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지역 신문 지역 방송이 사라지고 나면

김훤주 2008. 9. 8. 14:42
반응형

블로그에서 제가 실수로 지워버리고 말았습니다. 자료 보관 차원에서 다시 올립니다. 여러 분들 번거롭게 만들어 미안합니다.


1. 2013년 7월 어느 날……
만약, 만약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언론정책이 그대로 관철이 됐다고 해 봅시다. 서울 위주, 재벌 위주,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신문 방송 시장 재편 말입니다.

2013년 7월 어느 날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집회를 했습니다.  조합원인 고로운 씨는 이튿날 신문 방송에서 집회가 어떻게 다뤄졌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알 길이 없었습니다. 지역 신문과 방송은 이미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나 경향신문도 경남이라는 ‘변방’에서 일어난 집회 따위는 다루지 않습니다.

진해 마천주물공단 한 공장에서 주물 작업을 하는 노동자 피곤해 씨가 어느 날 산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신문과 방송은 이를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나름대로 제대로 된 지역 신문과 방송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그나마 남아 있는 신문은 지역 토호들 빨아주고 연명하는 ‘사이비’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창원시장이, 어느 날 쥐꼬리 만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실행해 오던 ‘근로자 자녀 장학금’을 없애겠다고 했습니다. 복지 관련 예산도 크게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 보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신문과 방송은, 인구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만 바라기하지 지역은 돌아보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단순화한 이야기일는지는 몰라도, 지금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추진을 그대로 놓아둔다면 언젠가는 이렇게 되고 말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KBS1TV는 이명박 충성 보도와 정부 정책 홍보로 확 기울 것이며, MBC와 SBS KBS2TV는 더욱 스크린 스포츠 섹스화돼 공공성 있는 보도는 사라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신문시장을 장악한 조중동은 재벌기업과 짝을 지어 방송시장에 본격 진입함으로써 방송매체의 선정성은 경쟁적으로 심해질 것입니다.

2. 이명박 정부의 지역 매체 말살 정책
이명박 정부의 지역 매체 말살을 위한 언론정책은 이렇습니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폐지 △신문고시 폐지 △한국방송광고공사 폐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명박 정부 언론 장악 정책에 대한 언론노조의 7월 23일 경고 파업 전진대회. 한가운데 우리 지부 깃발이 아주 높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폐지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은 지역신문의 올바른 발전을 지원해 주는 하나뿐인 제도입니다. 그냥 막무가내로 아무 신문사나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정해서 합니다.

이를테면 임금 체불이 없어야 하고 대표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보도 관련 비리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합니다. 법으로 정해진 보험도 다 들어야 합니다.

나아가 편집권 독립이 돼 있어야 하고 이를 명문으로 규정한 편집 규약이 있어야 됩니다. 편집제작위원회 등으로 일반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합니다.

또 독자들로 구성된 지면평가위원회가 있어야 하고 이들의 때 맞춰 모여 의논한 결과가 신문사 구성원에게 전달되고 지면에 반영돼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은 제대로 된 신문과 ‘사이비’ 신문을 구분할 수 있게 해 주는 한편으로 제대로 된 신문이 조금이나마 발전할 수 있게 물품 등을 지원하기까지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 법률을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발효되는 이 법률이 사라지도록 만들면서 올해는 기금 130억원을 삭감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공적 자금 투입이라면서 재벌기업에 몇 조씩 털어넣고,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에 수 십 조를 들이겠다는 정부가 100개가 넘는 지역신문에게는 130억원조차 아깝다는 것입니다.

△신문고시 폐지
신문고시란 바로, 정가의 20%를 넘는 현금이나 할인이나 경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불법으로 규정하고 어긴 이는 처벌하는 한편 신고한 이는 포상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폐지하려 합니다. 일반 상품은 경품이 10%만 초과해도 처벌받는데, 신문상품은 20%로 낮춰놓고도 모자라 아예 마음껏 경품을 뿌리라는 식으로 나옵니다.

조중동을 위한 정책입니다. 바로 이 순간에도 아파트 단지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중동의 독자 매수 범죄를 방치함으로써 지역신문 존립 기반을 빼앗고 숨통을 끊으려는 정책입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폐지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는 방송광고시장을 영리 추구 집단에게 넘기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방송광고공사는 영향력이 큰 대형 방송뿐 아니라 영향력은 처져도 존립 의미는 있는 소형 방송에게도 광고를 배분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지금은 기업이 MBC 인기 방송에 광고를 하려면 동시에 원음방송이나 평화방송에도 광고를 반드시 하도록 합니다. 이명박 정책대로 된다면 앞으로는 기업 뜻대로만 광고를 하게 바뀝니다.

