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행정구역 뛰어넘는 생태관광벨트 구축해야

김훤주 2021. 10. 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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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으로 가는 생태여행 (7)

경남 생태여행의 미래와 전망

 

고성 둠벙·사천 완사습지 등

빼어난 자연환경 품은 경남

·군 관광정책 제각각 추진

통합적인 관계망 형성해야

마을 공동사업·특산품 개발 등

주민 소득창출 연계 고민 필요

 

늪으로 가는 생태여행의 마지막은 경상남도생태관광정책위원회 이찬원 위원장과 경남생태관광협회 이찬우 회장을 모시고 얘기를 듣는 자리였다. 생태관광은 우리나라에서 본격 시도된 지 10년 정도로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727일 오후 창원 삼정자동 강림환경연구원에서 생태여행이 생태환경 보전과 주민 소득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알아보았다.

 

-도시수처리 전공 학자가 생태관광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이찬원 =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88년 경남대학교에 와서 보니 마산에 하수처리장이 없어서 오·폐수가 그냥 바다로 가더라. 덕동하수종말처리장이 1994년 준공 예정으로 오·폐수 방류 지점이 옥계 앞바다로 설계돼 있었다. 마산만 내해라서 흐름이 약하고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데도 그랬다. 어떤 오염물질이 어디서 얼마나 들어오는지에 대한 조사도 없었기에 1991년 가덕도~거제도 진해만 일대 47군데를 조사해서 처음 오염 부하량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생태 회복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마산만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돝섬을 배로 오가던 오용환 섬장이 해양생태관광포럼을 하자고 했는데 나이가 많은 덕분에 회장을 맡게 됐다.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확인하고 즉석에서 토론을 주고받는 활동을 벌였다. 시인은 고향 바다를 시로 읊으며 얘기로 풀어냈고 선장은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진행했으며 바다생물을 잘 아는 이들은 해설·교육을 했다. 해설사가 바닷가에서 네 가지 조개를 아이들에게 보고 만지게 하면서 특징을 설명하는데 아이들이 막 빠져드는 것이 인상 깊었다.

-생태관광이라 하면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찬원 = 생태관광은 우수한 생태환경을 유지·관리하고 지역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관광과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고 이를 통해 지역의 자연생태가 망가지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생태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삶의 근본 조건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먹고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건강한 생태가 유지되는 데에는 사람들이 와서, 즐긴다. 바다에서 낚시 보트 수영 요트를 하고 백사장에서 뛰고 달린다.

이찬원 경상남도생태관광정책위원회 위원장.

-환경부 선정 생태관광지역이 따로 있고 경상남도 지정 생태관광지가 따로 있던데.

이찬우 = 환경부는 2013년에, 경남도는 2018년에 시작했다. 환경부 지정은 2013년 남해 앵강만과 창녕 우포늪, 2018년 김해 화포천과 밀양 재약산 사자평, 올해 창원 주남저수지 해서 5곳이고, 경남도 지정은 2018년 하동 탄소 없는 마을, 2020년 합천 정양늪, 올해 거창 창포원과 함안 괴항습지 해서 4곳이다. 협의체를 지역마다 꾸리면 환경부·경남도와 해당 시·군이 재정 등을 지원하는 형식이다.

 

-환경부에서 지정하는데도 경남도까지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찬우 = 환경부는 전국 차원에서 하다 보니 지역 자원을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는 측면이 있고 경남도가 먼저 지정해서 체계를 갖추고 준비한 다음 환경부 지정을 받도록 육성한다는 뜻도 있다. 실제 창원 주남저수지는 2018년 경남도 지정을 받고 3년 준비한 끝에 올해 환경부 지정을 받았다.

 

-환경부든 경남도든 지정된 생태관광지역은 습지가 대부분이다.

이찬우 = 2008년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경남에서 개최되면서 습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습지 정책도 습지보호지역 지정이나 람사르사이트 등록 등 보전에 중점을 두게 됐다. 습지 주변의 생태·문화 자원 보호에는 주민 참여가 필요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과 보람이 돌아가는 생태관광이 먼저 제기되게 됐다.

