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친일청산 반대하면서 독도문제엔 '오버'하는 사람들

기록하는 사람 2008. 7. 3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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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8년 3월 한국정신대연구소 고혜정·서은경 연구원, 경남정대연 박소정 사무국장과 함께 중국 동북3성을 헤맨 적이 있다. 중국 땅에 버려져 있는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야말로 ‘광활한 만주벌판’, 포장도 안된 흙탕길을 보름동안 ‘헤맨’ 결과, 여덟 분의 우리 할머니들을 찾아냈다.

2004년 ‘위안부 누드’ 파문 때 나눔의 집에서 탤런트 이승연을 향해 일갈하던 이옥선 할머니와 지돌이 할머니가 그 때 우리와 만남을 계기로 조국 땅에 안착했고, 김순옥·이광자·박서운·이수단·조윤옥·하옥자 할머니 등은 아직도 조국 땅을 밟지 못하거나 끝내 한을 풀지 못한 채 쓸쓸히 숨을 거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998년 중국에서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수단 할머니.


당시 어렵사리 이들 할머니의 거처를 찾았을 때 정말 허탈했던 일이 있었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일본의 시민단체(?)가 다녀갔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특히 그 일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 땐 일본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의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술책으로 ‘평화를 위한 아시아 여성 국민기금’이라는 위장 시민단체를 만들어 피해 할머니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다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치밀기도 했다. 가해국인 일본은 이렇게 치밀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일본은 '신친일파' 명단도 만들고 있을 것

나는 이렇게 확신한다. 그 때 우리 할머니들을 찾았던 일본인들은 분명히 ‘그동안 한국에서 누가 찾아온 적이 있느냐’고 물었을 것이고, 자기들이 처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빙그레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과업지시서에 따라 일본 정부에 고스란히 제출했을 것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배후조종한 위장시민단체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에게까지 접근, 은밀히 그 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던 일도 있다.

사실 일본의 ‘조사와 기록문화’는 가히 세계적이다. 조선을 강제합병하기 위해 미리 수집한 조사기록만 봐도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입을 떡 벌릴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조선을 비롯, 그들이 지배했던 동아시아 식민지 국가들에 대한 조사기록들은 지금까지 그 분야의 학자들이 다 읽어보기도 벅찰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일제 식민통치 정책의 ‘치밀함’ 또한 과거 영국이나 프랑스 등 제국주의 국가의 ‘단순무식함’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한다.

아카이브(Archive)라고 부를만한 역사기록관이 우리나라엔 국가기록원밖에 없지만, 일본은 47개 현(縣)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갖고 있다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아카이브는 단순히 자료를 정리해 보존하는 일 뿐만 아니라 전문 연구자와 수집가들을 두고 끊임없이 새 자료를 발굴하고 생산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지금도 일본은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에 대해 우리보다 훨씬 세밀하고 방대한 자료를 확보해놓고 있다고 믿는다.

뿐만 아니라 ‘친일파 한국인’에 대한 자료도 이미 데이터베이스화까지 마쳐놓고, 지금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과거사’ 관련 기구들을 축소 또는 통폐합하려는 모습을 구경하며 자기네들끼리 낄낄거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일본은 친일청산에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한국의 단체와 인물들에 대한 ‘X파일’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일본에게 적일까, 아군일까

그러다가 일본은 ‘툭’하며 독도 문제를 한국과 국제사회에 던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일본의 이같은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동안 친일파를 옹호하며 과거사 청산에 끊임없이 딴죽을 걸어온 수구우익세력들이 ‘오버’까지 하며 설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4일 오후 마산시의원 19명 등 일행 28명은 독도(서도) 선착장에 도착해 성명서를 발표한 뒤 독도에 입맞춤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경남도민일보


재미있는 것은 이미 일본에서도 그 논리의 황당함과 행동의 과격함이 지나쳐 소수세력으로 전락한 일본 극우단체의 그것과 ‘오버’의 행위들이 너무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또는 활동 속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생경한 이름의 단체들이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벌이고, 언론은 아무 생각없이 그들의 목소리를 대서특필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도 독도에 가서 태극기를 휘두르고 땅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다카키 마사오(박정희)를 숭배하고 굴욕적 한일협정에 침묵하며, 과거사 청산에 한사코 반대하면서도 독도 문제만 나오면 이상하게 ‘오버’하는, 그러면서 미국에는 지독한 사대주의적 지향을 보이는 그들을 일본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이 만들고 있을 ‘한국인 X파일’에서 그들의 분류는 동지일까, 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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