글도 그렇거니와, 근래에 한창 화제가 되었던 황석영님 파문으로 신뢰도 가지 않아서, 김구용님의 번역본을 사서 읽기로 결정했는데요, 제가 인터넷서핑을 하던중 "김구용의 삼국지는 무슨 일제시대 작품을 읽는것같은 느낌을 많이 받게된다."는 글을 봤는데요, 김구용님의 삼국지를 읽으신 입장으로서, 김구용님의 번역본이 좀 딱딱하다거나, 구식느낌의 문체를 많이 쓴다라는 입장에대해서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11. 숲속의한가함 2010.09.06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부터는 말이되는 주제를쓰시오 정신차리세유~~~ 삼국지가 울잖어

  12. Favicon of http://cyworld.com/causeilovu 임태우 2010.10.01 0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국지가 예상 외로 종류가 많아 혼란스러웠는데 이제 좀 정리가 됩니다!

    써 주신 글과 긴~ 댓글들을 읽어 본 결과..
    저는 장정일 삼국지를 읽어보는 편이 좋겠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13. Favicon of http://blog.naver.com/sol_book 2010.11.23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구용 삼국지를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http://blog.naver.com/sol_book 이곳으로 오셔서 참고하세요 : )

  14. 감사합니다. 2011.02.26 0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감사 전하고 싶습니다.

    아주아주 오래전 이문열의 삼국지만 읽었고

    십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한번 삼국지를 읽어 보려는 생각에 검색끝에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김구용 선생의 삼국지로 결정 봤습니다 ^^

    어쩌다 보니 댓글까지 보게 되었는데 틀렸네 맞네를 떠나서 가시가 달린 댓글은

    블로깅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것을 적어봅니다~


    ++++++++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7권짜리도 있고 10권짜리도 있더군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1.02.26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초판으로 일곱 권짜리가 나왔는데요, 나중에 열 권으로 새로 냈습니다. 내용은 다르지 않습니다. 출판사로서는 열 권으로 내는 편이 구색도 갖추고 책값도 더 받는 일석이조였겠습니다.

  15. 서북풍 2011.03.09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고 갑니다^^
    삼국지 뭘 볼까 고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ㅎㅎ
    개인적으로 이문열이 싫어져서 그 사람것만 재밌다고 않했으면 했는데 다행?이네요 ㅎㅎ
    지금처럼 공식적이지 않은 개인적인 견해의 글들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16. 하민혁씨... 2011.07.13 1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굉장히 분노를 가지고 덧글들을 다셨네요 보는 제가 흥분될정도로요
    하지만 삼국지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여기 올라와있는 책들을 다 읽으셨더라면
    이해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17. 2011.08.07 0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구용 삼국지로 검색하던중 님의 글을 보고 결정적으로 신뢰가 가서 구매결정했습니다. 어렵다고들 해서 약간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잘 읽어볼게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18. 쏘쏘 2012.01.12 0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구용 삼국지는 원전에 가깝습니다.
    과연 동탁의 운명은 어떻게 될것인가?라는 말도 들어가있을 정도니까요.
    어려운 줄 알았는데 스피디해서 꽤나 읽는 맛이 납니다.

    이문열 삼국지는 기자님 쓰신 말에 동의하는데
    황석영 씨는 번역이 나름 잘된 걸로 알고 있어요.
    읽어보면 자기의견을 붙인 부분이 없습니다.
    중간에 줄이거나 생략은 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장정일 씨건 신선한 시각이나 해석이 돋보이구요.
    누가 허유의 심리상태에 대해 서술하겠어요.

    저는 황석영=김구용의 정통본을 읽거나
    아님 장정일의 개정본을 읽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이문열은 이도저도 아니구 자기 사견이 쓸데없이 많이 들어가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않고 해서 비추요)

  19. 사절지 2012.11.13 2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그래도,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각각
    가시와바라 효조의 '먼길'에 대한 표절의혹을 받고있는 중인데,
    그분들이 어떻게 삼국지를 번역했을지 김훤주님이 제시한 수 중에
    짐작할 만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 2013.03.03 0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첫 삼국지를 본게 1982년이였던 것 같네요.
    그 이후로 나온 삼국지들은 대부분 본 듯 합니다.
    이문열씨 작품은 일단 지명, 인명도 맞지 않는데다가
    주관적인 의견이 줄줄이 등장해서 몰입할 수가 없더군요.

    당시 출판사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서 이문열씨 삼국지를 많이 팔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봤던것들 중 최악의 삼국지 1위는 이문열씨의 삼국지였습니다.

  21. Favicon of http://blog.naver.com/thanks_03 김솔구 2014.07.06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없이 삼국지만 읽었지 그 배경에 이런 이야기도 있는지는 처음 알았네요.
    사실 한자라는게 우리 문자도 아니고 오래전에 쓰여진거라면 더욱더 번역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게 당연하겠지요.
    그런점에서 본문 글쓴이의 의견에 상당부분 공감가는게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