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23일 토요일, 우리 신문사 구성원들이랑 함께 부산 다대포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몰운대도 한 바퀴 잘 둘러봤습니다.
곳곳에 자리잡은 자갈이랑 바위랑 모래랑도 정겨웠고요, 가까이서 멀리서 무리지어 노니는 사람들도 정겨운 모습이었습니다. 들머리 다대포 객사도 보기에 괜찮았습니다.
2.
그러다가, “참, 나도 부산에 살았었지. 그런데 왜 몰운대를 여태 몰랐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몰운대’를 가끔 들은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부산에 있는 줄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다대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 학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다니던 사하중학교는 1학년 4반 4층 교실에서 내다보면 다대포 앞바다가 바로 보였습니다.
지금은 높은 건물이 들어서서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 때 바라보던 그 다대포 그 풍경은 3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제게 기꺼운 느낌을 던져주고는 한답니다.
그 때 우리는 방학 마칠 때쯤이면 여기 다대포로 쓰레기를 치우러 왔습니다. 모래밭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반 70명 가까이가 나란히 서서 앞으로 가며 주웠습니다.
괴정 살 때는 다대포에 한 번씩 놀러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추석날 하루만 공휴일이어서, 고향 집에 못 가고 담요 뒤집어쓰고 울었을 때 누나가 데려가 준 곳은, 여기 다대포가 아니고 해운대였지만 말입니다.
3.
그런데 내 머리에, 어째서 그 바로 옆에 있는 몰운대가 들어가 있지 않았을까……, 수영이나 조방 앞처럼 살던 데서 멀리 있는 것들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 내 머리가 이상한 것은 아닐까, 짧지만 고민을 했습니다.
몰운대 들머리에서 의문이 풀렸습니다. 군사보호구역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녁 6시 지나서는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 했습니다. 1976년이나 77년 시절에는 아예 몰운대 쪽으로 와 볼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부산에 살았던 적이 있다 해도 75년 76년 77년 3년밖에 안 되고, 곧바로 떠난 뒤로는 부산과는 무관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몰운대가 무엇인지, 부산에 있는지 없는지 따위를 아예 몰랐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몰운대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에 쫓겼기 때문입니다. 일부나마 둘러봤더니, 저로 하여금 몰운대를 알 수 없게 했던 군사시설들의 자취가 많이 남았더군요. 조금씩 또는 많이씩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좋은 풍경이야 함께 간 동료들이 많이 찍을 테니까, 저는 주로 임자가 떠나버린 군사시설에다 사진기를 들여댔습니다.
4.
처음 올린 사진과 같은 장면입니다만, 파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양쪽에 있는 무슨 구조물이 눈에 띕니다.
아래 가운데 바위 틈새로는 건물 지을 때 쓰는 블럭이 흩어져 있습니다. 하얗게 칠이 돼 있는데, 예전에 계단으로 썼던 모양입니다.
부산에 살았으면서도 몰운대를 알지 못했던 까닭을, 이것들이 이렇게 일러 주고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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