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부산 살아도 몰운대 몰랐던 이유 있었네

김훤주 2008. 8.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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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월 23일 토요일, 우리 신문사 구성원들이랑 함께 부산 다대포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몰운대도 한 바퀴 잘 둘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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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 이번에 처음 봤는데, 그래서 유원지인 줄도 처음 알았는데, 참 멋지더군요. 탁 트인 바다가 아주 시원했고, 무슨 동해안처럼 우렁차게 파도치는 소리도 근사했습니다.

곳곳에 자리잡은 자갈이랑 바위랑 모래랑도 정겨웠고요, 가까이서 멀리서 무리지어 노니는 사람들도 정겨운 모습이었습니다. 들머리 다대포 객사도 보기에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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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내리는 길에는, 크고 반듯한 길을 새로 닦으면서도, 옛적 다니던 조그만 등산길은 그대로 둬서, 그리로 솔잎 보드라운 느낌 발바닥으로 느끼며 걷는 즐거움도 작지 않았습니다.

2.
그러다가, “참, 나도 부산에 살았었지. 그런데 왜 몰운대를 여태 몰랐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몰운대’를 가끔 들은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부산에 있는 줄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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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대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 학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다니던 사하중학교는 1학년 4반 4층 교실에서 내다보면 다대포 앞바다가 바로 보였습니다.

지금은 높은 건물이 들어서서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 때 바라보던 그 다대포 그 풍경은 3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제게 기꺼운 느낌을 던져주고는 한답니다.

그 때 우리는 방학 마칠 때쯤이면 여기 다대포로 쓰레기를 치우러 왔습니다. 모래밭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반 70명 가까이가 나란히 서서 앞으로 가며 주웠습니다.

괴정 살 때는 다대포에 한 번씩 놀러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추석날 하루만 공휴일이어서, 고향 집에 못 가고 담요 뒤집어쓰고 울었을 때 누나가 데려가 준 곳은, 여기 다대포가 아니고 해운대였지만 말입니다.

3.
그런데 내 머리에, 어째서 그 바로 옆에 있는 몰운대가 들어가 있지 않았을까……, 수영이나 조방 앞처럼 살던 데서 멀리 있는 것들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 내 머리가 이상한 것은 아닐까, 짧지만 고민을 했습니다.
 
몰운대 들머리에서 의문이 풀렸습니다.
군사보호구역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녁 6시 지나서는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 했습니다. 1976년이나 77년 시절에는 아예 몰운대 쪽으로 와 볼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부산에 살았던 적이 있다 해도 75년 76년 77년 3년밖에 안 되고, 곧바로 떠난 뒤로는 부산과는 무관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몰운대가 무엇인지, 부산에 있는지 없는지 따위를 아예 몰랐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몰운대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에 쫓겼기 때문입니다. 일부나마 둘러봤더니, 저로 하여금 몰운대를 알 수 없게 했던 군사시설들의 자취가 많이 남았더군요. 조금씩 또는 많이씩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좋은 풍경이야 함께 간 동료들이 많이 찍을 테니까, 저는 주로 임자가 떠나버린 군사시설에다 사진기를 들여댔습니다.

4.
처음 올린 사진과 같은 장면입니다만, 파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양쪽에 있는 무슨 구조물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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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놈입니다. 양쪽에 같은 자전거 바퀴가 달려 있는데 여기에 철사줄 따위를 걸어서 당기면, 한밤중 ‘무장공비’의 안전한 상륙 침투를 막을 수 있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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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바퀴가 튜브를 잃어버린 채 거꾸로 달려 있는 이 바위에는, 유리병을 깨뜨려 꽂아 놓은 자취도 있습니다. 유리병은 벌써 빠져나가버린 콘크리트 자죽도 군데군데 흩어져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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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이렇습니다. 상륙에 성공했더라도, 섣불리 바위를 타고 올랐다가는, 원래는 더욱 삐죽삐죽했을 이런 유리 조각에 손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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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갯가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데에는 이런 경계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 쪽에서 이어지는 길은 없었지만 맞은편 군부대에서 이어지는 길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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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체로 봤을 때 여기 경계 시설을 지금은 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아래 바다로 이어지는 길이 끊어져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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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바다 쪽으로 내려가서 올려다 보면, 이렇게 사태가 져서 떨어져 나간 경계 시설도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도 쓰고 있다면 이렇게 팽개쳐 놓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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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 끄트머리 바다 쪽으로 전망이 좋은 데입니다. 사진 오른쪽 윗부분은 자연석처럼 위장한 초소입니다. 이 초소 위에 다른 초소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아래 가운데 바위 틈새로는 건물 지을 때 쓰는 블럭이 흩어져 있습니다. 하얗게 칠이 돼 있는데, 예전에 계단으로 썼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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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를 가까이서 찍었습니다. 합판으로 안쪽을 볼 수 없게 가려놓았습니다. 가만 보니 오른쪽에 작은 구멍이 있었습니다. 기를 쓰고 올라가 들여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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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없었습니다. 바닥은 콘크리트 블럭 따위가 깨어진 채 뒹굴고 있고 전기 스위치와 콘센트 따위는 혀를 빼물고 있었습니다. 왼쪽 하얀 벽에는 ‘훤주 ♡ 애민’ 하는 식으로 낙서가 돼 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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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보니까, 사격장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데, 사격장 안전수칙 안내판만 남아서 오가는 사람들 표정을 훔쳐보고 있었습니다.

부산에 살았으면서도 몰운대를 알지 못했던 까닭을, 이것들이 이렇게 일러 주고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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