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한나라당 항의 농성을 잘 하려면

김훤주 2008. 9. 1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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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나라당 경남도당 농성에 실패했습니다. 항의 서한 전달을 계기 삼아 내친 김에 농성까지 하려 했으나, 도당에서 부드럽게 나오는 바람에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지역 언론 말살 정책을 펴는 이명박 정부에 항의하는 문서를 한나라당 경남도당에 전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언론장악저지 경남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겸한 자리였습니다.

11시에 창원 봉곡동 한나라당 경남도당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간단하게 치른 다음 구호를 몇 차례 외치고 봉투를 들고 도당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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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세 번째가 접니다. 오마이뉴스 사진.

2.
우리가 주로 얘기한 내용은, 이명박 정부가 언론 관제화와 독점 자본 이윤 추구를 위해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KBS 2TV와 MBC를 팔아넘기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역 방송과 지역 신문을 씨 말리기 위해 방송광고 시장을 대규모 서울 방송에 종속시키고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고사시키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편집 규약 작성과 편집권 독립, 안팎 평가 시스템 구축, 붙박이 기자 존재 여부, 채용 대가 받는지 여부 등을 따져 지원 대상 신문을 선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제대로 된 신문과 엉터리 신문이 구분되게 되는데, 시행 4년째 접어드는 2008년에야 이제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도, 정부는 폐지를 꾀하고 있습니다.

우리 요구는 이밖에도 △방송장악 기도 즉각 중단 △신문지원기관 통폐합 중단 △신문고시 폐지 중단 따위가 더 있었습니다.

3.
오늘 기자회견을 두고 우리는 어제 모였습니다. 한나라당 경남도당 당사에 들어가면 아예 농성을 해버리자는 논의를 했습니다. 경남신문 지부장 이학수가 말문을 열더군요.

KBS경남지부장 정재준과, 마산MBC지부장 오정남과, 경남신문지부장 이학수와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강창덕과, 제가 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농성을 하자는 데에는 다들 반대가 없었습니다만 명분 마련이 마땅찮았습니다. 그냥 무조건 눌러 붙어 버리기는 어렵고, 항의 서한 전달하러 가면 그것에서 단초를 마련해야 합니다.

생각 끝에, 경남도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기다리겠다 하면서 농성을 벌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항의 서한에 답을 달라 하자,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절차를 거쳐 처리하겠다는 답은 공식으로 달라 하고 줄 때까지는 못 나가겠다고 버티자는 것입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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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

오늘 그렇게 했습니다. 들어가서는, 우리 요구를 담은 항의 서한을 건네고, 이를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답을 책임 있는 당국자가 공식으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도당 사무처장이 처음에는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도당 위원장이 자리에 없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거 계획대로 잘 되고 있구나’ 하면서 속으로 손뼉을 쳤습니다.

우리는 계속 주장했습니다. 경남도당이 지역 언론에 대한 정책이나 방침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우리 요구대로 하겠다는 얘기를 들으려는 것이 아니다, 이리 말했습니다.

도당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해보겠다든지, 도당 위원장이 간담회를 하겠다든지, 그렇게 해서 며칠까지 답을 주겠다든지 하는 처리 절차라도 밝혀야 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웠습니다.

이런 정도 요구조차 도당은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는 조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항의 서한조차 받지 않고, 받더라도 처리 절차까지는 약속해주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도당 사무처장이 도당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일단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러시라 했습니다. 우리가 요구한 바이기도 했습니다.

돌아와서는 도당 사무처장이 통화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거 잘 됐구나,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러더니 도당 사무처장 전화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전화를 들고 나갔다 오더니 “도당 위원장이 19일 내려오는데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자고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벙 쪘습니다.’ 왜냐, 농성이 물 건너가는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모두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나 도당 위원장이 간담회를 하겠다는데 더 이상 ‘개기기가’ 어려웠습니다. 시간과 인원에 대해 얘기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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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

5.
그렇게 하고 나오는데, 동행했던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 김성대가 한 마디 던졌습니다. 아마도, “야 언론노조 힘 좋네!”였습니다. 저는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매체를 끼고 있는 노조다 보니까 한나라당 경남도당조차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언론노조 장점이기도 하지만, 매체 종사자들이 빠지기 쉬운 특권의식 선민의식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기자나 PD 가운데 거들먹거리는 인간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신문사나 방송사를 그만둔 뒤 비참을 맛봅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를 몰랐습니다. 자기한테 많은 이들이 굽실거렸는데, 그것이 실은 자기가 아닌 보도매체한테였음을 몰랐던 것입니다.)