현행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합리적 광고 배분은 지역 방송과 특수 방송 유지 운영에 목적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여러 여론이 다양하게 형성돼야 가능하고 이 여론 다양성은 매체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해체되면 KBS MBC SBS는 광고가 크게 느는 반면 지역방송 종교방송 따위는 광고가 엄청 줍니다. 3년째부터는 70% 이상 준다는 연구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지역방송에 더해 지역신문까지 존립이 어렵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지역방송이 광고 경쟁에서 MBC 등에 밀리면 여태 지역신문이 바탕 삼아온 지역 광고 시장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가뜩이나 좁은 지역 광고 시장에서, 활자만 있는 신문이랑 소리와 영상까지 있는 방송이 경쟁하면 누가 이길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히 알 수 있습니다. 지역신문이 먼저 죽고 뒤이어 지역방송이 죽을 것입니다.

3. 조중동에게 방송을 선물하는 정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같은 언론장악 저지 경고 파업.

이명박 정부의 조중동을 위한 언론 정책은 이렇습니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 허용 △재벌 기업 방송시장 진입 허용 기준 자산규모 3조원 이하에서 10조원 이하로 확대.

KBS1TV 장악, 그리고 KBS2TV와 MBC의 사유화는 바로, 재벌에게 방송을 팔아넘겨 공공재인 공중파를 사기업의 영리 추구 수단으로 삼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방송을 한두 개 더 만들 요량을 하고 있습니다. 독점재벌이랑 조중동이 연합해서 방송을 갖도록 하는 일입니다.

재벌 대기업의 덩치가 자산 3조원 넘으면 방송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던 방송법 규정을 자산 10조원까지 크게 넓혀 웬만한 재벌은 손쉽게 진입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하는 데는 돈 말고 경험이나 기술도 필요합니다. 경험과 기술은 조중동이 나름 갖추고 있습니다. 신문법에 금지돼 있는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허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여론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대다수 민중의 삶을 돌보는 대신 재벌과 정권의 이익만 충실히 짖어대는 조중동이 삼성이나 현대나 두산 같은 재벌과 결합하게 됩니다.

공공성 있는 방송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됩니다. 나름대로 공익을 담보하는 PD수첩이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고 포르노성 프로그램만 넘쳐납니다.

이명박의 정책에는 독점자본밖에 없습니다. 독점자본은 죄다 서울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눈에는 서울만 보입니다. 수도권을 뺀 나머지 지역은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이 나름 갖고 있는 공공성은 깡그리 무시하고 언론시장을 재벌들의 돈벌이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돈이 안 되니까 지역 방송과 지역 신문은 말라죽게 팽개쳐 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가시게 떠들어대는 지역 여론들을 잠재우는 효과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4. 서울 방송 서울 신문이 여론을 독점하면
이렇게 해서 서울 방송과 서울 신문이 여론을 독점하면 앞에 말씀드린 끔찍한 사태가 발생합니다. 조합원 여러분의 귀와 눈에는 서울 이야기만 들어갈 것입니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얘기는 간데없습니다.

독점자본과 정권의 논리만 여러분 머리에 박힙니다. 서울 방송에서는, 메인뉴스 뒤에 5분 정도 붙는 지역 뉴스 하고, 그리고 서울 신문에서는, 48면 56면 전체 지면 가운데서 고작 한 면에서만 지역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파업 투쟁 소식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벌어졌던 촛불집회 보도도 없어집니다. 물론 경남도지사나 창원시장이나 마산시장에 대한 비판도 볼 수가 없습니다.

결론 삼아 말씀드리면, 공공성 있는 보도는 신문과 방송에서 사라집니다. 노동조합 매도하고 농민들 약 올리는 보도가 이어집니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주로 방송합니다. KBS1TV에서는 정권 찬양 방송만 나올 것입니다.

5. 이것은 만인을 위한 투쟁입니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 유지 강화해 올바른 지역신문은 살아남도록 해야 합니다!
신문고시 강화로 조중동의 독자 매수 행위를 차단하고 여론 독점을 막아야 합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유지로 지역 방송과 특수 방송을 살려 매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신문 방송 교차 소유로 조중동 같은 쓰레기가 방송까지 장악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재벌 방송은 불필요하므로 방송 진입 대기업 자산 규모 3조원 규정은 지켜내야 합니다!

언론노조는 재벌과 조중동만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언론 정책을 반대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은 언론 공공성과 매체 다양성을 짓밟고 맙니다.

여론을 조작하고 사실을 왜곡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20년 이상 뒷걸음질치게 하고 안 그래도 팍팍한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더욱 살기 힘들게 할 것입니다.

언론노조는 언론노조 조합원뿐만 아니라 만인을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7월 23일에는 경고파업도 했습니다. 추석 전후로 전면파업을 위한 찬반투표도 할 것입니다.

비록 KBS본부장 박승규 같은 노동귀족이 전선을 어지럽힐 때도 있지만, 그래서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언론노조는 최대한 단결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금속노조 조합원 여러분! 같은 노동자로서 연대하는 손길을 내밀어 주시고, 지원하는 걸음을 보태주십시오. 저희들은 더욱 알차고 노동친화적인 보도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노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일부를 고쳐서 싣습니다. 지부 노보는 아마 추석 지나고 나올 것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