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KBS 노동귀족 박승규가 개삽질을 해도

김훤주 2008. 8. 2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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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파업집회가 창원에서 있었습니다.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인 저는 이 이들 앞에서 정권의 방송장악과 지역 매체 말살 정책에 맞서 파업으로 맞서겠노라 얘기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기를 저는 바라고 또 바랍니다.

금속노조 조합원 여러분께 보고했던 내용을 그대로 올려봅니다. 그러나 이대로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현장 분위기에 맞춰 조금씩 바꿔 말했습니다.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좀 봐 주시기 바랍니다.(여기 올린 사진은 옛날 것입니다. 새 사진이 들어 오면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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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 여러분.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훤주입니다. 여러분 투쟁하시는 현장에서 한 말씀 올릴 수 있게 돼 크게 영광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잘 아시는 대로 이명박은 이명박의 모든 정책은 반노동과 친자본이 기본입니다. 모든 정권이 다 그랬지만, 특히 이명박은 이를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정권입니다.

언론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점자본에게 언론을 통째로 넘겨주는 정책입니다. 신문재벌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만 위합니다. KBS2TV와 MBC를 사유화하겠다고 합니다. 재벌에게 팔아넘긴다는 얘기입니다.

새로운 방송채널을 한두 개 더 만들겠다고도 합니다. 그러면서 방송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재벌 계열기업의 자산 규모를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재벌 기업이 방송 시장에 좀더 손쉽게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송이 자본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이나 기술도 필요합니다. 경험과 기술은 조중동이 많이 갖고 있습니다. 이명박은 조중동과 재벌이 손잡을 수 있도록, 지금 신문법에서 금지돼 있는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됩니다. 여론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대다수 민중의 삶은 돌보지 않고 재벌과 정권의 이익만 충실히 짖어대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삼성이나 현대나 두산 같은 재벌과 결합하게 됩니다.

그러면 방송의 공공성은 감쪽같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SBS는 원래 상업방송이고, KBS 2TV와 MBC도 곧바로 상업방송이 되며, 조중동-재벌방송이 한두 개 탄생할 것입니다.

나름대로 공익을 담보하는 PD수첩이나 소비자 고발 같은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찾아보기 어렵게 됩니다. 어린아이들도 보기 민망하고, 토요일 저녁 식구들 같이 보기도 낯 뜨거운 그런 프로그램만 넘쳐납니다. 독점 재벌은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기 때문입니다. 돈만 된다면 합법 불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짓을 다하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지금 이명박이 기를 쓰고 KBS 사장을 자기 심복으로 갈아치우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방송을 돈벌이 상업방송으로 재편하는 한편으로, 유일하게 남게 되는 공영방송 KBS는 정권 홍보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수작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이명박의 정책에는 재벌 독점자본밖에 없습니다. 이 독점자본은 죄다 서울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눈에는 서울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재벌방송 방송재벌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지금 합리적으로 방송광고를 분배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조차 없애려 합니다. 방송광고공사가 광고를 수주해 분배해 주는 과정을 없애면 광고는 당연히 SBS MBC KBS와 새로 만들어질 조중동 재벌방송에게만 쏠리게 돼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차적으로 CBS 원음방송 종교방송 같은 규모 작은 방송사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생존 발판이 되는 광고가 엄청 줄기 때문입니다. 방송광고공사를 없애면 SBS MBC KBS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는 3년 안에 수입이 70%가량 줄어들게 된다는 연구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KBS는 좀 다르겠지만, 마산이나 진주 MBC 같은 지역 MBC나 KNN 같은 지역민방도 치명상을 입습니다. 또 이들 지역방송은 방송광고공사가 없어지면 여태 지역 신문이 주로 가져가던 지역 광고를 챙기게 됩니다. 화려한 동영상과 음성을 갖춘 방송이랑, 활자만 있는 신문은 근본 경쟁이 안 됩니다. 방송광고공사 없애는 이명박의 정책은 지역 방송과 지역 신문 한꺼번에 모두 망치는 것입니다.

물론, 저희들이 금속노조 조합원 여러분 마음에 들도록 보도하지 못하는 잘못은 있습니다. 많이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알아주셔야 합니다. 이명박의 언론 정책은 방송 화면과 신문 지면에서 지역 소식을 싸그리 사라지게 합니다. 쥐꼬리만큼이나마 지역 신문을 지원해 주는 근거가 됐던 지역신문발전지원법도 이명박은 없애려 합니다.

이렇게 해서 지역 신문과 지역 방송이 사라지고 서울 방송과 서울 신문만 남으면 여러분들 귀와 눈에는 서울 이야기만 들어갈 것입니다. 독점자본과 정권의 논리만 들어갈 것입니다. 메인뉴스 뒤에 5분 정도 붙는 지역 뉴스 하고, 48면 56면 전체 지면 가운데서 고작 한 면에서만 여러분 사시는 지역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 여러분 애써 파업하고 투쟁하는 소식은 물론이고, 창원 마산 김해 함안 거창 등에서 벌어졌던 지역 촛불집회 보도도 없어집니다. 경남도지사나 창원시장이나 마산시장에 대한 비판도 볼 수가 없습니다. 지역 신문이나 지역 방송은 이미 죽어버렸고 서울에 있는 신문 방송은 차라리 서울 종로구 소식을 중요하게 다루면 다루지 지역 소식은 절대 제대로 다루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 삼아 말씀드리면, 공공성 있는 보도는 신문과 방송에서 사라집니다. 노동조합 매도하고 엿 먹이는 보도만 넘쳐납니다. 이윤의 극대화만 목표로 삼는 포르노성 프로그램이 주로 방송됩니다. 그리고 KBS1TV에서는 땡박뉴스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조중동과 재벌방송만 배를 불립니다.

저희 언론노조는 8월 19일 전면파업을 결의했습니다. MBC나 YTN에 경찰이 투입되면 곧바로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들어가자고 해 놓았습니다. 비록 노동귀족 박승규가 본부장으로 있는 KBS본부 집행부가 개삽질을 해대지만, 우리 언론노조는 있는 힘껏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맞서 투쟁할 것입니다.

저희들은 지금 투쟁을 벌이시는 금속노조 조합원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절박한 심정입니다. 어쩌면 저희가 더 절박할 수도 있습니다. 신문 방송의 공공성과 매체 다양성 확보를 위해, 그리고 지역 사는 사람에게 지역 소식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하기 위해, 정권의 방송 장악 저지를 위해, 저희들은 전면 파업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총력 투쟁을 벌일 것입니다.

금속노조 여러분! 같은 노동자로서 연대하는 손길을 내밀어 주시고, 같은 노동자로서 지원하는 발걸음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지역 신문 지역 방송의 다양성과 공공성 확보를 목표로 삼는 저희 언론노조 투쟁에, 같은 지역에 사는 같은 주민으로서,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베풀어 주시면, 저희들은 더욱 알차고 노동친화적인 보도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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