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골프 치는 사람들에게 천국이다. 워낙 골프장이 많고, 부킹(예약)이 쉬우며, 그린피(코스 이용료)가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장 업주에겐 지옥같은 나라가 또한 일본이다. 아무리 경영을 잘해봐야 본전을 뽑기 어려운데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도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골퍼에겐 '천국', 골프장 업주에겐 '지옥'

이 때문에 현재 운영 중인 일본의 골프장 2442개 중 무려 700여 개가 부도 또는 도산으로 외국자본에 넘어갔거나 경영주가 바뀌었다.

실제 부도 또는 도산한 골프장 중 240개는 미국계 자본이 인수했고, 28개는 한국 자본이 인수했다. 또 아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폐쇄되거나 방치되고 있는 골프장도 최소 15개 이상이다. 가장 많을 때인 2002년 2460개에 달하던 골프장이 현재는 2442개만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대중골프장에서 캐디 없이 직접 카트를 끌고 다니며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이같은 골프장 부도·도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15조 엔(약 150조 원)이라고 한다. 즉 100억 엔~200억 엔(1000억 원~2000억 원)을 들여서 조성한 골프장이 부도 후에는 1/10 가격도 안 되는 10억 엔 정도에 매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본의 골프장 실태는 의외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마나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2007 레저백서>와 2006년 문화관광부가 한국레저관광개발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국내 골프장 수요 예측>이라는 보고서에 일본 골프산업의 현황이 나와 있지만, 2004년과 2005년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데다 피상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직접 일본에 가보기로 했다.

일본 취재에는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김일환 사무국장이 동행했고, 현지 섭외는 외신 프레스센터 재팬(Foreign Press Center Japan : FPCJ)의 큰 도움을 받았다.

지난 9월 1일부터 6일까지 5박 6일간 이뤄진 일본 골프장 취재 결과를 네 번에 걸쳐 연재한다.

일본골프장사업협회(NGK)를 만나다

취재 첫 날, 우선 일본의 골프장 전반에 대한 현황을 알아야 했다. 그래서 가장 책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신뢰성 있는 자료를 갖고 있는 사단법인 일본골프장사업협회(NGK)를 찾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와 같은 곳이다.

NGK 사무실 문에 붙어 있는 노인 골프대회를 알리는 포스터.

특이하게도 NGK는 '일본골프장공동구매주식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었다. 워낙 골프장 경영이 어렵다 보니 사업주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캐디 도구와 카트, 타이어, 비료, 농약 등을 공동구매해 쓰고 있다고 한다.

NGK에서 취재진이 만난 사람은 고문 겸 이사로 있는 고크분(國分) 씨와 전무이사 가와사키(川崎) 씨였다.

그들은 두 시간이 넘도록 성실히 취재에 응해줬는데, 한국에선 지방자치단체들이 골프장 유치 경쟁을 하는가 하면 중앙정부까지 골프장 건설을 권장하고 있다는 우리의 설명에 어처구니가 없는 듯 "하 하 하"하며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면서 "일본이 골프인구의 최대 예상치만을 생각하고 골프장을 너무 많이 지어 이렇게 후회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철저한 수요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짓다 보면 일본 꼴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들은 일본의 골프장 2442개 중 최소 700~800개는 과잉공급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후 취재과정에서 만난 관련 공무원이나 골프장 사업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동의했다.

-일본의 골프장 수와 면적은 얼마나 되나.

△현재 2442개 골프장이 운영 중인데, 전체 면적은 약 27만ha 쯤 되는 것으로 안다. 도쿄의 면적과 비슷하다.

-회원제와 퍼블릭(대중)골프장의 비율은 얼마나 되나.

△회원제가 70~80% 정도다. 회원제는 주로 은행 융자와 회원권 판매대금으로 지었다. 그리고 스포츠 진흥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을 만들어 조성한 퍼블릭골프장도 60여 개 정도 된다.

고문 겸 이사 코크분 씨.

-그동안 부도 또는 도산한 골프장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약 700개 정도의 골프장이 부도·도산을 겪었다. 그로 인해 경영자가 교체되거나 외국계 자본, 즉 골드만삭스나 론스타 등에 매각됐다. 현재 미국계 자본이 240개, 한국 자본도 28개의 일본 골프장을 인수한 것으로 안다.

-일본 골프장 전반의 경영상태는 어떤가.

△작년을 기준으로 적자를 간신히 면한 골프장이 절반 정도 된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가까운 골프장만 흑자라고 보면 된다. 심리적으로 골퍼들이 멀리 있는 골프장에는 가려 하지 않는다.

-한국은 18홀 기준 100만㎡ 정도의 골프장 조성비가 대략 1000억 원 정도 드는데, 일본은 어땠나.