한나라당 항의 농성은 ‘초가을 낮의 꿈’으로 끝났습니다. 농성을 하려 한 까닭은 이렇습니다. 지역 언론이 죽게 생겼다는 절실함을 보여주고 싶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이 서울 KBS나 MBC뿐 아니라 모든 지역 언론에 해당되는 책동이다, 지역 매체가 없어지면 지역은 더욱더 서울 식민지가 되고 만다, 입니다. 지역 신문이나 지역 방송에 종사하는 이들만의 문제는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서울 신문과 서울 방송에서 지역이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해 보시면 오히려 제 말씀이 실감이 날 것입니다. 지역은 전체 48쪽 지면에서 한 면밖에 없습니다. 지역 방송은 메인 뉴스 다음에 붙는 5분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서울 사람 위주로 하는 신문 방송에서 지역은 황당 엽기 사건이 일어나는 동네이거나, 아니면 서울 사람들 놀러가서 쉬거나 먹을거리를 즐길만한 동네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지역이 나름대로 값어치가 나가는 삶터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농성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는데, 결국 불발로 그치고 마니까 겸연쩍기만 합니다. 다음에 언제든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한나라당 항의 농성에 대해, 강호 제현 강호 고수님께 한 말씀 듣고자 합니다.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좀 일러주십시오. 보고 듣고 배우겠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덧붙입니다.

언론장악저지 경남연대 출범 기자회견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론장악을 위한 자신들의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YTN 낙하산 사장 선임, KBS 정연주 사장 강제 퇴진, MBC ‘PD수첩’ 중징계와 검찰 수사 등을 강행했다. 국민의 반대와 구성원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방송 매체를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현행 자산 총액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대기업에게 방송을 팔아넘기겠다는 것으로 시장만능주의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신문과 방송 교차 소유를 허용하기 위해 정기 국회에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수구족벌신문인 조중동이 방송까지 진출하여 여론 독과점 심화를 불러 올 것이다. 이를 통해 지난 20년의 민주화 투쟁을 무위로 돌려 자신들의 집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이다.

또한 서울 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명박 정부는 지역언론은 안중에도 없다. 방송광고공사를 해체하고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지역방송이 자본이 지배하는 시장논리에 맥없이 무너져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의 방송광고공사의 광고 배분은 취약 매체들의 공적 재원을 조달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이를 통해 지상파간 균형 발전을 도모해 왔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신문발전위원회, 언론재단, 신문유통원 등 신문지원기관도 통폐합을 선언했다. 특히 고사 직전에 놓인 지역신문의 발전을 위해 지난 2004년 여야 만장일치로 제정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데도, 이를 없애려 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여론 다양성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 장치인 이들 제도를 더욱 강화 발전시켜야 할 책임있는 정부에서 이를 없애겠다고 하니 독재정부라 이름 붙여도 모자라지 않다.

이에 언론노동자뿐 아니라 독자이며 시청자인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최소한의 여론 다양성,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연대의 틀 위에 뜻과 힘을 모으고자 한다.

특히 방송광고공사 폐지, 신문지원기관 통폐합 등으로 지역 언론의 존립 근거를 뿌리째 뽑으려는 정권의 음모에 맞서 경남의 시민사회단체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섰다.

언론을 유린하고 장악하려는 자 반드시 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언론장악저지 경남연대는 정권의 탄압에 분연히 맞서 싸우는 언론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보내며, 다음을 요구한다.

1.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방송장악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1. KBS2TV와 MBC, YTN 사유화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
1.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언론재단 통폐합을 즉각 중단하라!
1.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일반법으로 전환하라!
1. 지역신문 지역방송 다 죽이는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즉각 중단하라!
1. 신문 방송 겸영 규제 완화, 대기업 미디어 소유 규제 완화, 신문고시 폐지를 즉각 중단하라!

