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상 바로 옆에 난초가 하나 왔습니다. 며칠 동안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더니 지난 13일쯤 이렇게 망울이 터졌습니다. 머금고 있을 때도 향긋한 내음을 풍기더니 이제 꽤 짙어졌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난 꽃 냄새가 저는 좋았습니다. 그래서 여기다 코를 갖다대고 지긋이 눈을 감은 채 킁킁 거리고는 했습니다. 그윽한 이 냄새를 뭐라 표현할 수 있겠나 생각을 했지요.

글쎄, 초록색 향기라 하면 될까? 조금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면서도 전혀 끈적거리는 느낌은 주지 않는. 그래 머물지 않으면서 상큼하게 탁 치고 가는 그런 촉감. 그러면서 끊어지지도 않는.

이러고 있는데 지난 16일 동기인 유은상 기자가 가까이 오더니 난초에다 머리를 온통 갖다대었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며 아무 말 않았지만, 행여 저러다 화분이 쓰러지지나 않을까 불안했습니다.


물론 유은상 기자 말고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어느 누구도 이리 하지 않았기에, 저랑 비슷하게 이런 데 머리를 갖다 처박는 모습에서 무슨 동질감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유은상 기자가 웃으며 얘기했습니다. “옛날부터 꽃 냄새가 아주아주 좋아서 그랬어요.” 저도, “나도 좋은데, 그런데 이 냄새를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네. 초록색 냄새라 할까 싶은데…….”

이리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둘이는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유은상 기자가 딱 한 마디로 정리해줬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열일곱 살 때 여자 친구 머리에서 나던, 샴푸 향기 같다……, 고.”

저는 순간 “우와, 멋진 표현이네! 이거 뭐라 해야 하나, 공감각적이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고, 참! 공시대적 표현이라 하면 좀 걸맞으려나?” 물론 ‘공감각’이라는 낱말은 있어도 ‘공시대’ 어쩌고는 없습니다.

공감각(共感覺)은 아시는대로, ‘푸른 종소리’처럼 감각이 둘 이상 겹치면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공시대(共時代)는, 그냥 시대가 같다는 뜻으로 순간 뱉어낸 말일 뿐입니다요.

어쨌거나 우리 또래는 ‘이런’ 샴푸 향기에서, 찰랑거리는 머릿결과 상큼한 냄새와 산뜻한 마주침과 해맑은 흔들림과 반짝이는 눈동자를, 한꺼번에 느끼지요. 우리 둘이는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 웃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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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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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pgs1071.tistory.com 피오나 2009.01.19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성적인 분이시군요..ㅎㅎ
    누구나 옛 생각에 젖다보면 그시절에 나온 음악이나..
    영화...
    그리고 님의 말씀처럼 향기로 기억을 더듬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런 분은 대부분 감성적인 성격이라는거..ㅎㅎ
    보기 좋습니다.
    행복한 저녁시간 되셔요.

  2.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_top_blogtop=go2myblog 실비단안개 2009.01.19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향기란게 그래요, 글과 언어로 어떻게 표현이 되지않는.
    하여 그러지요, 누구 향기나는 컴퓨터 좀 만들어 주셔요.

    사과엔 사과향기가 분명 있는데, 이 사과향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맞을까, 아카시아 향기는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

    가볍게 컴퓨터를 종료하게 해 주시네요.
    고맙습니다.^^

  3. 모과 2009.01.20 1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7살 고2때쯤 소녀는 자기의 곱고,맑음을 몰라서 더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소녀와 처녀들의 머리에서 샴프향을 느낍니다.
    이상한 것은 나이가 들면 방금 샴프를 해도 향이 나지 않아요.
    다른 여성의 피부가 좋다, 다른 여성에게서 신선한 샴프냄새가 난다고 느낄 때가 40대 초반 같아요.
    그때부터 여자는 늙어 가는 것 같습니다.
    얼굴에 [아줌마]라고 표나게 해놓구서 씩씩해지지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1.20 1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어렴풋하게밖에 느끼고 있지 못하던 내용을 확실하게 정리해 주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자기가 얼마나 곱고 맑은지 몰라서 더욱 아름답다." 가슴에 새겨집니다.

  4. 2009.01.20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1.20 1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그리 고급인지는 몰랐습니다. ^.^
      선생님 블로그에도 들르겠습니다. 꼭요. 당연하지요.
      제가 올 초 부서를 옮겼는데 어떤 분이 축하한다시면서 보내주신 것이랍니다. 보내주신 분께도 고맙다는 인사 한 번 더 올려야겠습니다.

  5. Favicon of http://flower35.tistory.com 나이트엘프 2009.01.20 1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승진,개업 새로운 출발에 많이 보내시는 동양난중 하나입니다 ^^
    지금이 개화기라 딱 좋은 시기에요 ^^ 겨울이니 물 자주 주지 마시고
    배양토나 난석이 완전히 마른뒤 1~2일 후에 한번 주시면 되구요 ^^
    자주 들르겠습니다 ^^

  6. fanta 2009.01.24 0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년 전, 경남의 한 지역에서, 어떤 정당의 선거캠프에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이면 99.9%(ㅠㅠ)당선이 가능한 곳이라 다른 정당은
    사실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당연히; 알고 있지만 다른 정당소속으로도 열심히 했었죠.
    그때 정기 구독했던 일간지가 경남도민일보였습니다.

    지금은 상경해서 고향을 떠나 있지만 기자님들의 블로그를 보면서 굉장히 행복합니다.
    고인물이 썪는 다는 우리 고향에 그나마 이런 매체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아직도 아쉽습니다.
    아쉬운 이유는 기자님들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이 블로그에 방문했었지만 이런 식의 댓글은 한번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득, 요즘의 일련의 사태에 가슴이 답답해 이런 댓글이나마 달고 갑니다.
    비록 정기 구독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왜곡되지 않는 정론의 경남도민일보에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식의 방명록; 같은 것이 없어서 '그냥 별 의미없는 것' 카테고리에 답글을 남깁니다.
    제 댓글도 크게 의미는 없거든요.
    제가 바보라서 다른 것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옳고 그른 것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에 확신을 가지며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의 진심만 담아주시길 바랍니다.
    고생많으시겠지만 수고하세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2.14 0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늦게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름 열심히 하겠고요, 방향도 나름 잘 가늠하려고 애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