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지리산 흑돼지라고 다 그맛이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 2009. 1. 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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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남 함양군에 자주 다니면서 함양 특산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을 원없이 먹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시에서 파는 다른 삼겹살을 더 이상 못먹겠더라는 것입니다. 맛이 없기 때문입니다다.

사람의 입맛이라는 건 참 희한해서, 한 번 업그레이드된 입맛은 웬만해서 낮춰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더 맛있는 걸 찾게 되나 봅니다.

엊그제 아내, 아들과 모처럼 대낮에 외출을 했습니다. 점심을 함께 먹으려다 마침 '지리산 흑돈'이라는 상호가 붙은 음식점을 발견했죠.

함양군이 지리적 표시 등록을 미루고 있는 사이 이미 이렇게 상품화한 지리산흑돈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지리산 흑돈'이라면, 바로 그 지리산 흑돼지 아닌가? 마산에서도 지리산 흑돼지를 먹을 수 있다니, 반가운 마음에 망설임없이 그 식당에 들어갔죠. 점심 때 고기를 먹기엔 좀 부담스러웠지만 삼겹살 3인분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아니올씨다'였습니다. 우선 눈으로 딱 보기에도 함양에서 맛본 그 흑돼지는 아니었습니다. 값도 1인분에 6000원, 흑돼지 치고는 너무 쌌습니다. 껍질도 제거된 상태여서 진짜 흑돼지인지 구별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껍질도 제거되어 흑돼지임을 구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불판에 올려놓고 구워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육즙이 허옇게 뭉쳐 찌꺼기처럼 흘러내리더군요. 실망스러운 맛이었습니다.


물론 이 삼겹살도 아예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리산 흑돈'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팔기에는 문제가 있어보였습니다.

허연 육즙이 뭉쳐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과연 진짜 토종 흑돼지 맞을까요?


함양군 마천면은 예로부터 2층에 화장실을 지어놓고, 그 아래에 흑돼지를 키워 왔습니다. 지금도 그런 집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키운 진짜 토종 흑돼지는 시중에 파는 돼지고기와 차원이 다릅니다.


함양에서 먹었던 진짜 흑돼지.


저는 함양군이 왜 아직도 '함양 지리산 흑돼지'에 대해 지리적 표시 등록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함양군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이 곶감과 더불어 흑돼지인데, 그걸 미루고 있다 보니 진짜 지리산 흑돼지 고유의 경쟁력이 이런 식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이것이 진짜 흑돼지 삼겹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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