△일본에서 18홀 골프장이 100만㎡라면 상당히 넓은 곳이다. 40만㎡ 정도에 18홀을 조성한 곳도 많다. 사실 그것도 넓은 편이다. 그러나 일본도 조성비는 상당히 많이 들었다. 1989년 자료를 보면 18홀 골프장 조성비가 200억 엔(약 2000억 원)에 달한다. 거품경제 시기엔 일본도 호화로운 골프장을 많이 지은 탓이다. 지금은 새로 골프장을 조성할 사람도 없겠지만, 짓더라도 그만큼 많은 돈은 들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조성한 골프장이 부도 후 매각될 땐 고작 10억 엔에 넘어간다.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다.

-일본 골프장이 그런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뭔가.

△수요에 비해 너무 많이 지었기 때문이다. 골프인구에 비해 적어도 700~800개는 과잉공급이다. 거품경제 시절에는 일단 골프장을 짓기만 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기업에 있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골프장으로 뭔가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그게 결합돼 이렇게 골프장이 늘어난 것이다.

-골프산업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굉장히 어렵다. 경제산업성이 나서서 골프대회를 열고 있고, 골프활성화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이벤트도 하고 있다. 노인들의 전국 대항전도 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골프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30~40대의 경우 스포츠의 다양화로 인해 골프를 치지 않는다. 골프장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50·60대가 주요 골프인구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골프장 건설 권장? "하하하"

전무이사 가와사키 씨.

-골프장과 관련해 한국에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이 이렇게 후회하고 있듯이 무분별한 개발은 안 된다. 도대체 700~800개의 골프장이 과잉공급이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최대 수요만 생각하고 했던 게 잘못이었다.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게 이렇게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적인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고 일괄적으로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중앙정부가 골프장 개발허가권을 갖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런 점에서 일괄적인 관리가 용이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다. 한국도 골프장 승인과 허가권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정책이라든지 허가기준, 세금 감면 등은 중앙정부가 관여한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물론 중앙정부도 골프장 건설을 권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어이없다는 듯) 하하하…. 일본 지방자치단체도 그런 건 있었지만, 중앙정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일본은 골프장 정책에 중앙정부가 관여할 게 없다. 골프장을 너무 많이 건설해 망하게 되면 많은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비가 와도 물을 흡수하지 못해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고….

-한국은 건설 과정에서부터 환경 파괴 논란이나 식수원 고갈 우려가 많다.

△일본도 과거엔 환경 파괴나 산림 훼손 문제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골프장으로 인해 산림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골프장은 일정 면적 이상 숲을 남겨야 한다. 또한 일본은 법률적으로 우물을 깊게 파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지하수 이용은 거의 하지 않는다. 골프장 자체에서 우수(빗물)을 이용하든지 해야 한다. 대부분 저수지를 만든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다. 한국은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얼마 정도인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전체 평균시세가 2억 5000만 원 정도이다.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렇다면 한국은 아직 거품이 많은 것 같다. 일본은 현재 400만 엔 이하이다.

-우리 취재팀 말고도 한국에서 일본 골프장 현황을 조사하러 온 단체나 언론이 있었나?

△한국환경학회에서 찾아온 적이 있다.


인터뷰는 이쯤에서 마무리했다. 특이한 것은 일본의 경우 골프장에서 납부하는 세금 중 '골프장 이용세'라는 게 있다는 것이다. 각 지방마다 액수는 차이가 있는데, 대개 골퍼 1인당 800엔~1200엔 정도였다.

그게 2007년에 총 613억 엔(약 6130억 원)이나 됐는데, 국세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광역지자체인 현(縣)에서 받아 70%를 시·정·촌으로 교부하고, 30%는 현의 세수로 한다.

물론 취득세·토지세·재산세 등 고정자산세도 모두 시·정·촌의 세수입으로 잡힌다. 우리나라의 특별소비세가 국세라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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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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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idomin.com 파비 2008.09.22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차 고치러 정비소 휴게실에 대기하다가...
    손님들끼리 하는 대화를 듣게 됐는데, 우리나라에 아직 골프장 많이 들어서야 한다고 하더군요. 너무 적다고. 그래서 국민들이 자유롭게 골프 칠 수 있어야 한다고... 골프 대중화를 말하는 거였겠죠. 정부를 막 비판하더군요. 웃음이 나왔지만,,, 그분들은 상품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었겠죠. 아마 그런 따위를 알 필요도 없을 사람들일 터이기도 하고요. 골프장이 무슨 탁구장 만드는 것 같은 일도 아니잖습니까?

  2. 2008.09.22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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