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동조합 대의원입니다. 오늘 노조에서 대의원과 집행부 연석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노조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회사 근처 식당에서 함께 먹었는데요.

평소 별 생각없이 지나치던 달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쁜 여성이 거의 반라 상태로 달력을 가득 채우고 있더군요. 달력을 인쇄, 발행한 곳은 우리지역의 소주회사인 '무학'이었습니다.

약간 농담섞인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왜 소주회사나 맥주회사에서 나온 달력에는 꼭 반쯤 벗은 여자들 사진만 있는 거지?" "술 만드는 회사라도, 문화재 사진이나 뭐 그런 좀 품위있는 사진을 쓰면 안될 이유가 있을까?"

"아니, 술 제조회사의 마케팅 기법이나 원칙상 섹시한 여자를 내세워야 술 판매가 늘어난다든지 하는 뭔가가 있을 거야." "맞아 그런 뭔가가 있겠지." "예를 들어 섹시한 여자 사진을 보면 술 생각이 떠오는다든지, 술맛이 더 난다든지 뭐 그런게 있겠지."

뒤돌아보고 있는 우리 대의원의 뒤통수 위 달력 보이시나요?


그렇겠죠. 소주회사나 맥주회사들이 나름대로 지역에선 메이저기업인데, 아무 생각없이 그런 달력을 만들 리가 있겠습니까?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거라는 게, 오늘 이야기를 나눈 대다수 노조 대의원과 집행부 간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기자들의 장점이 뭡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무조건 물어볼 수 있는 직업이 바로 기자잖습니까?

제가 물어보기로 했죠. 그래서 우리지역의 대표적 소주업체인 무학소주 홍보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하필이면 담당 팀장이 자리에 없어 통화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좀 더 집요하게 했으면 통화할 수도 있었겠지만, 뭐 그리 급한 일도 아니어서 나중에 다시 전화하기로 하고 끊었습니다.


그런데, 약 두 시간 후, 후배기자가 담당 홍보팀장과 전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마침 그 후배기자는 '소주에 대한 진실과 거짓'이라는 약간 다른 아이템을 취재 중이었습니다. 제 자리 옆에서 통화를 했기에 듣고 있었는데요. 마케팅 원칙이나 기법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하더군요. 끊자 마자 "뭐라 카더노?" 하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후배의 답변이 허탈했습니다.

"별 이유가 없다는데요? 마케팅 기법 뭐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성인 남자들의 취향에 맞춰 그런 달력을 제작해왔답니다. 그러면서 요즘은 좀 '자제'하려고 한다고 하네요."

'성인 남자들의 취향'......그것 뿐이네요. 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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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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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ninetail.wo.tc 나인테일 2009.02.19 2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cfs14.tistory.com/image/34/tistory/2008/11/04/00/11/490f14ba1b345

    요즘엔 이런 광고도 많답니다..;

  2. Favicon of http://pplz.tistory.com 좋은사람들 2009.02.19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네요. 타이어 관련 달력에도 여성들뿐~;

  3. Favicon of http://loyalty.tistory.com bonheur 2009.02.19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비층인 성인 남자들의 취향이 그래서 그랬다. 솔직하네요 거.

  4. Favicon of http://theparks.allblogthai.com 단군 2009.02.20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달린다...질주한다...매끈하다...검정색...둥글둥글...풍만함...우유빛...빨강 입술...쭉 빠진 다리...잘 빠진 둔부...도끼 자국...비키니를 통해 느껴지는 유두 자국"...이런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는 그림이 있다면 술이 더 땡기질 않으려는지요?...>_<...제 개인 블로그 지난주 개장했습니다...한 번 들러 주셔서 따끔한 충고 한 줄 날려 부세요~...바쁘실려나요?...

  5. Favicon of http://blog.eduhope.net/labor/ 이헌수 2009.02.21 0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저 달력 학교 매일 점심을 먹는 앞 식당에도 붙었는데...

  6. 아즈라이트 2009.02.22 15: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맥주, 소주 같은 술처럼 저 달력 속의 여자도 남성들의 시선에서 보았을 땐 '들이키고 싶은' 욕망의 대상인 거지요. 펩시 콜라 광고에 섹시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출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의식, 본능을 자극하는 것도 광고의 중요한 기법 중 하나인 모양이니까요.

  7. ㅌㅌ 2009.02.22 16: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 소비층이 남성이나까, 남성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아닐까요?? 흠,, 조금 마케팅에 대해서 배운적이 있는데,, 性에 관련된 마케팅은 여성에게 더 효과적입니다.. 명품 가방이나. 여러가지 명품 광고가 性을 소재로 하고 있지요
    켈빈 크라인 광고나,, 백화점 명품 매장의 사진들은 대부분 반쯤 누드니까..

  8. xmflvmf 2009.03.05 0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저씨가 벗고 있으면 술 사 드시겠습니까? ㅋㅋㅋ

  9. Favicon of http://www.muhak.co.kr 무학직원ㅋ 2010.12.02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저 술 맛있겠다 라는 것과 단어를 연관시켜 보시면..^^;;
    지극히 예전부터 주류는 남성들이 즐겨찾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여성들도 술을 잘 마셔서 그렇지만 , 아시다시피 예전은 남성이 주류였기에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광고효과로서 여성의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이러하였던 풍습이 현재까지 계속 지속되는 것이죠. 어쩌면 마케팅쪽의 예전 관습으로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섹시함 뿐만이 아닌 그 해의 컨셉을 정해서 나아가는 추세입니다.
    저희 회사의 2011년의 컨셉은 스포츠와 섹시함 컨셉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무학 좋은데이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