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 석가모니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모든 사람에게 완전 개방이 돼 있었습니다. 11월 29일 부처님을 마음으로 뵙기 위해 들렀더니 그랬습니다.
600년대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진신사리를 모셔와 세웠다는 금강계단. 금강계단은 부처님 사리탑을 모신 자리로서 스님이 처음에 계戒를 받는 의식을 행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수(受)계를 해야만 스님이 된답니다.
통도사 으뜸 절간인 대웅전에는 그래서 불상을 모셔 놓지 않고 있습니다. 부처님 진짜 몸이 있는데 그 형상을 따서 새기거나 그린 나무토막 쇳조각 흙덩어리가 무슨 소용이냐, 는 것이지요.
통도사는 그동안 부처님 진신사리 다칠까봐, 아니면 신앙의 대상인 부처님과 일반 신도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금강계단 출입을 금지해 왔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나 개산대제 하는 날 같은 때를 빼고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은 철문 너머 먼발치에서 기웃대기밖에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금강계단 가는 문이 열려 있기에 이런 기회가 다시 없다 싶어서, 행여 누가 와서 문을 닫아버릴까 싶어서, 뛰다시피 서둘러 쑥 들어갔지요.
금강계단 한가운데 들어서 있는 석가모니불 진신사리탑.
“아니요. 특별한 일은 없고요. 지난해 주지 스님 새로 오시면서 완전 개방했습니다.” 조금 전 서둘던 제 모습이 그만 우스꽝스러워지고 말았습니다요. 하하.
이쯤 되면 통도사 금강계단 완전 개방은 모든 신문 방송 문화부에서는 한 번쯤 챙겨 봤어야 할 ‘사건’일 텐데도, 저는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경향신문>이 2007년 7월에 하나 다뤘네요. 주지 정우 스님 인터뷰 기사입니다. 제목은 “山寺에 울타리가 무슨 소용”인데요.
일체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2007년 6월 29일 정우(頂宇·55) 스님이 주지로 오면서 하고 있다는 얘기를 담았습니다. 경계 허물기에는 당연히 금강계단 완전 개방도 들고요.
참 좋았습니다. 해인사가 느낌이 시원하고 날렵한 절간이라면, 통도사는 따뜻하고 중후한 느낌을 주는 절간입니다. 이리 차이 나는 맛을 즐기려고 한 해 한 번 정도씩 찾곤 합니다, 저는.
개방되기 전에는 이런 시원한 솔숲도 눈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굳게 닫힌 철문 바깥에는 이리 탁 트인 채로 솔숲이 눈을 꽉 채우는 자리가 아예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적멸보궁 현판 아래에서, 이런 영어로 쓰인 금강계단 안내판을 보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증축 1940년이 단기로 적혀 있는 데 견줘 볼 때, 최근 들어 만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금강계단 끝에서 본 적멸보궁입니다. 비슷한 사진을 앞에 보였는데 가운데 즈음에서 찍은 사진을 마지막으로 또 올려봅니다. 여기서 보니 배경 산자락이 퍽이나 유장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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