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골프장 시리즈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의 골프장 정책과 허가 및 건설과정의 문제점 등 몇 가지 더 살펴봐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그간의 보도과정에서 간간이 언급한 걸로 갈음한다.

◇농약 오염 우려는 다소 과장됐다 = 다만 농약 살포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좀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겠다. 분명한 것은 오염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쪽이나, 오염이 없다고 주장하는 골프장업체 쪽이나 둘 다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잔디 관리를 위해 농약을 살포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환경오염의 개연성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300여 개 골프장 가운데 명백하게 농약으로 인한 환경오염 사례가 입증된 곳은 없다. 환경단체 또한 그런 사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오염 여부를 놓고 법적으로 다투고 있는 경우는 있다. 호수(창포호) 및 바다(청계만)와 인접해있는 전남 무안컨트리클럽이 그랬다. 인근에서 김과 굴 양식업을 해온 어민들은 골프장 침출수로 인해 물고기와 바지락 등이 폐사하는 등 오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은 골프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직접적인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골프장에서도 지렁이 분변토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은 진해 용원골프장.

취재 과정에서 국내 골프장 20여 곳과 일본 골프장 5곳을 둘러봤지만, 역시 농약으로 인한 오염 흔적은 찾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의 경우 모든 골프장에서 지렁이 분변토와 두더지가 파놓은 굴, 지렁이를 잡아먹기 위해 날아드는 비둘기를 확인했다.

또한 티잉그라운드(첫 공을 치는 곳)와 퍼팅그린(홀에 공을 넣는 곳) 외에는 페어웨이(티잉그라운드와 퍼팅그린 사이의 공이 날아가는 통로)와 러프(페어웨이를 벗어난 곳) 등은 USGA(미국프로골프협회) 방식의 배수층을 시공하지 않은 골프장이 많았다.


한국의 골프장 중에서도 제주도 등 일부 골프장 외에는 배수층 시공을 하지 않고 대부분 페어웨이와 러프에 한국산 잔디(흔히 금잔디로 불리는 고려)를 심은 곳이 많았다. 냄새 없는 농약이 있는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취재진이 농약 냄새를 느낀 골프장은 없었다. 이로 보아 '농약을 들이붓는다'는 골프장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상당히 과장된 것으로 보였다.

토종 들잔디와 인조잔디만을 사용, 하천부지에 조성한 의령친환경 골프장. 나무가 부족한 게 흠이지만, 김채용 의령군수가 이 골프장 조성은 참 잘했다. 하지만 자굴산골프장은 무리하게 밀어부칠 경우 엄청난 후유증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약으로 인한 오염의 개연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최소화할 방안도 있다. 정부나 업체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토양오염조사나 침출수 검사 때 환경단체와 주민을 참여시켜야 한다. 진정 문제가 없다면 그래야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환경단체 또한 가능성에 대한 주장만 하지말고 조사에 직접 참여하든지, 실제 오염사례를 찾아내 주장을 입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하수 고갈이 진짜 문제다 = 오히려 농약보다 더 문제는 지하수 고갈 우려였다. 이 또한 사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환경단체도 알고 있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취재진은 어렵사리 지하수가 말라버린 한 마을을 찾아냈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였다.

화순군의 사례로 볼 때 경남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의령 자굴산골프장도 지하수 고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4년 2월 무안골프장 인근 창포호 수문 앞에서 폐사한 숭어떼. 하지만 골프장과 연관성은 입증되지 못했다. /목포환경운동연합 제공

게다가 이 지역은 골프장이 들어서지 않아도 물 부족에 시달려온 곳이다. 김채용 의령군수도 골프장으로 인한 지하수 고갈 우려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2011년까지 50억 원을 들여 골프장이 들어서는 칠곡면까지 상수도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이 지켜질 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지하수 고갈 우려에 대한 주민 민원 해소를 위해 군민의 세금 5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게 과연 주민을 위한 일인지, 골프장 업자를 위한 일인지 헷갈린다.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도 8월 26일 자굴산골프장 예정지를 체육시설로 용도지역 변경을 승인해줘 버렸다. 그러면서 주민 민원과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탓인지 세 가지 조건을 달았다. △골프장 용수의 지하수 개발 가급적 지양 △긴꼬리투구새우 보존대책 마련해 환경영향평가 때 반영 △남측 차폐수 증식이 그것이다.

