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블랙리스트가 무서운 것은 파시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기록하는 사람 2017. 1. 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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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페이스북 친구 중에 김수영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을 보니 '새누리당 경남도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온라인전략본부장'이라는 긴 직함을 갖고 있더군요.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가끔씩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을 보면서 '수구·보수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체계'를 엿볼 수 있어 굳이 '페절'(페이스북 친구를 끊는 것)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해 이런 글을 올렸더군요.

"특검이 블랙리스트라 특정 지어 부르는 것들은 좌파 및 좌익 명단이다.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과 내용이 과연 구속영장을 발부할 만한 사유가 될 수 있는가? (…) 이건 명단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정책 방향의 문제다. 우파 정권이 국가의 권력을 잡으면 우파인물 위주로 국가의 정책이 정해져야 하는 게 당선된 대통령이 해야 할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의 이번 글에서 저는 '자신과 다른 대상의 존재나 공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파시즘(fascism)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파시즘에 대한 위키백과의 설명을 인용해보겠습니다.

"파시즘의 목표는 지배체제에 반대하는 민중의 모든 자극적 집단조직화를 위협과 폭력에 의해 방해하고, 사상·양심·언론·출판·집회의 자유 등 국민의 자유권을 박탈하며, 또 이러한 인권을 보장하는 여러 가지 민주적 제도들을 파괴하면서 파시즘의 정통적 이데올로기를 대중의 생활 영역에까지 확대하고 대중의 사상과 감정을 내면으로부터 획일화하면서 독재정권을 수립하는 데 있다."

그렇습니다. 블랙리스트가 문제인 것은 그것이 이런 파시즘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의한 것처럼 "블랙리스트라는 행위는 이 정권이 자기네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서 모든 자기네들이 갖고 있는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며 "그것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민주적인 어떤 기본 질서와 가치를 절대로 훼손한 일"입니다.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나 단체라면 무조건 '좌파' '좌익'의 딱지를 붙이는 김수영 씨의 사고 또한 보수나 수구라기보다 파시즘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파시즘은 이번 박근혜 정권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여러 역사에서도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승만 정권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 수십만 명을 '국민보도연맹'이라는 관주도 조직에 강제 가입시킨 후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적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재판절차 없이 집단학살한 일입니다.

박정희 쿠데타 정권의 각종 간첩 조작,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의 남발, 전두환과 노태우의 광주학살과 언론통폐합, 삼청교육대, 보도지침, 그 외 인권탄압도 파시즘이라는 단어 말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이나 언론인과 교사 해직, 전교조 법외노조 통고, 통합진보당 해산, 그리고 블랙리스트에 이르기까지 파시즘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정권 차원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과 단체, 언론을 정책과 예산에서 배제하는 일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이번호 <피플파워>가 인터뷰한 류재수 진주시의원은 그런 제왕적 단체장에 맞서 감시와 비판을 계속해온 우리 지역의 소중한 인물자원입니다.

특히 각 지자체의 언론홍보예산은 아무런 법적 근거나 집행 기준이 없어 그야말로 단체장의 입맛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판적인 언론을 길들이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말이지요. 이런 전횡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정부광고법' 제정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통과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디 이번 박근혜 탄핵과 특검 수사가 우리사회에 만연한 파시즘을 제거하는 계기가 되길 빌고 또 빌어봅니다.

월간 <피플파워>는 그동안 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가 써왔던 '지리산 초록걸음'과 이서후 기자의 '남해 바래길에서 사부작'이 지난호를 끝으로 연재를 종료한 데 이어 박미희 씨의 '영어도 못하는 아줌마의 좌충우돌 카미노 순례기'도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종료합니다. 대신 임용일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과 유은상·이서후 기자가 쓰는 '경남의 산' 시리즈가 새로 시작됩니다. '경남의 산'은 저희가 매년 해왔던 공익콘텐츠 발굴 기획 중 하나로, 단순히 등산 또는 여행 안내용 글이 아니라 산이 품고 있는 역사와 사람 이야기를 인문학의 관점에서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과 질책 당부 드립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월간 <피플파워> 2월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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