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빈칸 채워보세요 "쳐부시자 ○○○"

기록하는 사람 2008. 11. 2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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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은 "쳐부수자 ○○○, 때려잡자 xxx!"이라는 구호를 듣고 보며 자라셨나요?

또 학교마다 담벽에 교훈 대신 '초전박살, 멸공통일,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구호가 적혀 있는 걸 보셨나요? 말 그대로 공산당을 싸움 초기에 박살을 내버리자는 게 초전박살이고, 멸공은 공산주의자를 멸망시키자, 승공은 이기자, 반공은 반대하자는 뜻이겠지요.

제가 어릴 땐 그랬습니다. 또한 국민학교(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온순한 양들이 사는 사는 마을에 따발총을 든 늑대들이 갑자기 나타나 온갖 횡포를 부리며 양들을 못살게 구는 우화가 실려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그 우화를 통해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곤 했습니다.

얼마 전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있는 청소년수련원에 강의가 있어 갔다가 아주 낯익은 구호를 발견했습니다.


수련원 정문 앞쪽에 있는 한 농협창고의 담벽에는 "쳐부시자"는 글자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라는 글자와 따라붙는 "때려잡자 xxx"은 세월의 흐름 속에 지워지고 보이지 않더군요. ○○○과 xxx는 각각 '공산당'과 '김일성'을 채워넣으면 정답입니다.



참으로 '정겨운(?)' 구호였습니다. 이런 구호와 함께 저희들은 [똘이장군]과 같은 다양한 반공만화를 보며 자랐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무모한 말을 하여 살해당한 열 살짜리 이승복 군을 '용감한 반공소년'이라 하여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교육받으며 자랐습니다.



얼마나 심한 반공교육으로 철없는 어린아이를 세뇌했던지, (설사 그렇게 보도한 조선일보의 기사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철없는 아이가 총을 든 무장공비에게 목숨을 걸고 "공산당이 싫어요"하고 외쳤을까요?

조치원 청소년수련원 정문 바로 앞에 있습니다.


※블로거뉴스에서 갑자기 사라지길래 재송고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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