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별 의미없는 것

왜 소주·맥주회사 달력엔 벗은 여자들만 있을까?

기록하는 사람 2009. 2. 1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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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동조합 대의원입니다. 오늘 노조에서 대의원과 집행부 연석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노조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회사 근처 식당에서 함께 먹었는데요.

평소 별 생각없이 지나치던 달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쁜 여성이 거의 반라 상태로 달력을 가득 채우고 있더군요. 달력을 인쇄, 발행한 곳은 우리지역의 소주회사인 '무학'이었습니다.

약간 농담섞인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왜 소주회사나 맥주회사에서 나온 달력에는 꼭 반쯤 벗은 여자들 사진만 있는 거지?" "술 만드는 회사라도, 문화재 사진이나 뭐 그런 좀 품위있는 사진을 쓰면 안될 이유가 있을까?"

"아니, 술 제조회사의 마케팅 기법이나 원칙상 섹시한 여자를 내세워야 술 판매가 늘어난다든지 하는 뭔가가 있을 거야." "맞아 그런 뭔가가 있겠지." "예를 들어 섹시한 여자 사진을 보면 술 생각이 떠오는다든지, 술맛이 더 난다든지 뭐 그런게 있겠지."

뒤돌아보고 있는 우리 대의원의 뒤통수 위 달력 보이시나요?


그렇겠죠. 소주회사나 맥주회사들이 나름대로 지역에선 메이저기업인데, 아무 생각없이 그런 달력을 만들 리가 있겠습니까?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거라는 게, 오늘 이야기를 나눈 대다수 노조 대의원과 집행부 간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기자들의 장점이 뭡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무조건 물어볼 수 있는 직업이 바로 기자잖습니까?

제가 물어보기로 했죠. 그래서 우리지역의 대표적 소주업체인 무학소주 홍보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하필이면 담당 팀장이 자리에 없어 통화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좀 더 집요하게 했으면 통화할 수도 있었겠지만, 뭐 그리 급한 일도 아니어서 나중에 다시 전화하기로 하고 끊었습니다.


그런데, 약 두 시간 후, 후배기자가 담당 홍보팀장과 전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마침 그 후배기자는 '소주에 대한 진실과 거짓'이라는 약간 다른 아이템을 취재 중이었습니다. 제 자리 옆에서 통화를 했기에 듣고 있었는데요. 마케팅 원칙이나 기법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하더군요. 끊자 마자 "뭐라 카더노?" 하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후배의 답변이 허탈했습니다.

"별 이유가 없다는데요? 마케팅 기법 뭐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성인 남자들의 취향에 맞춰 그런 달력을 제작해왔답니다. 그러면서 요즘은 좀 '자제'하려고 한다고 하네요."

'성인 남자들의 취향'......그것 뿐이네요. 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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