2008년 9월 10일

언론장악저지 경남연대

가톨릭여성회관. 거제경제정의실천연합, 거제YWCA, 거창YMCA, 경남장애인부모회, 경남생명의숲, 경남여성사회교육원, 경남여성회,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경남정보사회연구소, 김해YMCA, 김해YWCA, 마산YMCA, 마산YWCA,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밀양참여자치연대, 진주기독교윤리실천운동, 진주YMCA, 진주YWCA, 창녕환경운동연합, 창원YMCA, 창원YWCA, 통영YMCA, 언론노조(경남도민일보지부, 경남신문지부, 경남일보지부, KBS창원지부, KBS진주지부, 진주MBC지부, 마산MBC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경남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부경연맹, 전국민주공무원노조경남본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경남연합, 경남여성연대, 천주교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경남지회,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남진보연합(준)학생위원회, 경남진보연합(준)여성위원회, 창원진보연합, 마산진보연합, 진해진보연합, 김해진보연합, 진주진보연합, 양산민중연대, 함안민중연대, 거창민중연대, 남해민중연대, 사천진보연합, 산청진보연합, 합천진보연합(준), 하동진보연합, 경남고용복지센터, 경남한살림협동조합, 통일촌, 마창여성노동자회, 배달호열사정신계승사업회, 전교조경남지부창원지회, 창원대학교총학생회, 창원시농민회,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창원청년회, 창원여성의전화, 거창군농민회, 전교조경남지부거창군지회, 공공연맹서비스노동조합사회보험지부거창지회, 전국민주공무원노조경남본부거창지부, 일반노조진주지부희봉위생봉사지회, 거창군영성농민회, 전교조김해중등지회, 전교조김해초등지회, 김해여성의전화, 민주노총경남본부김해시지부, 통일세상, 김해농민회, 김해사랑청년회, 인제대슈퍼스타투쟁본부, 김해시공무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김해지부, 남해농민회 전국민주공무원노조남해지부, 전교조경남지부남해지회, 남해사랑청년회, 사회보험노조남해지부, 농협노조동남해지부, 남해신문사노조, 일반노조남해환경미화원지부, 일반노조스포츠파크지부, 경남대학생회, 경남대동문공동체, 마산대용담동우회, 민주공무원노조경남본부마산지부, 푸른내서주민회, 경남여성장애인연대, 여성노조경남지부, 마산청녕회, 민주노총경남본부마산시연락소, 사천농민회, 공무원노조사천지부, 전교조사천지회, 발전소노조삼천포화력지부, 사회보험노조사천지부, 농협노조사천지부, 일반노조사천휴게소지회, 일반노조사천소각장지회, 사천여성회 수협노조사천지부, 한국통신노조삼천포지부, 전농부경연맹산청군농민회, 전여농경남연합산청군여성농민회, 산청공무원노동조합, 전교조경남지부산청지회, 산청군농협노조, 일반노조양지레미콘지회,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양산지부, 전교조경남지부양산지회, 민주공무원노조양산지부, 양산장애인센터,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양산여성회, 양산노동민원상담소, 전농부경연맹양산시농민회, 진주가톨릭노동상담소, 경상대민주화교수협의회, 경상대학교민주동문회, 노동자문화운동연합새노리, 맥박, 참여와통일로가는진주연대, 전교조경남지부진주지회, 전국노점상연합진주지역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부경연맹진주시농민회,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경남본부진주지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경남연합진주여성농민회, 진주산업대학생위원회(준), 경상대학교총학생회, 공공서비스노조사회보험지부진해지회, 진해여성의전화, 전교조경남지부진해지회, 금속노조경남지부STX조선지회, IT연맹KT노조진해지부, 참교육학부모회경남지부진해지회, 건설기계경남지부진해지회, 한국제강노동조합, 함안군농민회, 조아제약노동조합함안지회, 일반노조연강산업노동조합함안지회, 사회보험노동조합함안지회, 함안여성회, 함안군장애인부모회, 함안군여성농민회, 참여와연대를위한함안시민모임, 양민학살대책위원회, 전교조함안지회, 함안축협노동조합, 민주공무원노동조합함안지부, 전농부경연맹합천군농민회, 전여농경남연합한천군여성농민회, 합천군공무원노동조합, 전교조경남지부합천지회, 하동농민회, 민공노경남본부하동지부, 농협노조하동지부, 사회보험노조하동지부,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경남여성장애인연대, 통영여성장애인연대, 참생중증장애인지원센터, 한울타리장애인자립센터, 경남DPI, 거제여성장애인연대, 마산장애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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