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에 가면 연당이라는 크지 않은 습지가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말밤(서울 사투리로는 물밤이라 한답니다.)이 실하게 여물곤 하는 곳입니다.

연당 옆에는 전혀 정자 같지는 않고 그냥 오래 된 일반 가정집 같은데 이름이 정자 같은, 연계정(蓮溪亭)이라는 건물이 하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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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걸쳐 놓은 지게가 멋지지 않습니까?

합천 황강 가에 있는데,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은 말라붙어 버리고 없지만, 조금 옛날에만 해도 여기 연계라는 시내가 있었으리라 짐작되는 그런 곳입니다.

뒤집어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사라진 연계라는 시내나, 아직도 그 앞에 동그마니 모습을 잃지 않고 있는 연당이 없었다면 들어서지 않았을 건물이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 말씀드리려는 바는 이 연계정에 있는 모습 몇몇 가지입니다. 먼저 연계정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루 난간에 새겨져 있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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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내비치는 햇볕이 조금 따사로워 보입니다.

조양문(朝陽門)이라 돼 있는데, 아침(朝) 햇살(陽)은 누구에게나 반가운 존재겠지요. 그런 존재가 이 문을 열고 쑥 들어오면 그 또한 반갑겠습니다.(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뤄지지 않을 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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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 모습은 아마 연꽃을 단순화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실제로는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그리 느꼈습니다요.(국화 같다는 느낌을 주나요?)

뒤쪽 위에 벽과 천정을 이어주는 형상들이 있습니다. 바로 가까이 가서 보니 이렇게 생겼습니다. 멀리서는 무슨 원숭이 같아 보였는데,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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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보이는 쇳덩어리 고리는 창문 들어 놓는 데에 쓰이는 물건이랍니다.

꽃들이었습니다. 그냥 한 눈으로 흘려볼 때는 둘씩 둘씩 대칭을 이뤘으리라 여겨졌지만 곰곰 따져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그래서 눈이 괴롭지 않았습니다.

옛날 목수들이 아마 이것들을, 이 집 담장 아래 피어 있는 녀석들을 보고서는 그대로 따라서 새기고 깎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06년 10월 연계정 뒤쪽에서 찍은 구절초가 청량합니다. 조금 청승맞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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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정 뒷마루에 가면 이런 목침들도 있습니다. 넷이나 되는군요. 여름 한 철 이 집에서는 할아버지 아들 손주 이렇게 어울려 대청마루에서 팔자 좋게 나란히 뒹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이리 쓰고 보니, 저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들이랑 함께, 딸이랑 함께, 그리고 지금은 아파서 누워 있지만 곧 일어날 아내와 함께 말입니다.

난간 아래위로 꽃이 새겨진 대청마루에서 뒤뜰에서 풍기는 구절초 향기를 맡으며 잠이 듭니다. 나른한 오후, 때늦은 낮잠을 집안 식구랑 한 판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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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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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비 2008.08.20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석에서 졸고 있는 네 개의 목침이 왠지 슬퍼 보이는군요.
    그런데 그러고 보니 나도 저기서 저 목침을 베고 대짜로 누워 낮잠 한 판 때리고 싶어지네요ㅇ~
    아싸 가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