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23일 토요일, 우리 신문사 구성원들이랑 함께 부산 다대포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몰운대도 한 바퀴 잘 둘러봤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몰운대, 이번에 처음 봤는데, 그래서 유원지인 줄도 처음 알았는데, 참 멋지더군요. 탁 트인 바다가 아주 시원했고, 무슨 동해안처럼 우렁차게 파도치는 소리도 근사했습니다.

곳곳에 자리잡은 자갈이랑 바위랑 모래랑도 정겨웠고요, 가까이서 멀리서 무리지어 노니는 사람들도 정겨운 모습이었습니다. 들머리 다대포 객사도 보기에 괜찮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르내리는 길에는, 크고 반듯한 길을 새로 닦으면서도, 옛적 다니던 조그만 등산길은 그대로 둬서, 그리로 솔잎 보드라운 느낌 발바닥으로 느끼며 걷는 즐거움도 작지 않았습니다.

2.
그러다가, “참, 나도 부산에 살았었지. 그런데 왜 몰운대를 여태 몰랐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몰운대’를 가끔 들은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부산에 있는 줄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는 다대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 학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다니던 사하중학교는 1학년 4반 4층 교실에서 내다보면 다대포 앞바다가 바로 보였습니다.

지금은 높은 건물이 들어서서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 때 바라보던 그 다대포 그 풍경은 3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제게 기꺼운 느낌을 던져주고는 한답니다.

그 때 우리는 방학 마칠 때쯤이면 여기 다대포로 쓰레기를 치우러 왔습니다. 모래밭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반 70명 가까이가 나란히 서서 앞으로 가며 주웠습니다.

괴정 살 때는 다대포에 한 번씩 놀러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추석날 하루만 공휴일이어서, 고향 집에 못 가고 담요 뒤집어쓰고 울었을 때 누나가 데려가 준 곳은, 여기 다대포가 아니고 해운대였지만 말입니다.

3.
그런데 내 머리에, 어째서 그 바로 옆에 있는 몰운대가 들어가 있지 않았을까……, 수영이나 조방 앞처럼 살던 데서 멀리 있는 것들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 내 머리가 이상한 것은 아닐까, 짧지만 고민을 했습니다.
 
몰운대 들머리에서 의문이 풀렸습니다.
군사보호구역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녁 6시 지나서는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 했습니다. 1976년이나 77년 시절에는 아예 몰운대 쪽으로 와 볼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부산에 살았던 적이 있다 해도 75년 76년 77년 3년밖에 안 되고, 곧바로 떠난 뒤로는 부산과는 무관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몰운대가 무엇인지, 부산에 있는지 없는지 따위를 아예 몰랐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몰운대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에 쫓겼기 때문입니다. 일부나마 둘러봤더니, 저로 하여금 몰운대를 알 수 없게 했던 군사시설들의 자취가 많이 남았더군요. 조금씩 또는 많이씩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좋은 풍경이야 함께 간 동료들이 많이 찍을 테니까, 저는 주로 임자가 떠나버린 군사시설에다 사진기를 들여댔습니다.