웃기는 건 골프장의 지하수 개발에 대해 '가급적 지양'이라는 문구를 썼다는 것이다. 이건 지하수 개발을 하지 않으면 좋지만, 해도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말이다. 나중에 누가, 어떻게 책임지려는지 참 간도 크다.


◇지역경제 효과는 대부분 '뻥'이다 = 농약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주장도 다소 과장된 감이 있지만, 골프장 건설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었다. 취재 결과 골프장에서 나오는 지방세 수입은 미미한 정도였다. 게다가 정부가 '해외 원정 골프로 인한 외화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세금감면까지 해주게 되면 골프장에서 나오는 세금은 더 미미해진다.

뿐만 아니라 '해외 원정 골프' 운운하는 정부의 선전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나 다름없었다. 국내 골프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는 겨울에 추워서 문닫는 골프장이 많아 따뜻한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늘어나면 골프 요금도 내려 '골프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은 거짓말이 많이 섞인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산을 깍아 짓는 골프장이 많고, 일본에 비해 한지형 양잔디를 심는 비율이 높다. 따라서 기본적인 골프장 조성비가 많이 든다. 18홀 기준으로 거의 1000억 원이 드는 사업이다. 또한 일본에 비해서는 관리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따라서 이용료를 깎아주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업계에선 이용료를 내리더라도 정부가 감면해주는 세금만큼은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면 결국 세금을 감면해준다는 것은 골프를 즐기는 2~5%의 극소수를 위해 대다수 국민이 희생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부자들을 위한 세금 감면정책이라는 것이다.

또한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역주민의 고용이 창출되고,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거의 모든 골프장에서 지역주민을 고용하는 경우는 잡초를 뽑는데 동원되는 일용직 잡부 몇 몇에 불과했다. 또한 골프 치는 사람들이 라운딩 후 지역의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하는 경우는 제주도의 경우를 빼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굳이 덕보는 사람들을 찾자면 골프장 진입로에 있는 몇몇 식당 정도였다.

◇곧 부도·도산 사태 온다 =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도 이미 적지 않은 골프장이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몇 년 안에 부도 위험이 있는 골프장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이미 700개 이상의 골프장이 부도·도산한 일본과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일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적극적으로 골프장 건설을 장려하거나 유치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정부와 지자체가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골프장은 일본에 비해 확실히 숲이 적다. 진해 용원골프장은 다른 곳에 비해 나무가 많은 편인데도 일본에 비해선 그렇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골프장의 수림지 의무확보 비율 40%를 아예 없애버렸고, 지역별 산림면적에 대한 골프장 총량제 규정도 없애버렸다.

원래 '특별시·광역시 또는 도를 기준으로 총 골프장 면적이 총 임야면적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경우'를 부적합으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새 정부 들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일본이 19년 전에 이미 조건을 강화했던 반면, 우리는 정반대로 대폭 완화해준 것이다. 이러다가 우리나라에서도 골프장 부도사태가 시작되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장관, 청장이 모두 책임질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정부와 지자체·업자에 드리는 충고 = 결론은 단순하다.

첫째, 회원제 방식으로 남의 돈을 끌어들여 짓는 골프장에 대해 회원수와 환불규정 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둘째, 수림지 비율을 원래대로 40%로 환원하고, 지역별 총량제를 부활해야 한다.

세째, 골프장 내 일정 깊이 이상의 관정 개발을 금지하고, 빗물을 저장해 사용토록 해야 한다.

네째, 농약으로 인한 오염 조사에 시민과 환경단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주민의 반대민원을 해소하지 못한 골프장은 허가해주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골프장을 체육시설로 인정해 80% 이상의 토지를 매입하면 나머지 20%에 대해서는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한 국토계획법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골프장을 짓지 못해 환장한 업자나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골프장을 지으려면 최소 1000억 원이 든다. 그토록 골프장이 갖고 싶다면 일본에 가서 그냥 골프장을 사버려라. 1/10 가격인 100억 원이면 살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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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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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0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실비단안개 2008.10.20 0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취재와 정리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