하동 탄소없는 마을처럼 그렇지 않은 데도 있다. 설산습지도 있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지리산 형제봉 산자락에 모여 있다는 것이다. 모두 자원한 마을로 구성됐는데 2018년 처음 지정할 때 목통·의신·단천·범왕·오송 다섯 마을이었고 지금은 열한 마을로 늘어났다.

이찬원 = 탄소 발생이 없도록 태양광·수력 등 자연에너지로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특징이 있다. 생태자원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문화 자원도 제법 갖춰져 있으며 활용 가능한 다른 인프라도 있다. 마터호른산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체르마트처럼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 체르마트 시장을 만났는데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버스인데 물론 걷는 길은 별도로 나 있다. 이렇게 하면 주민 소득도 창출되고 탄소없는 마을 이미지도 더욱 뚜렷하게 새길 수 있다.

 

-생태관광지역끼리의 공동 협력관계는 어떤지?

이찬우 = 지정된 지 몇 달 되지 않은 주남저수지를 빼고 환경부에서 지정한 밀양·남해·창녕·김해는 사무국장들이 모여 회의도 하면서 손발을 맞추고 있다. 사업은 아직은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당장 쉽지는 않겠지만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

경남과 지역 단위의 생태관광 활성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한편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발굴하고 향후 비전을 공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간에서 이런 역할을 해줄 조직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고 그래서 지난 6월 경남생태관광협회를 만들게 됐다.

이찬우 경남생태관광협회 회장 .

-경남생태관광협회가 할 일은 어떤 것인지?

이찬우 = 중간 지원 조직으로 보고 있다. 현장과 행정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이 있다. 행정이 만드는 사업을 받아오는 것도 있겠지만, 아이템을 발굴·제안하고 함께 추진할 수도 있다. 홍보를 난감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도 해야 한다. 대만이나 일본 등 외국의 주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도 있다.

 

-경남에는 어떤 생태관광 자원이 있는가?

이찬우 = 지리산·낙동강·남해안이 모두 독특하고 빼어난 생태자원이다. 품고 있는 역사·문화 자원도 만만찮다. 알려진 것도 많지만 새롭게 형성됐거나 숨겨진 것도 있다. 고성 둠벙과 마동호, 사천 완사습지, 진주 남강댐습지 같은 다양한 자원도 보전하고 활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관광 정책이 시군 단위로 나뉘어서 추진된다는 것이다. 낙동강 생태관광벨트를 추진한다지만 당장 행정구역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창원(주남저수지)-창녕(우포늪)-김해(화포천)만을 묶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합천·의령·함안·밀양·양산까지 포괄해야 한다. 통합적·전략적인 관점에서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다양한 자원들의 의미망과 관계망을 재구성하고 가치의 재발견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상황을 보면 생태관광이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찬우 = 그렇지만 여행 패턴이 많이 달라졌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보는 관광이 전부였고 체험은 낯선 것이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한 달 살기 등 한 군데 머물면서 느긋하게 즐기는 체류형 충전형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도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이찬우 = 쉽지 않다. 어려운 문제다. 마을공동체가 이익을 공유하는 문화나 관행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마을 공동 사업, 탐방객들의 문화재 보호기금 모금 등 다양하게 실험하면서 좋은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이찬원 = 세계생태관광 콘퍼런스에서 한 외국인 전문가가 '제대로 된 생태관광을 하는 데는 30년 걸린다'고 하더라. 조급해하지 말고 길게 보고 가야 한다. 여행패턴의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금 아이들은 체험을 낯설어하지 않는다. 보고 만지면서 집중하고 재미있어한다.

소득 창출을 할 수 있는 여지를 계속 만들 필요도 있다. 주남저수지는 제방 아래 도로와 건물 주변 공간이 너무 아깝다. 특정 요일을 정해 차량 통행을 막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을 위한 판매대를 설치하고 국밥·국수 같은 것도 팔 수 있다. 지역의 생태·문화 자원을 특징적·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상징하는 기념품 개발도 필요하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행정의 지원 아래 시행착오를 겁내지 말고 일단 시도라도 해볼 수 있어야 한다.

 

경남도민일보 202184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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