4.
처음 올린 사진과 같은 장면입니다만, 파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양쪽에 있는 무슨 구조물이 눈에 띕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이 놈입니다. 양쪽에 같은 자전거 바퀴가 달려 있는데 여기에 철사줄 따위를 걸어서 당기면, 한밤중 ‘무장공비’의 안전한 상륙 침투를 막을 수 있었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전거 바퀴가 튜브를 잃어버린 채 거꾸로 달려 있는 이 바위에는, 유리병을 깨뜨려 꽂아 놓은 자취도 있습니다. 유리병은 벌써 빠져나가버린 콘크리트 자죽도 군데군데 흩어져 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까이서 보면 이렇습니다. 상륙에 성공했더라도, 섣불리 바위를 타고 올랐다가는, 원래는 더욱 삐죽삐죽했을 이런 유리 조각에 손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갯가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데에는 이런 경계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 쪽에서 이어지는 길은 없었지만 맞은편 군부대에서 이어지는 길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전체로 봤을 때 여기 경계 시설을 지금은 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아래 바다로 이어지는 길이 끊어져 있었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다가 바다 쪽으로 내려가서 올려다 보면, 이렇게 사태가 져서 떨어져 나간 경계 시설도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도 쓰고 있다면 이렇게 팽개쳐 놓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몰운대 끄트머리 바다 쪽으로 전망이 좋은 데입니다. 사진 오른쪽 윗부분은 자연석처럼 위장한 초소입니다. 이 초소 위에 다른 초소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아래 가운데 바위 틈새로는 건물 지을 때 쓰는 블럭이 흩어져 있습니다. 하얗게 칠이 돼 있는데, 예전에 계단으로 썼던 모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소를 가까이서 찍었습니다. 합판으로 안쪽을 볼 수 없게 가려놓았습니다. 가만 보니 오른쪽에 작은 구멍이 있었습니다. 기를 쓰고 올라가 들여다 봤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 것 없었습니다. 바닥은 콘크리트 블럭 따위가 깨어진 채 뒹굴고 있고 전기 스위치와 콘센트 따위는 혀를 빼물고 있었습니다. 왼쪽 하얀 벽에는 ‘훤주 ♡ 애민’ 하는 식으로 낙서가 돼 있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오는 길에 보니까, 사격장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데, 사격장 안전수칙 안내판만 남아서 오가는 사람들 표정을 훔쳐보고 있었습니다.

부산에 살았으면서도 몰운대를 알지 못했던 까닭을, 이것들이 이렇게 일러 주고 있었습니다.

김훤주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 상세보기
김대갑 지음 | 산지니 펴냄
부산의 역사와 문화와 풍경을 살펴보는 책. 영화처럼 재미있는, 어쩌면 영화보다도 더 재미있는 부산의 이곳저곳을 풍경, 문화, 역사의 3부로 나누어 올 컬러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부산에 한번쯤...
카카오톡으로 친구맺기




김주완이 최근에 산 상품을 보여드립니다
아이몰 아이폰용 이동식 OTG 젠더 B타입 외장메모리 + C PIN 커넥터 + 5 PIN 커넥터 + 벨벳 파우치, 32GB 오뚜기 고시히카리... 아디다스 쿼드큐브 운동화 EH3096 유한킴벌리 덴탈 마스크, 50매입, 1개 샌디스크 iXpand Mini 아이폰 OTG USB, 256GB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기록하는 사람 2008.08.26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부산서 초등, 중등, 고등학교까지 나왔지만 몰운대 몰랐습니다. 너무 범생이가 되어서^^:

  2. 윤경진 2008.08.26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다대포로 무장공비가 침투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다대포주변이 엄청 삼엄한 군사제한시설이 되었던걸로 기억나네요

  3.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_top_blogtop=go2myblog 실비단안개 2008.08.26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해에 몰운대에 가니 초소가 있더군요.몰운대 뿐 아니라 바닷가 쪽엔 초소가 많습니다.
    폐교나 이제 사용하지 않는 공공건물은 뒷정리를 하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제는 일손이 많이 딸리나 봅니다.

    몰운대 입구에서의 해넘이도 좋았습니다.

  4. 지나가던과객 2008.08.26 1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몰운대는 부산7대중의 하나입니다.
    의외로 부산 사시는 분들도 전부 알고 있는분이 드물더군요..;;
    해운대, 이기대, 신선대, 자성대, 태종대, 몰운대, 오륜대 의 일곱군데 입니다.
    부산에서 30여년 살아온 저도 몰운대와 오륜대는 아직 들러보지 못했습니다만..

  5. Favicon of http://felicity.tistory.com DanielKang 2008.08.26 2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 부산서 5년정도 살았는데 그때는 이런 곳 전혀 몰랐다가 왜 요즘들어 많이 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너무 아쉽네요 저렇게 멋있는 곳에 군시설의 흔적이 남아있다는게....

