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사람이야기

믿었던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기록하는 사람 2020. 9. 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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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페이스북에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았더니, 몇 지인들로부터 '뭔 일이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두 달째 내 페이스북은 멈춰 있다.

첫 계기는 지난 5월 '윤미향 사태'였다. 아니 정확히는, 윤미향의 죄를 미리 단정해놓고 그를 향해 독기 서린 증오 글을 올린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그들이 윤미향을 증오한 근거는 당시의 언론보도였다. 내가 믿고 존경해왔던 분들이었고, 평소 누구보다 조중동류의 보도 행태에 분개해왔던 이들이어서 충격이 더했다.

두 달 뒤 박원순 사건 때도 그랬다. 정확히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떤 이는 너무나 쉽게 망자의 편에 섰고, 다른 이는 고소인의 편에 섰다. 윤미향을 날 선 언어로 욕하던 사람이 이번엔 박원순을 옹호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나도 예전에 그런 적은 없었는지. 세상의 모든 시비를 내가 가려주겠노라 함부로 단정 짓고 건방을 떨진 않았는지. 그때부터 공개적인 글쓰기가 두려웠다.

정대협 초기의 윤미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몇 개월이 지나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그간 언론이 제기했던 대부분 의혹이 무혐의 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기소 내용에 포함된 몇 건 또한 재판에서 충분히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들이었다.

검찰 발표 이전에도 조선·중앙·한국·국민일보와 한국경제·서울경제·뉴데일리 등 매체들이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에 따라 줄줄이 기사삭제,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이어왔지만, 그런 보도를 근거로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를 비난하던 이들은 침묵했다.


나도 한동안 '진보'에 대해선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어설픈 펜을 칼처럼 휘두른 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엄격한 진실에 근거해야 하고 공정과 균형을 잃어선 안 된다.

지난주 우리 신문에 고동우 기자가 쓴 칼럼으로 인해 많은 독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나도 아침에 그 칼럼을 보는 순간 또 한 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미애 장관 관련 문제 또한 충분히 진실이 가려지고 난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조국·윤미향 사태가 그렇듯 많은 언론보도가 사실과 다르거나 악의적으로 부풀려졌음이 줄줄이 밝혀졌고 지금도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취재하여 확인한 사실이 아닌, 다른 매체의 보도를 비판 근거로 삼는 건 그래서 위험하다.

독자들의 항의는 '그게 경남도민일보의 입장이냐'는 것으로 이어졌다. 답변 드리자면 그건 아니다. 변명하자면, 신문사는 정당처럼 모든 사안에 대해 미리 '당론'을 정해놓고 따를 것을 강제할 수 없다. 특히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그렇다. 취재과정에서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칼럼을 사전에 걸러내기 어렵다. 물론 이에 대한 독자의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우리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칼럼으로 상처받았을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 말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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