  6. 저도 몰랐내요 2008.08.27 0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30년 부산 살았는데 몰랐네요

    지금은 7년을 전라도 광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나면 와이프와 한번 들려봐야 겠군요

    좋은 사진들 잘 봤습니다 ^^

  7. ('' ) 윗분~ 2008.08.27 0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 사람이 광주 살면 지역감정 때문에 불편 하진 않은지 궁금~

  8. 저도 몰랐내요 2008.08.27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역 감정이 부산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여긴 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대선때 대선 주자들 팜플랫? 당시 2번 이명박 사진이 다 떨어져 나가는 등,

    촛불집회 100일이 지나 전국이 집회는 그만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지만, 광주는 더 해야 한단

    여론이 지배적 이였고요 저 같은 경우 7년을 살았지만 부산 사투리를 살짝 쓰는데 곱지 않게

    보는 시선들이 많습네요 한가지 더 부산을 평생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이 생각보다 많으며

    부산을 6/25 사변때 피난민들이 형성한 도시 정도로 여기죠 더 말하면 끝도 없겟네요

  9. 긱스 2008.08.27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윗분~~ ^^; "예를 들자면 대선때 대선 주자들 팜플랫? 당시 2번 이명박 사진이 다 떨어져 나가는 등,

    촛불집회 100일이 지나 전국이 집회는 그만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지만, 광주는 더 해야 한단

    여론이 지배적 이였고요" 이부분을 굳이 지역감정과 연결시킬 필요는 없는것 같네요. 심증적으로 이해는 합니다만..

  10. 파비 2008.08.27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부산서 3년 살았습니다. 지나던 과객님의 코치에 의하면 부산7대 중 하나인 해운대에서 3년 살았는데요. 박통이 돌아가시기 한 보름 전에 고등학교 시험 치러 처음 부산 갔다가 머리가 너무 아파 동백섬 인어상(조선비치호텔 앞에 있습니다)에서 바람 쐬다 손 들고 나온 적 있습니다. 갑자기 대낮처럼 환한 라이트가 비추면서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교복에 모자까지 눌러 쓴 까까머리 중학생이 손 들고 나타나니까 "너, 조심해라. 그러다 죽는다" 그러더니 살려주더군요. 그때 시간이 아마 땅거미가 막 지고 어둑어둑해질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촌놈 죽다가 살았죠.
    근데, 4번 두번째 사진, 오래된 구식 영사기인가보다 했더니 간첩 잡는 기구였구먼요.

  11. Favicon of http://www.humorblog.kr 유머블로그 2008.08.27 1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리틀 태종대란 별칭..

  12. Favicon of http://boney0000.blogspot.com 다언삭궁 2009.04.14 0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에서 가 볼 만한 곳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몰운대, 가 본 적은 없어도 김명민이 열연한 드라마 '임진왜란'에서 본 부산포해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왜적들은 언덕 위에서 포를 쏘는데 장사진을 치고 쳐들어간 우리 해군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대등한 전투를 벌입니다.

    애초 무리한 전투라 이순신은 반대했지만 선조의 강요로 치러진 전투였습니다.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결국 녹도만호 정운이 전사합니다.

    그래서 이를 기려 바로 그 장소를 '몰운대'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는 수없이 맍은 사이트들에서는 이 몰운대를 낙동강 안개에 잠긴다고 몰운대라고 부른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같는 값이면 우리의 역사성이 담겨 있는 설명이 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13. 바다가 좋아 2009.08.17 0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몰운대가 군사보호지역에서 해제된지 얼마안되었을때 저희학교 학생들 데리고 가을소풍을 갔었죠. 바다가 너무 예뻤고 학생들이 참 좋아했어요. 즐거워하면서 놀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 때 그아이들 이젠 아이엄마들이 되어있을텐데 몰운대에 자기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옛날생각 날까요?

  14. 나그네 2010.10.24 1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용을 잘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산책 코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알만한 분이 군사적인 내용을 마구 이렇게 공개하면 안되시는 것도 알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